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artia 하마르티아
강민서, 박지원
눈독 들이기. 첨예한 의식적 궁핍에 발 뻗은 자세와 연약한 무리를 던지는 것 혹은 건지는 것, 어둠. 찬란한 빛을 우습게 여기는 소등.
빈방에 걸린 긴 밤 내지 긴장은 자신이 떨도록 내버려둔 뭔가를 훔치려 찾고 또 젖은 소매와 같은 앞가림을 낳고.
춥다는 건 유언이 될 수 없대. 죽음에 이르는 걸음엔 말이 없지. 완전함. 이를 두드리며 시큰해진 눈가를 누군가로 문질러 물밀듯 밀려오는 저릿함이 장난을 가장한 난장으로, 이젠 뜰이 없는 한 사내로.


강민서, 이빨의 악마 스크롤, 2025, 나무와 종이에 템페라, 14.5 x 85cm / 박지원, 다프네의 뱀, 2026, 캔버스에 유채, 117x80cm 이미지_양승규
녹은 눈이 쏟아지는 광경에 빗대 허수를 논한다. 나는 마지막까지 어떠한 형태를 유지한 이의 고독이었다. 고통의 그림은 물체보다 비대한 그림자 따위의 것으로 겉모습과 판이한 속마음을 부질없이 묘사한다. 비질 없는 방이 부적절하게 여겨진다. 이 여김은 한때 겪은 어림에서 비롯된 사실일 터인데, 분명한 자취와 낯선 이와의 만남이 판단 앞에 흐린 하늘, 자욱한 안개 및 공교로운 그늘을 전부 그들이라 생각하게 하였다. 그들. 무리 지어 다니지는 않지만, 떼가 되지 않은 적이 없던, 결국 목적과 행동의 부재로 덩그러니 입에 맺은 그이들. 가로등이 높다고 난 그것을 높여 부르지 않아 추종의 외길, 일방적인 시선은 죽일 듯이 아프네.

덮은 책은 취급하지 않는 책장 앞에 적막을 응시하는 의자와 그 곁에 멍한 책상이 있다. 되풀이되는 소리. 공교로운 인상의 어제는 오늘과 말을 나눈다. 깨진 창문을 연상시키는 균형 아래 기꺼움과 고까움이 덧없이 흐를 때 한없이 웃었던 그와 나는 어떤 시기를 앞선다.
검은 날 달이 저물자, 저 멀리서 다가오던 규칙은 급급한 모습을 두르며 허투루 쏜 살을 보고, 자신이 관여한 대수로움에서 뜻하지 않은 그리움을 느낀다. 켜진 장막, 그 사이로 느슨한 의도가 흐르고 범람에 범접한 사내의 주변은 물기를 머금었다.
불과 행운에 가닿았던 게 되는대로 삼은 미와 애써 추린 어지럼증으로 갈라지며 미래를 논하듯 고한다. 혹은 그 반대가.

빈 잔이 등잔이 된 것. 머리맡의 열을 식히는 생각은 바람이라도 된 듯 불어와 한때 삭인 화가 감춘 자취를 겨냥한다. 이를 기념으로써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지 시계와 나는 물체의 아래쪽 부분을 노려본다. 뚜렷한 의문이 눈에 보이려 들었다.
올곧은 말로, 직선의 결말이 끄는 수레 위에 죄다 문고리가 없는 문들뿐이었고, 그것들이 벽이 되지 못한 건 변변치 않은 변장과 수고의 역 때문이었다. 사물의 윤곽 정도는 어찌어찌 분간할 수 있는 빛이 든 방에 예의 수레를 대고 사라진 시선 찾기. 허물어질 일이 없는 뒤로 걷기.
갈수록 무뎌지는 두드림이 손의 기척을 절로 내면화했다.


박지원, 입에 무는 것, 2026, 동판에 에칭, 35.5 x 35.5cm / 강민서, 하마르티아, 2026, 동판에 에칭, 23 x 18.7cm 이미지_양승규
슬퍼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