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ch Every Angle
오로라 아라치, 션준
깨끗한 손잡이가 유독 돋보이는 것은 주변이 더럽기 때문일까. 그는 이와 같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숨겨져 있는 뭔가를 찾았다. 때론 그러다 종종 헤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복잡함과 깊이는 그의 주 행동반경이었고, 그런 식으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삶은 부연이 생략된 섬 같기도 했다. 간혹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번에 느껴지지 않은 것. 인식의 모자람보다는 대상에 내재한 가치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고 곧 다가올 방식을 위해 낯 정리에 돌입한다. 분주한 두 손과 다르게 두 발은 한가로이 공중에 유영하는데, 꿈이라도 꿀 기세다. 손끝에 닿은 결백한 미소. 좌우로 확장한다.

저녁은 금방 꺼질 듯한 불처럼 위태로웠다. 방안을 가득 적신 형광등 불빛은 메마른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동안 아껴 두드리던 벽장은 조용하게 제 속을 보였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 텅 빈 공간은 괜스레 영원함을 좇았으며 나는 자연스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이 어떤 효력을 잃은 듯하다.
논리적으로 결백한 공간을 투명하게 바라보다 시도와의 거래에 조금 늦곤 했다. 기다림을 인식하는 그것의 모습이 사뭇 낯설어 놀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평소는 내가 늦은 만큼 뒤늦게 나타나 어색함을 둘둘 말아 구석으로 치웠다. 서로가 마련한 시간은 한쪽으로 쏠림을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층계참에서 바라본 새벽은 무엇도 아닌 새벽이었다. 다른 존재로서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내면을 유지한 채(단단히 걸어 잠근 채) 외형만 변모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은 일종의 외길인 것이다. 그 길에서 뒤돌아볼 순 있어도 그 회전이 지나온 여정을 향한 나아감은 아니었고, 막다른 벽의 마주함이나 그에 준하는 행위의 일종일 뿐이었다. 눈앞의 새벽에 대한 감상은 의식에 경험하지 않은 잔상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가만히 얼어 있는 동안 홀로 이동을 불사해 계단 초입에 붙은 숨. 과묵한 이의 달변을 본 듯, 뜻 모를 형태로 뻗어나가는 걸음 수에 오르내림이 있다.

혼돈을 방불케 한 순간은 길었다. 순간 치고 긴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순간이 아닐 만큼 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존재의 연장과 겁 없는 사유 앞에서 나는 조금 떨었는지도 모른다. 존재의 끝은 두려움을 일게 하는 걸까. 혹은 그 반대가 생각끼리의 편차를 줄이며 나아감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지도.
익숙함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무질서를 평한다. 걔 중에 옳은 것과 그른 것, 이제까지 없던 것 그리고 지나치게 우수한 것이 그들에 의해 발견되고, 아직 목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순수히 발현된다.
문을 놓고 창문으로 드나드는 개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기억하는 뱉음 속에 구어체로 적힌 하소연이 있다. 이를 읽는 이들마다 한쪽 팔을 벌려 사선으로 무엇을 겨누고 그렇게 내면의 소용돌이를 일부 더는데, 그것을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선심 쓰듯 덧붙이자면 별 볼 일 없는 추동이다.
게워 내는 동작은 비움의 한 측면으로서 시기를 논하고 돌연 화를 내며 물러섬에서 떨어질 듯 굴었다.
바람이 불 때면 더욱 의기양양해지는 겉돎을 봐. 그것은 당연하다시피 해가 저물기를 바라는데, 막상 그때가 되어 주변이 어두워지면 예의 공전(空轉)은 의기소침해져서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변칙적인 하루가 몸을 뒤집었다. 속절없는 생활은 둔한 성격 어디 버리지 못하고 심드렁하게 사물 위에 앉아 있다. 어제처럼, 혹은 그 전날과 같이.
몸을 일으키는 일이 정답지 않다면 그동안 각자가 향했던 곳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겹치지 않는 기준을 사방으로 내밀지도 모른다. 이를 예상하면서도 가능성을 돌려 등지지 못한 건 외면은 숱할 수도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기껏 오른 높이가 사실 쏟아지는 빛의 꼭대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 탓이었다.
연필을 쥔 손 모양의 다양성에 대해서 생각한다. 점점 불어나는 세계와 책상 끄트머리의 이지러짐이 꼭 며칠 전에 줍지 못한 종잇조각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