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다

익숙한 재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로컬 브랜드 3곳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제철 식재료를 찾게 됩니다. 얼마 전 봄동 비빔밥이 갑자기 유행했던 것처럼, 그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즐기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죠. 식품 산업과 유통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료 자체보다는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경험으로 전달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순히 로컬 농산물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어 고유한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 퀄리티에 집중하면서도 지역 생산자와 상생하며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죠. 재료를 다루는 방식은 곧 브랜드만의 개성으로 이어집니다. 친숙한 농산물로 더 많은 소비자와 연결되는 국내 로컬 브랜드 3곳을 소개합니다.


충주 사과의 새로운 가능성, 댄싱사이더

이미지 출처: 댄싱사이더 공식 홈페이지

‘사이더(cider)’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를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탄산음료를 부르는 단어로 쓰이지만, 사이더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럽의 대중적인 술입니다. 국내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써머스비’가 대표적인 예시이죠. 국내에도 한국식 애플 사이더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2018년 충주에서 시작한 ‘댄싱사이더’는 다양한 사과 증류주를 선보이며 과실주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죠. 충북 충주는 풍부한 일조량과 높은 일교차로 국내 최대 사과 생산지로 손꼽히는데요. 댄싱사이더는 특유의 단맛이 일품인 부사나 홍로를 착즙하여, 인공 감미료 없이 달콤하면서도 5도 정도의 낮은 도수라 부담 없는 애플 사이더를 만듭니다.

이미지 출처: 댄싱사이더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댄싱사이더 공식 홈페이지

댄싱사이더는 고유한 양조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오크스피릿’은 과실 증류 원액을 오크나무 통에서 숙성하여 만든 증류주로, 우디한 맛과 부드러운 바닐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크스피릿은 최근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죠. ‘스프링 블라썸 & 샤인그린’은 식전주나 디저트 와인으로 즐기는 제품으로, 화사한 디자인 덕에 피크닉이나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충주 사과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소주와 맥주가 대부분인 한국 주류 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댄싱사이더.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등 사이더의 본고장에서도 인정받으며 즐겁고 경쾌한 주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간식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귤메달

이미지 출처: 귤메달 공식 홈페이지

제주도민은 돈 주고 귤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귤은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물인데요. ‘귤메달’은 무궁무진한 귤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시트러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감귤부터 레드향, 천혜향, 청귤 등 23종의 품종을 380명의 농가로부터 공급받는데요. 제주의 어느 감귤 농장으로부터 시작한 귤메달은 제주 감귤을 전문적으로 유통해 온 농업회사이기도 합니다. 자체 생산자 커뮤니티 ‘시트러스 클럽’을 운영하며 매입과 유통 지원부터 컨설팅까지 진행하며 농가와 긴밀히 협업하고 상생하고 있죠. 이렇게 감귤 농가의 전문 재배 기술과 귤메달만의 제품 개발 역량이 맞물려 착즙 주스부터 사탕, 콜라겐, 패션 아이템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비짓제주
이미지 출처: 비로컬

귤메달은 제주 탑동에 카페 ‘귤메달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쇼룸처럼 꾸며진 매장에서는 공간을 구경하면서 주스탭에서 여러가지 품종의 주스를 마셔보는 등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죠. 이번 5월에는 귤꽃이 피는 시기를 맞이하여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유니클로와 콜라보한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귤메달은 최근 성수나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을 진행하고,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나가는 중입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브랜딩으로 제주의 흔한 농산물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며 농산물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딸의 콜라보레이션, 핑크김치

이미지 출처: 핑크김치
이미지 출처: 우먼센스

강화도가 ‘순무’로 유명하다는 걸 아시나요? 순무는 일반 무와는 달리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특징인데요. 강화의 맑은 해풍과 깨끗한 물, 그리고 영양가 많은 토양은 순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하죠. ‘핑크김치’는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농산물 브랜드입니다. 잡지 에디터로 일하던 김경민 대표는 농부인 어머니의 맛있는 순무 김치 레시피를 이어받아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어머니의 이름을 딴 ‘안옥천순무김치’로 시작했지만, 브랜드의 확장성을 위해 발효 과정에서 분홍빛으로 물드는 순무의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리브랜딩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마르쉐at 페이스북

핑크김치는 노지에서 직접 재배한 순무와 태양초 고춧가루, 강화도 새우젓, 한라산 더덕 등 건강한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그는데요.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김경민 대표는 자신에게는 익숙하지만 대중에게는 낯선 식재료를 애정어린 시선을 기반으로 재해석합니다. 순무 동치미나 라페, 피클, 솜땀 등의 메뉴를 개발하여 순무가 지닌 다채로운 맛을 널리 알리고 있죠. 핑크김치는 온라인 샵 외에도 강화도 지역 축제나 마르쉐 채소시장, 서울 리빙 디자인페어 등 오프라인 행사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국내 여행지에 가면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맛과 모양의 기념품을 마주하게 됩니다. 단지 그 지역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로컬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해당 지역 농산물을 단순히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여 장점을 살리고, 지역 농가와도 상생하면서 이를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해 선보일 때 비로소 로컬을 넘어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익숙한 농산물을 감각적으로 번역하여 소비자와 만나고 있는 세 브랜드. 앞으로도 이 로컬 브랜드들이 꾸준한 실험과 도전으로 국내를 넘어 경계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 조선비즈, 댄싱사이더, 사과 증류주 '오크스피릿' 대한민국 주류대상 2년 연속 대상, 권유정, 2026.04.02.
  • 인천일보, 김경민 핑크김치 대표 “강화 순무의 매력, 널리 알릴 것”, 안지섭, 2026.03.29.
  • 더나은미래, 귤은 즐기고, 배는 마신다…‘요즘 로컬’의 방식, 조유현, 2025.10.27.
  • 중앙일보, [Cooking&Food] “한국 식문화와 잘 어울리는 ‘애플사이더’ 널리 알리겠다”, 송정, 2023.07.28.
  • differ, 우리의 색은 순무 핑크,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