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세 여성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주인공들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세 여성
이미지 출처: Netflix

"나 독립했어"라는 말을 내뱉어 본 적 있나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은 가족과 떨어져 나와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삶. 그렇기에 그 말은 자랑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꺼내게 됩니다. 특히나 그 순간만큼은 무엇이든 혼자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달콤한 상상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독립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걸 그렇게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때부터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신의 판단 하에 결정하고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여야만 하지요.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독립'이자 '자립'이라는 점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세 개의 시리즈 속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의미의 독립을 보여줍니다.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각 주인공의 선택은 모두 조금씩 달랐지만, 누구도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기지는 않았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외톨이에서 체스 천재로, <퀸스 갬빗>

이미지 출처: Netflix

'베스'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엄격한 분위기의 고아원에 들어가 지내게 됩니다. 특유의 붙임성 없는 성격 때문인지 그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외톨이로 남고 말죠. 하지만 베스는 우연한 계기로 체스에 대해 배우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체스에 대한 집착과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결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 베스가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체스판 밖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이 살아가야 했고, 체스계에 발을 들인 뒤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방인 취급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대회 참가자와 유명 선수들이 남성인 환경에서, 베스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자 남들보다 더 많은 편견어린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베스는 이런 압력에 수긍하지 않고, 본인만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세상의 규칙을 뒤집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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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스라는 캐릭터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외부의 끊임없는 압력보다도 베스 자신이 끌어안고 살아가는 '불안'입니다. 어린 시절의 상실과 외로움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이는 베스로 하여금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게도 만듭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약점이나 외로움을 마주하는 데에는 너무나 서툰 인물인 것이지요.

즉 <퀸스 갬빗>은 천재가 정상에 오르는 이야기이면서도, 자신의 상처와 결핍을 외면하지 않은 채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베스의 대결은 체스판 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약점과 마주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까지 포함해, '독립'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넷플릭스 <퀸스 갬빗>

퀸스 갬빗, 지금 시청하세요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1950년대 한 보육원,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향하며, 체스 스타의 여정을 이어간다. 하지만 더 이기고 싶다면 중독부터 극복해야 한다.

지하 벙커에서 세상 밖으로,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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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통째로 잃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런 사람을 다룬 작품이 있다면 어두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거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는 이런 절망적인 배경이 바탕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진행해나갑니다.

중학생이던 키미는 사이비 교주에게 납치되어 지하 벙커에서 세계가 이미 멸망했다는 거짓말을 들으며, 15년이라는 세월을 보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벙커 문이 열리고 FBI가 나타납니다. 긴 세월 동안 지하에 갇힌 키미를 비롯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키미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놀랍게도 절망에 무너지거나 눈물을 쏟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풍경을 바라봅니다. 세상은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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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이뤄진 TV 토크쇼에 참여 후, 키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에 남기로 합니다. 더 이상 지하에서 엉겹결에 탈출한 '두더지 여인'으로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에 때묻지 않은 태도, 나이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어디서나 튀어보이지만, 키미는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시련을 어떻게든 맞서고자 합니다.

물론 키미 역시 종종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고,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15년이라는 벙커 속의 시간은 극중에서는 굉장히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 트라우마는 쉽사리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키미는 조금은 이상한 현대 사회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가며, 사람을 믿고 세상과 연결되려 합니다. 빼앗긴 시간을 이유로 멈춰 서기보다, 다시 삶을 시작하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키미에게 있어 독립이란 거창한 성공이나 성취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과거를 안은 채 오늘을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데 있습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넷플릭스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지금 시청하세요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종말론 사이비 종교에서 구출되어 뉴욕으로 온 키미 슈미트. 종말했다고 믿었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초긍정녀 키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평범한 여성에서 사교계의 사기꾼으로, <애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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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자신의 재능과 성격으로 세상과 맞서나가는 드라마를 소개했다면, <애나 만들기>는 조금 다릅니다. <애나 만들기>는 억만장자의 상속자로 사칭한 애나 델비라는 여성이, 어떻게 뉴욕의 부자들을 속였는지 쫓는 실화 바탕의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주인공 '애나'를 둘러싼 뉴욕 사회는 철저하게 자본과 인맥으로 움직이는 공간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류 사회는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만이 자연스레 진입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여기에 진입하기 위해서 누구든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지요. 하지만 애나는 그 문턱 앞에서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대담하게 규칙을 활용하고, 때로는 뒤틀면서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런 애나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성공의 조건과 사회적 기준을 되묻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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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나는 단순히 야망으로만 이루어진 인물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하고, 누구보다 민감하게 남들의 평가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끝까지 놓지 못하고, 남들의 인정을 요구하며 사기극의 규모는 점점 커지게 됩니다. 이는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뒤틀린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애나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정해진 자리 안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다른 위치를 상상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

애나 만들기, 지금 시청하세요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대담한 사업가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독일 출신 상속녀 신분으로 접근해서 뉴욕 엘리트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나 델비. 한 기자가 애나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작품이 모두 특별한 상황 속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아주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정받고 싶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고,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극단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욕망만큼은 낯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바탕으로, 당장 주어진 위치에 머무르기보다 스스로의 방향을 만들고 나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물들의 성공이나 실패보다도 선택의 과정에 더 눈길을 주게 됩니다.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갈등하는 모습까지도 말입니다. 어쩌면 좋은 성장 서사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정답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역시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 속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도록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독립이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매일 자신의 선택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