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사람을 모으는 법

플랫폼 바깥에서 자리를 만드는 로컬 커뮤니티 세 곳

지방에서 사람을 모으는 법

오늘날 우리는 앱 안에서 수백 개의 모임을 둘러볼 수 있지만,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얼굴을 마주할 사람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웃의 이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채로 하루가 지나가는데요.

지방 도시에서는 그 거리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선택지 자체가 적은 곳에서 사람과의 연결은 더 많은 품이 들고, 그마저도 마땅한 통로가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런 일상 속에서 빈 상가를 직접 고쳐 아지트를 만들고, 재능과 생활기술을 나누고, 동네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방의 로컬 커뮤니티 세 곳을 소개합니다.

청년 아지트, 'wiw'

출처: 위우 공식 인스타그램

위우는 목포 골목의 빈 상가를 송하진 대표가 직접 고치고, 가구를 만들어 채운 공간입니다. 20세기 미국 예술가들이 먹고 자고 작업하던 스튜디오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방도 벽도 없이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통 구조, 1층 통창 너머로 공간의 풍경이 바깥에서도 보이는 것이 그가 원했던 그림이었습니다.

원래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게스트하우스 리모델링을 도우러 목포에 내려왔는데, 막상 와보니 예산이 없었고 살 집도 마땅치 않았다고 합니다. 어차피 고쳐야 한다면 내가 꿈꾸던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의 위우입니다. 기록을 남기자는 생각에 공사 과정을 릴스로 올렸는데, 그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팔로워 1.2만 명을 모았습니다.

위우에서는 모각작(모여서 각자 작업하는 모임), 목가심(목포가 심심한 사람들 모임) 등 다양한 소셜 모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하거나, 심심한 사람들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가볍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재능·생활기술 교환소, '지향집'

출처: 다시입다연구소 공식 웹사이트

전주엔 노란 대문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 한 채가 있습니다. ‘지향집’이라는 이름은 운영자 모아 씨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어머니가 십대 시절 살았던 집이기도 합니다. 모아 씨는 대학 시절 이 집을 수리해 에어비앤비 숙소 ‘모악산의 아침’을 시작했고, 이후 제로웨이스트 비건 장터 ‘불모지 장’과 유기견·유기묘 임시보호까지 이어졌습니다. 주변에서는 한옥마을 근처의 구옥을 두 번째 숙소로 운영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모아 씨는 이 공간을 커먼즈의 장소로 내놓았습니다.

지향집에서는 요가, 반찬 나눔, 비건 식탁, 음악회, 북콘서트까지 무엇이든 열 수 있지만 정해진 비용은 없습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율 기부와 자율 활동으로 운영되는 구조인데요. 참여자가 곧 기획자가 되어 자신의 재능과 생활기술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렇게 운영한 지 올해로 4년째입니다. 초기 몇 달은 적자로 마음을 졸였지만, 지금은 자율 기부금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운영자가 될 수 있는 곳. 지향하는 바는 달라도 공유하는 마음은 같은 곳. 지향집은 그렇게 전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 네트워크, '소소'

출처: 소소 공식 블로그

소소의 시작은 가죽공예 취미모임이었습니다. 배우고 싶은데 혼자 하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사람을 모아 단체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모임이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고, 모이다 보니 차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술 한 잔 할 친구가 없는 사람, 외로워하는 1인가구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거죠. 대표 본인도 1년 정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 그래서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 필요할 때 같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단체를 꾸렸습니다.

2020년에 남양주시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소소는 호평동에 자체 모임 공간을 갖고 있고, 뜨개·독서·다꾸 같은 소모임은 평일 저녁에, 프로젝트는 첫째·셋째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말 소소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활동적이지 않아도 괜찮고, 재미있는 걸 하고 싶거나 친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는 메시지를 SNS로 꾸준히 보내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매칭해주지 않아도 사람은 모이고, 수익 모델이 완벽하지 않아도 공간은 유지됩니다. 위우, 지향집, 소소. 이 세 곳의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문을 열었고, 그 문 앞에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점차 자기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들은 누군가에게 그 첫 발판으로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