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잔치의 주인을 찾아서

흥행한 지역 축제 속, 자립의 조건

지역 잔치의 주인을 찾아서
ⓒ한국관광공사

'김천' 김밥축제가 서울에서 돌아온다. 2025년 기준 이틀만에 김천시 인구 13만 명보다도 많은 15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던 가장 성공적인 지역 축제였다. 그런데 올해는 '지역'을 떠나 현지 개최에 앞서 서울 롯데백화점 팝업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백화점 측은 이를 "지역 인기 F&B 콘텐츠를 빠르게 서울로 들여오는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이 2년에 걸쳐 키운 축제가 그 땅을 밟기도 전에 수도권 자본에 선점되는 이 장면은, 요즘 지역 축제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역 발전의 도구로 기획된 축제가 정작 지역 스스로 서는 일과 얼마나 가까운가.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잔치는 열렸지만 주인은 없다

ⓒ연합뉴스

지역 축제는 숫자로는 계속 성장 중이다. 2024년 전국 지자체 행사·축제 예산은 약 1조 4천억 원으로 5년간 20% 증가했고, 축제 수도 884개에서 1,170개로 32% 늘었다. 그러나 이면의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같은 기간 전국 지역주민의 지역 축제 참가율은 9.6%포인트 하락했고, 외부 방문객 비율도 1.6% 줄었으며, 1인당 관광소비액은 13% 떨어졌다. 예산도 축제 수도 수십 퍼센트 늘었는데 경제 효과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군 단위 지자체들이 국비와 교부세, 사실상 남의 돈으로 수십억짜리 축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의 핵심 문제는 하나로 압축된다. 주체의 부재다. 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하고, 외부 기획사가 프로그램을 짜고, 방문객은 SNS에 올리고 떠난다. 지역 주민은 교통 통제와 뒤처리를 맡는 역할로 남는다. 잔치는 열렸지만 주인은 없다. 주체가 없는 축제는 외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설 자리를 잃는다. 지역을 소재로 삼는 것과, 지역이 그 콘텐츠의 주인으로 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주인 있는 잔치는 어디서, 어떻게 가능한가.


그럼에도, 주인을 찾아가는 잔치들

주체 부재의 구조 안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선 축제들이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외부에서 콘텐츠를 수입하는 대신, 이미 그 땅에 있는 것을 뿌리로 삼았다는 것. 그리고 그 뿌리가 외지인에게도 "왜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됐다는 것이다. 찾아옴의 당위, 즉 그 지역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곧 축제의 자립 가능성을 결정한다. 다만 자립의 깊이는 각각 달랐다.

구미 라면축제

2025 구미라면축제 전경. ⓒ News1 정우용 기자

주체 부재의 축제들이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지역에 없는 것을 끌어와 채우려는 것이다. 구미는 반대로 움직였다. '회색 공단'이라는 오명을 안고 살던 이 산업도시는 신라면의 80%, 짜파게티의 90%를 만드는 농심 공장이 실제로 자기 땅에 있다는 사실을 콘텐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외부 기획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 그 자체가 축제의 근거가 된 것이다. 2022년 1만 명에서 2025년 35만 명으로 성장했고, CNN은 구미를 'K-라면의 성지'로 조명했다. 사람들이 구미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라면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매일 먹던 그 라면이 만들어지는 바로 그 도시에 간다는 경험, 즉 원산지의 아우라가 이 축제를 다른 어떤 라면 행사와도 구분 짓는다. 그 아우라는 구미 밖에서는 만들 수 없다.

김천 김밥축제

김밥축제 현장 속 김밥과 뻥튀기 그릇. ⓒ김천시

지자체 주도 축제의 또 다른 문제는 어디서나 열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대체 가능한 콘텐츠는 외부 자본에 쉽게 선점된다. 김천은 '김밥천국'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언어유희적 우연을 역발상으로 뒤집어, 지명 자체를 축제의 정체성으로 만들었다. 오직 김천이어야만 성립하는 서사다. 정체성에 맞는 디테일도 함께 했다. 뻥튀기를 김밥 그릇으로 활용해 친환경과 바이럴을 동시에 잡았고, 소풍 콘셉트에 맞게 사명대사공원 일대를 장소로 골라 업체 10곳, 김밥 1만 개로 규모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 그 제한은 오히려 희소성과 화제성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김밥 축제'가 아니라 '김천에서 열리는 김밥 축제'에 반응했다. 이 서사의 과실이 서울 팝업으로 먼저 소비되는 지금의 구조는, 기획의 주체는 지역에 있어도 수익은 지역 밖으로 흐르는 역설을 드러낸다. 자립의 효율을 증명했지만, 자립의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무주 낙화놀이축제

낙화놀이 전경. ⓒ무주군

외부 보조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지원이 끊겨도 지속할 이유가 지역 안에 있는 것이다. 무주 낙화놀이는 그 조건을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온 사례다. 뽕나무 숯가루와 쑥으로 만든 낙화봉에 불을 붙이면 불씨가 꽃잎처럼 흩날리는 이 전통을, 무주 지역 공동체는 낙화놀이 보존회와 함께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을 토대로 옛 전통을 직접 복원했다. 2016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이 불꽃은 무주에서만, 무주 사람들의 손으로만 만들어진다. 어디서도 수입하거나 복제할 수 없다. 올해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료화로 전환한 것은 외부 보조금 없이 이 잔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세 사례 중 가장 느리지만, 자립의 층위에서는 가장 깊은 곳에 서 있다. 콘텐츠의 주인이 지역이고, 수익 구조의 주인도 지역이 되려 하고 있다.

잔칫상의 잃어버린 주인들을 찾아서

Once In A Lifetime Journey

지역 축제가 성공할수록 왜 지역의 것이 아니게 되는가. 주체 없이 열린 잔치는 성공하는 순간 외부에 선점된다. 구미와 김천의 사례는 '지역에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조건임을 보여주고, 무주의 사례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뿌리가 지역에 있어도, 그 과실을 거두는 구조가 지역 바깥에 있다면 잔치가 끝난 자리에 남는 것은 지역이 아니다.

지역 자립을 위한 축제란 무엇인가. 외부가 먼저 손대기 전에 지역이 먼저 누릴 수 있는 것, 지원이 끊겨도 다시 차릴 이유가 그 땅 안에 있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외지인도 납득해 기꺼이 찾아오는 것. 세 조건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잔치는 주인을 되찾는다.

​참고 문헌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03111387
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50815484374305
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33017012263626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518506768?OutUrl=naver
https://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6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