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서 발견한 인간의 본질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보셨나요? 익숙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의 풍경을 담은 영화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주 한가운데 낯선 외계 존재와의 교류가 사랑스럽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고찰이 담긴 영화였습니다. SF 영화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장르인 만큼 비현실적인 감각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다루면서도 우리 마음 깊이 새겨둔,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을 건드리곤 하죠. 인간과 전혀 다른 존재와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인간을 더 선명하게 보게 됩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탐험을 따라가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무엇일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비관 속에, 따뜻한 희망을 한 줄기 놓아주는 SF 영화를 만나봅니다.
<컨택트>: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

SF 영화를 사랑한다면, <듄> 시리즈를 한 번쯤 보았을 텐데요. 감독 드니 빌뇌브는 <듄>에 앞서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을 그린 영화 <컨택트>를 선보였습니다. SF 소설의 대가인 테드 창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정체불명의 우주선 지구에 착륙하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 12개의 우주선이 발을 내린 채 인간을 공격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습니다.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는 우주선 근처 연구 캠프에 합류해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온 이유를 찾기 위해 소통을 시작합니다. 글자의 모양도, 소리도 알지 못한 채 지속된 연구 끝에, 루이스는 중요한 비밀을 깨닫게 됩니다. 외계 생명체가 말을 하고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루이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해하게 됩니다.

<컨택트>에서 인간은 낯선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고자 매달립니다. 그들의 단어와 음성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알고자 많은 낮과 밤을 보냅니다. 이해의 과정은 이토록 오랜 시간과 노력이 걸리고, 때로 오해와 불신을 넘어서야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먼저 손을 뻗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루이스는 인간의 사고와 관념 안에 맞춰 조립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준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습관을 받아들입니다. 인간은 쉽게 ‘이해’에 대해 말하지만, 진정한 이해란 이처럼 어렵고 고단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영화 속 루이스처럼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럼에도 손을 맞잡기

최근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커다란 화면으로 우주의 풍경을 눈에 담고,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기 위해 IMAX 상영관이 인기를 끌고, 영화관 굿즈까지 연일 화제가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중학교 과학 교사인 주인공 그레이스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우주선 안에서 홀로 깨어납니다. 그레이스는 조각난 기억을 하나씩 되찾으며,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이해하게 됩니다. 외로운 싸움의 길에서 로키라는 외계인을 만나게 됩니다. 난생처음 보는 외계 생명체이지만 점차 가까워지며 깊은 교류를 하고,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처음 만났을 때,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언어는 물론 얼굴과 신체 구조부터 우주선의 생김새까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각자의 행성을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존재라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이때부터 둘은 태양에 문제가 생긴 이유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혼자만의 싸움에서 힘이 더해졌지만, 여전히 거대한 우주의 흐름을 끊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며 희생을 택합니다. 감동적인 우정 앞에 우리는 서로 협력하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손을 맞잡기를 선택합니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사는 우리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애프터 양>: 기억하고, 기억되기 위해

소설과 드라마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파친코>를 보셨나요? 코고나다 감독은 <파친코>를 연출하며,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오사카로 향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코고나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인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계속해서 탐구하면서 영화 <애프터 양>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엔 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안드로이드 로봇 ‘양’이 있습니다. 어느날 양이 고장이 나 작동을 멈추게 되고, 가족들은 양을 고치기 위해 힘씁니다. 간신히 수리를 하던 중, 양의 몸 안에 숨겨진 기억 장치를 발견합니다. 사람의 뇌에서 중요한 순간을 남겨두듯, 양의 소중한 기억들도 장치에 남아 있었습니다. 양이 잠든 현재, 그리고 가족들과 양이 함께 했던 과거의 하루하루가 겹쳐지면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우리는 삶의 한 페이지를 닫을 때, 어떤 기억을 남겨둘까요?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색색깔의 폭죽이 터지듯 화려한 날들이 기억될까요? 양의 기억 속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작디작은 순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조용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어느 날, 어머니와 나비가 담긴 액자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방, 푸른 정원에서 함께 가족사진을 찍던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 속에서 ‘기억’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에게 누군가를 기억하고,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럽습니다. 아주 특별하고 유일하지 않더라도 사랑을 주고받은 순간, 함께 웃음을 터뜨린 순간을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합니다.
SF 영화는 우리의 일상과 가장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 실은 가장 가까이 있다는 장르가 아닐까요. 본 적도, 느낀 적도 없는 외계인과의 만남과 가상 세계의 풍경이 왜 이렇게 공감이 가고, 감동을 주는 걸까요?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자꾸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중요한 건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그래서 미래가 불안한 때에 SF 영화는 뜻밖의 감동을 전합니다. 많은 것이 변해가도 우리는 여전히 낯선 존재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알 수 없는 언어에 귀 기울이고,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에 공감하며 나의 삶 또한 그러한 모습이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것,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