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로부터의 자립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기업 세 곳

과오로부터의 자립
AI 생성 이미

우리의 삶이 편해지고 즐거워지는 동안 우리가 외면해 왔던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다 보면 우리는 그것과 우리 개인이 아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지구가 망가지진 않잖아.’, ‘나 혼자만 애쓴다고 해서 지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아’ 같은 생각을 하며 합리화를 하는 순간들도 종종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 하나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수많은 개인들과 단체들과 기업들이 전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과연 지구가 언제까지고 이렇게 우리의 터전일 수 있을까요?

너무 많은 것들이 쉽게 소비되고 또 버려지는 세상에서 개인적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먼저 나서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기업 세 군데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클라블라우 -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전하는 공

 

이미지 출처: 서울문화재단

클라블라우는 ‘업사이클링 DIY 작가’ ‘자원순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로 불리는 허 대표가 이끄는 1인 기업입니다. 클라블라우의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전하는 공간'이라는 소개 문구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클라블라우는 새로운 재료로 상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집에 있는 것, 한 번 쓰였던 것, 일상에서 버려지거나 안 쓰는 것들을 사용해 또 다른 쓸모로 전환합니다. 물병 뚜껑과 라면봉지로 멋을 더한 조명, 커피 캡슐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크고 작은 보자기와 손수건, 자투리천으로 만든 삼각 수저집 등 쉽게 버려질 수 있는 물건들도 클라블라우는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 클라블라우는 재활용 물품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도 하고 있는데요. 업사이클링과 자원순환을 소개하는 워크숍도 수시로 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리는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클라블라우의 행보가 단순히 신박하고 재밌기만 하지는 않은데요. 이렇게 해서라도 쓰레기를 줄이려는 클라블라우의 진심이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아 우리 사회에 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애니레프트 - 쓰레기를 버리는 새로운 방법

이미지 출처: 애니레프트

애니레프트는 ‘Any’와 ‘Left’의 합성어로 어떤 것이든 버려진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진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의류 및 원단 폐기물을 활용해 다양한 업사이클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주문 제작 제품, 원데이 클래스, DIY 키트를 제공하면서 많은 사람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유니폼, 학생들의 과잠, 개개인의 헌 옷, 폐현수막 등 다양한 섬유 폐기물들이 애니레프트의 재료가 되죠.

애니레프트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새활용과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학교 강의실에는 늘 많은 원단이 쌓여 있었습니다. 모든 패션디자인학과 학생이 과제나 졸업패션쇼를 할 때 다양한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그 원단들은 계속 강의실에 방치되다가 결국 버려지곤 했습니다. 4년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환경을 위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옷장에 박혀 있는 과잠을 보다 보면 다시는 꺼내 입지 못한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한 시절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공존하곤 하는데요. 그렇게 우리의 한 시절은 방치되거나 짐처럼 느껴지다 끝내 버려지죠. 그러나 이렇게 자주 사용할 수 있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탄생한다면 쓰레기도 줄어들 뿐더러 훨씬 더 그 물건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리하베스트 - 손실을 부가가치로

이미지 출처: 리하베스트

리하베스트(RE:HARVEST)는 식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여 친환경 식품 및 원료를 개발하는 국내 최초 푸드업사이클링 기업입니다. 업사이클링의 과정에서 탄소 배출 저감을 통해 환경적 가치에 기여하고, 식품 자원 부족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2025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친환경 분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리하베스트는 대기업들로부터 다양한 부산물을 수급해 자체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푸드 업사이클링 기술로 이 재료들을 고부가가치 식품 원료로 전환합니다. 이 원료는 '리너지 가루'로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 유통 마트 등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어글리바이츠클럽'이라는 자체브랜드도 런칭했다고 하는데요. 고단백, 저당, 고식이섬유 '어글리 베이글'은 리너지밀기울분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하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너무 즐겁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의 분명한 과제입니다. 이렇게 푸드업사이클링을 선두에서 실천하고 있는 리하베스트 같은 기업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며 함께 이 과제를 해결해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살면서 타인이나 자연에 너무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 관계들을 모두 끊어내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은 오만일지도 모릅니다.

말뿐인 자립이 아니라 진정 우리의 튼튼한 두 발로 서 있기 위해서, 우리의 과거들로부터 온전히 자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달아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자립이란 우리가 그동안 살아 왔던 방식을 끊어내고 우리가 망가뜨린 것들을 복구하려는 태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