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Clipper
김혜빈, 임세빈, 최화영
전부를 논한다. 전부터 하고자 한 일이나, 어째서 지금에서야 시작하게 되었는지 자문한다. 대상의 끝에 자리한 의문은 "여기까지 왔지만, 애석하게도 더는 없어. 그럼에도 수고는 여전히 남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를 듣는 둥 마는 둥, 손가락을 접고 펴고.
시의를 붙잡고 실의에 빠져, 아니 실의에 빠졌기에 시의를 붙잡았겠지만. 시의를 붙잡았는데도 실의에 빠지는 건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인 듯해 마른 바람을 별다른 저항 없이 맞았다.
뒤늦은 예고가 먼발치를 손등에 기록한다. 그곳에 괸 턱이 무방비의 시간을 대표할 때 서두름과 의표가 만든 식사의 양은 점점 줄어든다.


김혜빈, 붉은 날개, 2025, 한지분리술, 2합 장지, 홍먹, 주먹, 동양화 안료, 경첩, 65 x 65cm 이미지_양승규

일 인분이라기엔 그 수가 분명하지 않은 생각을 할당받았다. 고즈넉한 길 위에 고이 잠든 넋을 표현이 넉넉해질 정도로 바라보고 뒤돌아 예의 생각이 방심하도록 의도했다. 꾀함은 당장 드러나지 않겠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부주의한 모습이 텅 빈 시야를 가리고 이윽고 나는 어떤 부족을 면하리라.
응시보다 더한 건 응당 그래야만 하는 웃음이며 그사이를 파고드는 눈 맞춤과 더불어 쏜살같던 이야기, 춤을 추는 꽃 무더기가 심하다.
손을 세 번 씻었다. 줄기차게 바라본 풍경은 이전보다 조금 닳았고, 나의 것이 아닌 기다림을 조금 지겨워했다. 떠오름의 무게는 작정이라도 한 듯 무거워지는데.



하루를 두 번 사는 기분이야. 요즘 나는 정확한 지점에 고개 떨구는 연습을 하지. 막상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에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으로 시간을 갉아먹고, 날카로우면서 뜨거운 부스러기를 미련 없이 털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 돌을 부수고(대개 은유적이지만, 실제로 그러기도), 짐작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그 끝에,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어찌 보면 나의 일면인가 싶다. 부분은 어디까지나 부분일 뿐이고 전체의 상은 어렴풋하기만 한데. 다분히 가시적인 세상을 생각했었다.
가까운 곳으로 간다. 의지의 표명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