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RUPTED PERCEPTION

태현형

DIS-RUPTED PERCEPTION
<DIS-RUPTED PERCEPTION>, 김민채, 태현영, Zhang Shangfeng, 2026.04.08-05.06, 디언타이틀드 보이드, 이미지_양승규

삶에 침투한 낮은 어딘가 구성적이다. 더 이상 하늘의 높음을 문제 삼지 않고 달린다. 걸음걸이가 괴상한 이는 추억보다 앞선 채로 어떤 사실을 앞세우지만 뒤처져 궁한 얼굴로 보낸 세월이 가상을 움직인다. 바퀴가 달린 그것은 수월하게 사방으로 이동한다. 물러섬은 사라진 문지방이 되어 한때 방을 들고 났던 모든 대상을 추모한다. 추호도 없던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온다.

창문이 엎어지는 장면은 언제나 현실과 거리가 멀다. 갑자기 등에 날개가 돋아나 예정에도 없던 비행을 하게 되면 그 거리를 실감할 수 있으리라.
단번에 알아보는 대상들을 나열하면서 잊지 못한 정면을 다소 사무치게 마주하는 것. 나무를 볼 때 우선적으로 시선에 맺힌 뿌리를 억측 없이 구상하였다. 안에 무엇도 들어있지 않은 병을 번갈아 들었다. 오른쪽과 왼쪽, 서로 다른 둘이 지체 없이 멀어지다 부딪치려 든다. 뜻 없는 이국의 보행이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순간 애써 정박한 부두를 떠나는 나룻배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완벽한 오후를 맞이하면서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떨쳐낼 수 없는데 그저 수없이 많을 뿐인 인상과 그것의 부족한 잔상을 동시에 파악한다. 퍽 자연스러운 일이 내게 도래한 것은 둔탁한 고요가 어찌어찌 마련한 세련으로서 버젓이 공간을 차지하는데, 뙤약볕 아래서 느낀 눅눅한 기분이 서서히 누그러지는 것을 오타 없이 모종에 기록하는 바다.

거처 없는 비롯됨을 구하자. 얼룩에 숨긴 얼굴과 사유보다 번진 서정을 사정안에 가둔다. 미루어 짐작한 절정 속에 얽힌 절망을 절로 술회하는 작동은 정작 정적이지 못했다. 묘사할 수 없는 소란이 이유 없이 번들거린다. 부쩍 빈 터에 성긴 꽃말의 부유.

태현영, 돌연, 2026, oil on canvas. 90.9 x 72.7cm 이미지_양승규

주머니에 넣은 잠. 장대에 묶여 있는 장소. 횡단보도투성이 도로가 희끄무레하게 드러나던 때는 새벽녘이었다. 차츰 가물어가던 의식이 돌연 각성하며 발을 구른다. 이 동작을 신호로 가로등은 구부러지고 텅 빈 머릿속은 불빛으로 채워진다.
눈 감고 뜰 때마다 기억의 높이가 달라지고 무엇은 반복을 놓친다. 녹슨 못이 소매를 붙잡고만 있다. 의도된 고정은 어딘가 정적인 느낌. 개념뿐인 방으로 들어가 개념뿐인 의자에 앉는 것. 이보다 관념적인 일이 있을까.

시간을 할애하여 정돈한 삶의 가치는 일단 내지르고 본 고백의 형태와 모습을 공유한다. 유속이 빠른 강물에 뻣뻣한 동작 몇이 일렁였다. 그것은 유영하는 듯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린 인상이었다. 서랍을 열고 뒤엉킨 단상을 곧게 편 후 바로 눈 감는 것으로 직선의 잔상을 조금 더 오래 남겼다. 선택이 예전만 못할 때 이를 아쉬워한 이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감추었다.
고단한 그의 삶은 소스라치게 달아난다.

벽을 허물고 바닥을 드러낸다. 작업은 시들지 않은 꽃이 되어 인부들을 끌어당겼다. 코끝에서 비롯되지 않은 소리가 작업장을 채웠다. 흉흉한 소문이 발을 끌며 지나는 듯한 정경이 순식간에 빈틈을 메운다. 공사다망한 사람들은 울적일 틈이 없어 절반쯤 살아있는 얼굴을 되도록 높게 쳐들었다. 모두가 함구한 사안은 들풀 정도 되나.

종일 앉아 앞날과 눈을 나누고, 얼마 되지도 않은 순간을 오로지 서 있는 시간으로 쓴 것.
내일은 아마 비스듬할지도 몰라. 나눔은 비록 뾰족한 수를 제 뜻에 함의하지 못하지만, 짐작에도 없던 낯선 곳이 덜컹거리며 내게 덜컥 당도한 일이 연신 오르막을 오르게 하는데.

태현영, 방해받는 초점들, 2026, oil on canvas, 97.0 x 145.5cm 이미지_양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