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지리산까지 나를 찾아가는 사찰 3곳

봉은사, 개심사, 천은사

도심에서 지리산까지 나를 찾아가는 사찰 3곳
천은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서점가를 거닐다 베스트셀러 책장 앞에 서면, 사람들이 어떠한 관심사에 몰두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언제부터인지 싯다르타와 불교에 관한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불교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불교 박람회는 발 디딜 곳 없이 붐비고, 템플스테이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오래된 사찰을 천천히 거닐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봄이 시작된 후 서울부터 충청도, 전라도를 넘나들며 여러 절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템플스테이로 찾아간 천은사의 새벽예불 시간에, 까맣게 잊고 있던 오래된 고민과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때마침 스님이 말을 건넸습니다. 평소 예불 중 말을 자제하지만,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듯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을 비우고 스님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온전하고 완벽한 나를 꿈꿉니다. 하지만 흔들리고 불안할지라도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고 마음을 다잡는 힘이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사찰 3곳을 안내합니다.

봉은사: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절

봉은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고요한 절에서 하루를 보내는 템플스테이,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하지만 깊은 산속 절을 찾아가는 길만 생각해도 벌써 힘이 부치기도 하죠. 당장의 여유가 없다면 서울 도심 속 봉은사를 추천합니다. 봉은사는 지하철 삼성역과 봉은사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많은 행사와 볼거리로 붐비는 코엑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합니다.

 

봉은사,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올해 불교박람회 또한 코엑스에서 개최되어서, 박람회를 구경한 후 봉은사를 둘러 여유롭게 산책하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봉은사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편리한 교통에, 건물이 가득한 삼성동 한가운데 있는 절이라니, 작고 소박하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봉은사를 찾아 들어가면 그 규모와 역사에 놀라게 됩니다.

 

봉은사 미륵대불,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봉은사 미륵대불,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봉은사는 신라시대인 794년에 세워져, 천년이 넘은 역사 깊은 사찰입니다.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인 목조석가여래 삼불좌상부터 많은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찰 한편에 마련된 미륵대불을 본 순간, 그 크기와 웅장함에 압도되었습니다. 미륵대불은 23m가 넘는 높이로, 자연을 뒤로한 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거대한 미륵대불 앞에 잠시 소원을 빌기도 하고, 생각을 비운 채 바람을 맞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돌아올 힘을 얻게 됩니다.

 

대중교통: 서울 2호선 삼성역, 9호선 봉은사역 인근 / 템플스테이: 운영

 

개심사: 단 하나뿐인 청벚꽃이 피는 절

개심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하루 여유를 부릴 수 있던 날, 가족과 함께 충청남도 서산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2~3시간 거리의 서산에는 꽃이 만개했습니다.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인 개심사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전국의 수많은 절을 오갔던 어머니의 강력 추천이 있었기에, 기대를 품고 사찰로 향했습니다.

개심사, 이미지 출처: 서산시
개심사 청벚꽃, 이미지 출처: 서산시 공식 블로그

개심사는 봄에 가득 피는 겹벚꽃으로 유명합니다. 산속 깊이, 높은 고도에 자리 잡고 있어 벚꽃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은 4월 말에 만개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유일하게 청색 벚꽃이 피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는 4월 초 방문했기에 활짝 핀 청벚꽃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작게 열린 봉우리를 눈에 담았습니다. 나무를 둘러보고 보살님과 벚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청벚꽃 풍경이 담긴 달력을 선물받았습니다. 그 마음에 아쉬움 대신, 나무가 건강하게 피어나고 자라나길 기원하며 다시 한번 방문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개심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개심사는 사찰 곳곳에 피는 꽃이 산의 푸른 풍경과 하나가 되어 새로운 감각을 깨웁니다. 복잡한 도시의 풍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자연 속 피고 지는 생명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안에서 나에게 진정 중요한 것, 나를 이루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교통: 서산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버스 1시간 소요, 1일 1회 운영으로 자차 권장 / 템플스테이: 미운영

 

천은사: 지리산 섬진강을 품은 절

천은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몇 곳의 사찰을 여행하다 보니, 하룻밤을 묵는 템플스테이를 하며 사찰을 더 깊게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곳으로 템플스테이를 떠날지 고민하다, 전라남도 구례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첫 회사 생활을 앞두고 생긴 짧은 자유 시간에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함께 머금은 눈부신 자연과 역사 깊은 사찰을 지닌 지역입니다.

 

천은사 저수지,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천은사 저수지,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지리산 자락의 천은사를 찾았습니다. 천은사는 햇빛에 빛나는 저수지가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과 다양한 빛깔을 볼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로 하루를 보내니, 잠시 여행차 들렸던 때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사찰을 뒤로하고 산길을 걸으며 여유를 찾고, 밤에는 불교의 그림을 조명으로 그려낸 야경을 보았습니다. 깨끗한 숙소에 들어서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습니다. 단맛이 나는 양배추 쌈과 직접 지은 된장까지 입맛을 돋우는 정갈한 식사까지 마치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은사, 이미지 출처: 에디터 제공

일찍 잠이 들고, 동이 트기 전 새벽 예불을 찾았습니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채 스님의 염불과 목탁 소리에 귀 기울이며 절을 따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된 묵은 생각들이 몰려와 예불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에 점점 빠져들던 중, 스님이 뒤를 돌며 말을 건넸습니다. 평소 예불 중 말을 건네지 않지만, 이곳에 찾아온 이상 바깥의 나를 잊고, 나의 위치와 역할도 잊고, 오로지 현재와 그 속의 나 자신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마음을 읽은 것처럼 들려온 말씀에 고민을 모두 지우고, 스님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법당을 나서니 밖은 환하게 밝았고 새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이날로 단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불안과 흔들림을 모르는 체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교통: 구례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버스 40분 소요 / 템플스테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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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 나를 위한 행복 여행

봄부터 많은 절을 하나씩 방문해 보니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가까운 봉은사는 가장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었습니다. 서산의 개심사는 자연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고요히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구례의 천은사는 마음속 불안과 조급함마저도 그대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어쩌면 완벽히 홀로 서는 일은 불가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수한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 그것이 우리가 다다를 수 있고, 추구해야 하는 자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되찾고 싶을 때, 사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