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Consciousness

권세진, 황재림, 김신형

Urban Consciousness
<Urban Consciousness>, 권세진, 김신형, 양자주, 천창환, 현남, 황재림, 2026.04.11 - 05.09, WWNN, 이미지_양승규

스트로를 입에 물고 강을 건너는 생각에 잠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럴 거라고 짐작도 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며 뒤늦게 등장한 사람처럼 약속에 무딘 모습을 보였다. 그러게 되길 바라는 일종의 방향이 어떤 종류의 잠식을 막을지도.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정오에서 두 걸음 물러났다. 부는 바람은 평소를 업신여기는 듯하다. 상태를 떠나서 어쨌거나 평화인 평화가 느릿하게 이동한다.
'흔들리는 대상에 사적인 감정을 불어넣는 처사는 대개 일을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왔어. 이를 덤덤하게 대하는 건 반쯤 열린 창문과 개방된 문 사이에 있는 시기 때문이라곤 할 수 없대'

권세진, 한강, graphite and acrylic on linen, 41 x 53cm, 2026 이미지_양승규

집 앞을 떠올리는 사이(어째서 집 앞을 떠올리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주변은 야단이었다.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멀찍이 떨어졌다고 느낀 건 기억에 올린 집 앞이 다소 흐려질 때쯤이었고, 이 어렴풋함과 함께 대뜸 손은 차가워졌다. 누군가의 불타오르는 향방을 쥐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 시림은 반복과 변수 위에 섰고, 의식적으로 제자리를 취하지 않았다.
'주위가 저녁치고 환한 건 비단 가로등 때문만은 아니야. 대낮에 감춘 것들 중 하나가 어리둥절하게 드러나고, 계단을 내려가는 이들의 수가 부쩍 늘어나서, 정확히 그 둘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지. 물론 가로등의 기여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발밑으로 떨어지는 불빛이 잘만 하면 서로를 부둥켜안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해.'

황재림, 피복, 장지에 채색, 100 x 73cm, 2026 이미지_양승규

높은 곳으로 가자는 말이 메아리치던 건 그와 어색한 와중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어쩌다 보니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앉아 있는 형국. 그의 반김과 나의 반응이 맞물렸기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나는 야속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제 결국 생각해 내지 못했던 말을 드디어 떠올리기도 했다. 그를 면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와의 대화는 어떤 방심을 일게 했으며, 이는 종종 내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나와 대수로운 건 없다는 듯 그를 마주한 내가 포개지는 일이 없어 양손은 양달을 들 수 있었다.
그를 면하고 싶다. 어떤 방심이 인다. 양달을 든다.
어색한 결과에 이르렀다.

높은 곳으로 가자.
상념의 탈을 무릅쓰고, 걷다가 알게 될 사실 몇을 뒤로하며 어린 날에 고인 기록, 고이 간직한 어림짐작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면서.

황재림, 털갈이, 아사천에 채색, 33.5 x 21cm / 33.5 x 21cm, 2026 이미지_양승규

눈 속에 순서는 여러 번 뒤섞인다. 그 과정이 어찌나 번거롭던지 이를 본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동공에서 동떨어진 언어가 깜박이는 등불처럼 존재하며 희박한 앞날에 되도록 자신을 내비치려 한다. 이와 성질이 비슷한 성의를 가슴팍에 긋고 감은 눈을 두드린다. 그러고 있으면 머지않아 처음 혹은 마지막이 들끓듯 주변으로 넘치지 않을까.

김신형, 거울, oil on canvas, 79.6 x 130cm, 2026 이미지_양승규

무구한 뒷모습을 쉽사리 넘나들던 고개. 그것의 춤은 이웃한 동작으로 가득한 주머니 같았다. 제법 단속적인 주머니다.
곁눈질이 흐르는 공간에 아무 데라도 좋으니, 그곳에 성을 토할 터다. 한때 고즈넉한 성문을 가졌던 그것을. 게워 내는 기분보다는 대상의 꼭대기에 무언가를 쌓는 느낌이 날 테지. 나는 이를 몇 번이나 떠올리며 공중에 흩뿌려진 반영 조각들을 속으로 발음해 볼지도.
고된 장마가 쏟아지진 않고 그저 불어온다. 그것의 본바탕을 어찌 알 수 있을지. 많은 생각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보다 존립 그 자체에 관심과 과정을 섞어 기울어진 혼의 양상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