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
가장 감동적인 건축 경험을 빚어내는 예술가
스위스 깊은 산골에는 발스(Vals)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발스 온천(Therme Vals)은 1996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으로 꼽히는 건축물이죠. 발스 온천은 2009년 건축가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작품입니다. 그는 1943년 스위스 바젤 외곽 시골에서 가구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예배드리던 바로크양식의 교회에서의 건축 경험을 계기로 건축 인생을 펼쳐왔습니다.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만든 이래로 스위스 소도시 할덴슈타인(Haldenstein)의 작은 아틀리에에서 소수의 프로젝트만 맡으며 평생을 보내고 있어 ‘은둔 건축가’로 불리기도 하죠. 많이 짓는 대신, 오래 생각하며 일하는 건축가입니다.
누군가가 신경 써서 만든 작품에 들인 노력과 재능이 느껴질 때 우리는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말하는데요. 건축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가의 노력과 재능이 작품의 일부로 깃들었다고 느껴지는 건축물에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음악, 그림, 문학에 감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페터 춤토르는 감동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입니다. 마치 예술 작품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그의 건축물을 경험한 사람들은 페터 춤토르를 ‘건축가들의 건축가’라 부르며 존경합니다. 페터 춤토르는 감동을 선사하는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 어떤 철학을 고집하고 있을까요? 춤토르의 말과 생각을 모은 책을 따라가면서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좋은 건축이 만들어주는 좋은 삶의 모양은 무엇일지 함께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동시키는 공간이 자아내는 ‘분위기’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느끼면서 발걸음이 느려진 적 있으신가요?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되거나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주변을 감각하게 되는 느낌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는 그것을 ‘분위기’라고 부릅니다.
“나에게 있어 질 높은 건축은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다. 볼 때마다 감동적인, 이렇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지닌 대상을 사람들은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일까?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분위기이다. 건물에 들어가서 실내를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_ Peter Zumthor, 『분위기』

인간의 지각력은 생존을 위해 빠르게 작동합니다. 결정의 순간에 첫인상, 직감을 믿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능력이죠. 심리적 감성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아름다운 미술이나 음악과 만났을 때 폭발적인 감동을 느끼는 것처럼 건축 공간에서도 이런 정서 반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 있는 사람들, 공기, 소음, 색깔, 물질, 형태, 질감. 내가 인식하고, 내가 해석한 형태. 공간에서 느낀 내 감정, 나의 분위기. 앉아 있는 동안 마음에 가득했던 기대감.
이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감동’이라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도 음악을 들으면 몇 초 만에 우리를 자극하는 능력, 나를 감동시키는 능력을 지녔다. 그와 동시에 작곡가가 음악에 쏟아부은 수고와 노력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위안을 주는 부분이다. 건축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부단한 수고와 노고가 필요하다. 과정과 관심, 도구와 공구 모두 내 작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이다.” _ Peter Zumthor,『분위기』

건축 공간을 감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춤토르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작동되는 감각을 세세하게 분석합니다. 온도, 소리, 빛, 주변 사물 등 여러 층위에 따라 공간을 들여다봅니다.
소리. 건물은 비율과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갖습니다. 훌륭한 소리를 가진 건물들이 있고, 그 건물들이 내는 소리는 안락함과 함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줍니다.
온도는 어떤가요? 물리적이지만 심리적인 요소기도 한데요. 설계에 주로 사용한 재료 때문에 공간 온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공간이 위치한 장소나 장치들의 각도에 따라 기온이 변하기도 합니다.
빛도 아주 중요한데요. 건축가들은 빛을 하나의 매스로 여길 정도로 큰 비중을 갖고 작업 초기부터 조명과 그림자의 변화를 예측합니다. 빛을 반사하는 방식에 따라 재료를 선정하고 다른 요소들을 조화시키기도 하죠.
건물이나 방에 놓인 사물들이 그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기도 합니다. 물건들은 세심한 관심, 사랑 속에 공간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죠. 건물이 사용되면서, 건축가와 전혀 상관없이 놓는 그 물건들이 건물의 인상을 결정지어갑니다.
건물의 ‘분위기’에 대한 춤토르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건축을 '보는 예술'이 아닌 '느끼는 예술'로 정의하는 춤토르만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브레겐츠 미술관

춤토르는 오스트리아 시골 브레겐츠에 세련된 미술관을 설계합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사각형 유리,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건축가가 고안한 구조적 디테일이 돋보이죠.
미술관 본체는 유리판과 강철,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져 있어 크게 독창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건축물의 하이라이트는 반투명 재질로 겹겹이 쌓인 유리 파사드인데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호수의 안개 어린 빛들이 콘크리트 골조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부 벽과 천장을 타면서 흘러 퍼집니다. 계절과 시간,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을 다르게 걸러내 건물의 분위기를 매번 색다르게 만들죠. 끊이지 않고 흐르는 빛을 연출하기 위해 슬라브와 벽도 빛의 흐름에 맞춰 정교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천장을 지탱하는 금속 프레임, 콘크리트 계단, 엘리베이터 등은 모두 연결되어 건물 자체가 거대한 몸체처럼 느껴집니다. 건물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건물 그 자체가 지닌 디테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여러 장기와 물질이 연계된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는 춤토르의 이야기가 떠오는 공간이지 않나요? 브레겐츠 미술관을 거닐며 춤토르가 말한 ‘디테일의 힘’을 떠올려봅니다.
“성공적인 디테일은 장식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선을 자극하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전체에 대한 이해로 인도한다. 모든 완성된 독립 창조물은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닌다. 우리는 발달이 완전히 끝난 건축이 지닌 마법에 쉽게 넘어간다. 낡은 계단의 철판을 지탱하는 두 개의 못과 같은 디테일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어쩌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무언가가 마음을 움직인다.” _Peter Zumthor,『건축을 생각하다』중 ‘사물을 보는 방식’
‘재료’가 지닌 고유한 힘
무엇이 분위기를 만드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춤토르가 언급하는 것 중 하나는 ‘재료’입니다. 하나의 물질 속에는 수천 가지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의 발현 방식이 곧 건물의 모양, 분위기, 가치를 결정하는데요. 돌의 차가움, 나무의 결, 콘크리트 표면에 남겨진 손길의 흔적과 광택, 이 모든 물성 하나하나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공간에 들어선 사람의 몸에 도달합니다.
"재료는 각각 그 자체만의 아름다운 특성이 있다. 재료의 특성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그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내 목표이다. 이 재료는 무엇인가? 이 재료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재료의 잠재성은 어디까지인가?" _*Peter Zumthor, 『건축을 생각하다』

춤토르는 재료의 연금술사입니다. 무엇이든 본질을 탐구하는 그의 성향은 재료를 선정하고 조합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었죠. 먼저 그는 재료가 지닌 성질을 분석해 새로운 쓰임새를 발굴합니다. 그 물질이 어떻게 빛을 받아내는지, 세월이 흐르면 어떻게 변해가는지 연구하죠. 재료가 사용된 건물이 대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생애 주기까지 고려하면서요.
재료를 분석하고 나면, 이질적으로 보이는 재료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 재료들이 맞닿으면서 발생하는 긴장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내기도 하죠. 바람이 들고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목재 루버를 사용한 로마의 유적지 보호관, 콘트리트 양생 후 내부 원목을 소각시켜 흔적을 남긴 성 니클라우스 성당, 외벽과 합판의 내벽, 가구까지 목재의 다양한 물성을 적용해 만든 성 베네딕트 채플 등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춤토르의 창의력은 경이롭습니다. 그만큼 건물의 목적, 재료의 본질, 공간의 지역성을 아주 깊게 고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발스 온천

스위스 발스 온천은 춤토르의 재료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세 가지 높이의 초록색 편마암을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낸 돌과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는 온천장이죠. 춤토르는 발스 계곡의 돌산 사면을 파고 들어가 건물을 앉혔습니다. 건물을 거닐다보면 산속 암반의 연장 공간처럼 느껴지기도록요. 지붕은 흙으로 덮여있고, 온천장에 사용된 돌과 재료들은 그 지역에서 난 것을 사용해 대지에 스며드는 건물을 만들었습니다. 건물이 자연의 한 부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춤토르의 말 그대로가 실현된 공간이 만들어졌죠. 온천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발스의 거대한 자연과 하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발스 온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춤토르는 자연 환경에 열려있는 온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재료, 환경뿐 아니라 온천의 모양과 작동 방식까지도 직접 기획했죠. 석공들이 인근 채석장에서 채집한 석재들도 점검하고, 그 석재들이 만들어내는 단단함과 부드러움, 매끈하고도 거친 표면, 녹회색의 광채들을 주목하는 동안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건물 자체가 독립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재료들의 근원적인 성격을 찾아 생기를 불어놓고 그 재료들이 유기체가 되어 독립하는 것을 지켜보는 거장의 시선이 느껴지죠. 재료를 단순히 미적 요소로만 바라보지 않는 춤토르의 건축 철학이 돋보입니다.

내부에 발을 들이면 물이 돌 위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세한 광택이 수면에 반사되면서 공간 전체는 낮게 빛나고요. 차갑고 묵직한 돌의 감촉, 물의 온기와 찰랑이는 소리들이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정표도 없지만, 이 공간은 지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유혹하는 분위기로 방문객을 이끌어줍니다.
춤토르는 온천을 설계하면서 거물의 부분 부분을 모아 하나의 연결체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곳, 잠깐 있을 생각으로 서 있다가 무언가에 이끌려 모퉁이를 돌 수 있는 곳, 여기저기를 비추는 조명 사이를 가볍게 거닐며 기쁨이 샘솟는 곳.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 건축가의 소망은 무사히 실현되었을까요? 궁금하다면 발스 온천을 방문해 보세요. 호텔로 운영되고 있어 숙박하면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장소’의 일부가 되는 건물

“건물이 들어설 특정 부지나 장소에 집중하여 그곳의 깊이, 형태, 역사, 감각적 특성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여타 장소의 이미지들이 내 정밀한 관찰 과정에 끼어든다. .. 장소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건물을 보면 그 장소와 그 장소를 넘어서는 무언가와 관련된 내적 긴장감이 건물을 채우 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건물이 그 장소의 본질의 일부이자 세계 그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_Peter Zumthor,『건축을 생각하다』중 ‘사물을 향한 열정에서 사물 자체로’
페터 춤토르는 건축가이지만 예술가처럼 일합니다. 1979년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시작했으니 활동한 지 꽤 되었는데도 스위스의 작은 도시나 외딴 마을의 소박한 프로젝트들만 진행해왔죠. 그럼에도 그의 활동이 주목을 받는 것은, 춤토르의 작업에는 그 건물이 뿌리내린 장소의 지역성이 드러나면서도 현대적이며 독창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장소는 그 분위기에 서사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춤토르는 어디에서나 지을 수 있는 건물을 짓지 않습니다. 오직 그 자리에서만 유효한 ‘유일무이한 건물’을 추구합니다.

춤토르의 건물은 기존의 장소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요. 마치 그곳에서 자라나 뿌리를 박은 것 같은 건물들입니다. 주변 맥락과 상관없이 독특한 외양, 분위기를 뽐내는 디자인으로 위악스럽게 자리 잡은 건물들과는 다릅니다. 장소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찾아 건축물로 드러내기 때문이죠. 그는 설계를 시작하기 전 현장을 찾아갑니다. 땅의 역사, 기후, 주변의 소리, 빛이 드는 방향. 장소가 이미 품고 있는 것들을 오래 들여다보면서 연필을 듭니다. 건물이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오는 형태가 아니라, 그 땅이 원래부터 원했던 것을 발현하는 과정으로 건물을 위치시키는 것이죠.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장소의 형태와 역사의 일부가 된 건물을 설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건물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감정과 생각에 호소할 수 있을 때 그 건물은 주변 환경에 수용될 수 있다. 우리의 감정과 이해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건물과의 감각적인 교감은 기억의 프로세스에 바탕을 두고 일어난다.”*_*Peter Zumthor,『건축을 생각하다』중 ‘사물을 보는 방식’
클라우스 형제 야외 예배당

독일 아이펠 지방 들판에 홀로 서 있는 클라우스 형제 야외 예배당(Bruder Klaus Field Chapel)을 찾아가봅니다. 드넓은 들판에 덩그러니 세워진 이곳은 독일 메헤르니히(Mechernich) 지역 농부들이 15세기 성자 클라우스 형제를 기리기 위해 세운 곳입니다.
춤토르는 2년여에 걸쳐 공부하면서 이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했습니다. 춤토르는 지역에서 베어낸 통나무 112개를 세우고, 주변에서 가져온 흙과 콘크리트를 층층이 부었습니다. 콘크리트가 굳자 안에 있던 통나무에 불을 질렀고요. 삼 주에 걸쳐 나무가 타들어 갔고, 그 자리에 그을린 자국과 공간이 남았습니다. 독특한 형태,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춤토르의 프로젝트 중에서도 필수 방문지로 꼽히는 공간입니다.
밖에서 보면 단조로운 사각형 형태의 건물이지만, 삼각형의 금속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상상도 못 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어두운 내부에는 작은 벤치, 헌금함, 양초가 놓인 단이 있습니다. 별도의 건물 기초 없이 세운 원추형 텐트 모양의 골조, 그을린 자국, 배어 있는 탄 냄새, 납으로 만든 바닥의 온기는 묵직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죠. 이와 상반되게 벽체에 작은 구멍들과 천장에서는 빛이 흘러 들어오고, 벽에 박힌 유리구슬의 반짝임은 내부에 신성한 기운을 흐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장소의 물성뿐 아니라 장소를 이루는 사람들이 지닌 이야기까지도 공간으로 연결 짓는 춤토르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인데요. 종교 시설로 이용되고 있어 건축물의 분위기가 더욱 독특하게 증폭되는 듯합니다.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는 장소와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의 면모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춤토르가 설계한 공간들은 묘한 영적인 힘이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정제된 형태를 지녔는데, 그 단순한 형태 속에 건물과 환경 사이에 오가는 배려와 감정이 전달됩니다. 엄선된 건축 소재를 통해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이 최대치로 살아나죠. 건물을 향유하는 관람자, 방문객, 거주자, 이웃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거닐다 보면 설계, 시공, 재료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들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죠. 삶, 장소, 역사, 사랑, 상실, 기억.... 춤토르의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현현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의 건축은 시(詩)처럼 느껴집니다.
단순하고 순수한 것으로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깊은 감동을 주는 건축. ‘Less is more’라는 말처럼 때때로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함축된 단어, 소박한 절제로 더 근원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페터 춤토르 건축의 힘을 그가 직접 엮어낸 글로 만나보았습니다. 마치 시(詩) 같은 그의 설계 스타일처럼, 고요하고 압축적인 문장이 돋보였는데요. 춤토르의 건축 세계를 돌아보며 삶과 사람, 사랑은 무엇인지 되돌아봅니다. 예술 작품과 같은 춤토르의 건축은 가능하다면 꼭 직접 경험해보세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먼 곳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그의 저서에 드러난 건축 철학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형태와 내용물로 구성된 건축물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한 분위기를 만든다면 해당 건물은 예술작품의 자질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예술이란 흥미로운 배치나 독창성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통찰과 이해, 무엇보다도 진실과 관련이 깊다. 시는 ‘뜻밖의 진실’이다. 시는 고요함 속에 산다. 건축의 예술적 사명은 이 고요함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건물 자체는 전혀 시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게 하는 묘한 특성을 가진다.” _Peter Zumthor, 『건축을 생각하다』중 ‘뜻밖의 진실’
<참고 도서>
- 페터 춤토르(2013), 『분위기』, 나무생각.
- 페터 춤토르(2013), 『건축을 생각하다』, 나무생각.
- 윤서영(2025), 『스위스 예술여행』, 안그라픽스.
- 황철호(2022), 『건축을 시로 변화시킨 연금술사들』, 아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