우리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난 대화의 흔적, 놓치지 말았어야 할 기회, 다가올 불안, 황홀한 사랑. 그중 우리의 열정이 닿는 곳은 어디인가요?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모든 순간을 붙잡을 수는 없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선택한 일들을 최선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손에 쥔 모래알 같은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What if?”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작가라는 꿈을 안고 신문사에서 팩트 체커로 일하는 소피는, 약혼자 빅터와 함께 이탈리아 베로나로 프리 허니문을 떠납니다. 셰프인 빅터가 일에 미쳐서 이탈리아를 누비는 동안, 소피는 혼자 도시를 산책합니다. 그곳에서 전세계 여성들이 모여드는 ‘줄리엣의 발코니’를 알게 되죠.
그곳엔 줄리엣에게 기대는 심정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피는 편지에 답장을 쓰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줄리엣의 비서’라고 불리는 여자들에게 호기심을 느낀 소피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라갑니다. 그렇게 클레어를 만나게 되죠.

클레어는 50년 전, 첫사랑을 놓쳤습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를 하려다 도망치고 말았죠. 그 마음을 담아 첫사랑에 닿을 수 없는 편지를 썼고, 무려 50년 후에야 소피를 통해 우연히 편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50년 전, 그때도 정말 사랑했다면 지금은 아니란 법이 있을까요? 그저 용기가 필요할 뿐이에요.”
소피의 진심 어린 답장에 감동한 클레어는 손자인 찰리와 함께 베로나를 찾습니다. 그렇게 소피와 클레어, 찰리의 ‘로렌조 찾기’ 여정이 시작되죠. 오직 할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길을 따라나선 찰리는 소피를 경멸합니다. 무려 50년이 지난 사랑을 붙잡는 할머니에게 답답하다는 듯 묻습니다. 이제 와서 그를 만난다고 어떻게 할 생각인지를요.

도망칠 용기가 있다면 다시 찾아올 용기도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아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죠. ‘그때 그를 버리지 않았다면’에서 시작해 ‘지금 그를 다시 찾는다면’으로 가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결국 영화에서 클레어는 50년이 지난 사랑을 찾습니다. 각자의 가족을 꾸렸지만 이미 혼자가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받아들이죠. 지나온 세월을 기꺼이 껴안기로 합니다. 손자 찰리는 그 모습을 보며 비관적인 마음을 조금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게 된 소피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죠. 클레어와 같이 50년을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요.

집으로 돌아온 소피는 클레어의 이야기를 기고해 작가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일에 미쳐 있는 약혼자에게 이별을 고하죠.
“우리는 떨어져있어도 아무렇지 않잖아.”
소피 역시 자신의 글을 읽어 준 유일한 남자인 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장거리라는 사실도, 이미 한번 놓친 인연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끼죠.

만약, 이라는 말은 때로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물론 미련일 수도 있고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하지 않는다면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삶의 방향은 아주 작은 선택에사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기회를 더는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안티에그에 에디터로 등록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첫 글을 게시하게 되었죠. 마음 한구석에서 질문이 들려옵니다.
“이제 와서?”
그러나 모두에게 여름은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기회를 흘려보낼지, 붙잡을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