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고 느껴질 때 에디터가 듣는 영화 음악

퍼펙트 데이즈부터 싱 스트리트까지

혼자라고 느껴질 때 에디터가 듣는 영화 음악

홀로 선다는 것은 생각보다 외로운 일입니다. 어쩌면 자립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여도 괜찮은 마음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온전히 홀로 설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 에디터로 자립 중인 필자는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면 영화 음악을 듣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아 있는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방식으로 홀로서기를 통과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떠올라요. 그러면 어느새 혼자 있어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듭니다. 지금 혼자이거나, 혼자이길 준비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영화 속 음악을 소개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완벽한

<퍼펙트 데이즈> 속

Perfect Day - Lou Reed

이미지 출처: 영화 <퍼펙트 데이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지나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책을 읽거나 단골 음식점에서 반주를 즐기는 하루. 도쿄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삶은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영화에는 루 리드(Lou Reed)를 비롯해 Patti Smith, The Animals, Nina Simone 등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명곡들이 다수 등장해요.

그중에서도 제목과 같은 이름의 ‘Perfect Day’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곡입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하루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 우울한 멜로디 라인과 루 리드의 냉소적인 보컬 톤이 섞이면서 노래는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냅니다. 오늘 하루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냈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Just a perfect day
You made me forget myself
I thought I was someone else
Someone good
정말 완벽한 하루
넌 나 자신도 잊게 만들었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어
더 나은 사람으로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인사이드 르윈> 속
500 Miles - Justin Timberlake, Carey Mulligan, and Stark Sands

이미지 출처: 영화 <인사이드 르윈>

1960년대 뉴욕, 포크 싱어 르윈 데이비스가 음악과 생계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는 시간을 담은 영화 <인사이드 르윈>입니다. 음악에 대한 높은 이상을 품은 르윈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코엔 형제는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시선을 통해, 끊임없이 어딘가로 향하지만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르윈을 비춥니다.

이때 르윈은 친구들과 함께 ‘500 Miles’를 부릅니다. 이는 미국 포크 아티스트 Hedy West(헤디 웨스트)가 작곡한 노래로, 이후 수많은 가수들에게 리메이크되었는데 특히 포크송 트리오 그룹 Peter, Paul and Mary(피터 폴 앤 매리)의 버전으로 대중에게 가장 크게 알려졌죠. 이 곡에서 ‘500마일’은 실제로 내가 꿈꾸던 모습과 현재의 나 사이의 거리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떠나왔지만 원하는 곳에 닿지 못했고,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주인공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꿈을 좇고 있지만 불안하고 멈추자니 아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그래도 여전히 길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Lord, I'm five hundred miles away from home
Not a shirt on my back
Not a penny to my name
Lord, I can't go back home this-a way
주여, 저는 집에서 오백 마일 멀리 있습니다.
등에는 셔츠 한 벌 걸치지 못했고
내 이름으로 된 동전 한 푼 없어요
주여, 이 꼴로는 차마 집에 돌아갈 수 없어요

혼자여도 필요한 건 ‘함께’란 순간

<굿 윌 헌팅> 속

Say Yes - Elliott Smith

이미지 출처: 영화 <굿 윌 헌팅>

<굿 윌 헌팅>은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던 천재 청년 윌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마주하는 영화입니다. OST엔 앨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노래가 5곡이나 수록되어 있는데요. 1990년대 미국 대표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그의 음악은 상처와 외로움을 품은 윌의 내면을 가장 잘 대면하는 듯합니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Miss Misery’는 영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죠.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Say Yes’는 ‘앨리엇 스미스답지 않게 밝은 노래’라는 평가를 받는 곡이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내디뎌 보자는 담담한 용기가 담겨 있어요. 누군가를 믿는 일도,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일도 결국은 혼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에 이 노래는 더욱 위로가 됩니다.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혼자 견뎌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영화와 노래는 조용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No one says it 'til it shows
See how it is
they want you or they don't
Say yes
드러나기 전까진 아무도 말하지 않죠
있는 그대로를 봐요
사람들이 날 원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걸
‘yes’라고 해요

출발선상에 선 그대에게

<싱스트리트> 속

Go Now - Adam Levine

이미지 출처: 영화 <싱 스트리트>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 집안 사정과 학교생활에 지쳐 있던 소년 코너가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합니다. 그러다 소녀 라피나를 만나면서 강렬한 전환점을 맞게 되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나기로 합니다. ‘원스’, ‘비긴 어게인’을 연출한 음악 영화 장인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인 만큼 극 중 밴드에서 선보이는 음악의 완성도가 무척 높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Adam Levine(애덤 리바인)의 ‘Go Now’는 제목 그대로 "지금 떠나라"라고 말하는 곡입니다. 익숙한 곳에 머무르는 대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고 용기를 불어넣는 듯한 멜로디와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이 노래와 함께 코너와 라피나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로 바다를 건너지만,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두렵기보다 눈부시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언제나 완벽한 준비를 마친 뒤 출발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나 인생에는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 항해를 시작해야 할 때가 찾아오곤 하죠.

You're right, go on
Keep running for your life
Made up your mind
No going back now
네가 맞아, 계속 나아가
네 삶을 위해 힘껏 달려
마음은 이미 정했잖아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시절을 지납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믿는 법을 배우고, 누군가는 반복되는 하루를 견디며 살아갑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길을 잃고 방황하고, 결국에는 두려움을 안은 채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죠. 이들의 삶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됩니다. 혼자라는 감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보다 먼저 같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요. 오늘도 홀로서기를 연습하고 있는 당신 곁에서, 이 노래들이 동행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