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을 찾아 떠나는 우붓 공간 3곳
예술과 명상의 도시에서 자립을 연습하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는 여유로운 휴양지인 발리의 풍경이 등장합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고자 떠난 주인공은 밀림이 우거진 정글과 신비로운 사원,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마주합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발리 ‘우붓’은 예술과 명상의 도시인데요.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내륙 지역이라 예로부터 약초와 전통 치유 문화가 발달했으며, 적극적인 문화 진흥 정책으로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회화나 무용 등이 꽃피운 예술 마을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잇달아 들어서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맞물리며 워케이션의 성지로도 각광받고 있죠.
우붓에서의 하루는 매일 달라집니다. 요가로 아침을 개운하게 시작할 수도 있고, 전 세계 도시에서 모인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하거나, 논밭 위로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주체적인 선택으로 하루의 시간표를 계획하다 보면,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죠. 세상과 잠시 떨어져 나만의 리듬을 찾도록 만들어주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우붓 공간 3곳을 소개합니다.
8:00 AM: 요가반

가뿐한 하루의 시작, 요가로 몸과 마음의 소리에 오롯이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우붓은 요가 수행자를 뜻하는 ‘요기(Yogie)’들이 전 세계에서 모이는 도시로 유명한데요. 계단식으로 펼쳐진 논밭과 계곡, 정글이 우거진 환경 덕에 꾸준히 웰니스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만큼, 우붓 곳곳에서는 많은 요가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2007년 문을 연 ‘요가반(The Yoga Barn)’은 발리의 요가 문화를 대표하는 요가 수련원입니다. 원숭이 숲 근처에 자리 잡은 이곳은 하루에도 25개 이상의 수업이 열릴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죠.

요가반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채로운 요가 수업이 열리며, 개인의 레벨과 선호도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여행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죠. 요가반은 요가 수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운영하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요가반에서 운영하는 패키지를 통해 숙소에 며칠간 머물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거나, 해독 주스를 마시며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디톡스 프로그램까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요가반은 이제 최대 규모의 웰니스 센터로서 발리의 요가 문화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12:00 PM: 아웃포스트 우붓 코워킹

발리에서 볕이 가장 따가운 시간, 푸르른 창밖을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몰입할 시간입니다. ‘아웃포스트 우붓’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 우붓에 코리빙 숙소와 업무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6년 문을 연 ‘아웃포스트 우붓 코워킹(Outpost Ubud Coworking)’은 발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코워킹 스페이스인데요. 층고가 높은 1층에는 넓은 테이블과 다양한 좌석이 준비되어 있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2층에서는 멋진 뷰와 함께 일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공간은 통화 부스나 회의실, 집중 업무공간까지 있어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죠. 1층 카페에서 음료나 브런치를 주문하면 직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부터 IT 회사 직원들의 단체 워케이션까지, 전 세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협업하고 창작하는데요. 아웃포스트는 업무공간뿐만 아니라 글로벌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합니다.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시간을 갖거나, 네트워킹 파티 등의 행사가 열려 국적과 직종을 불문하고 활발히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죠. 주말에는 함께 트래킹을 하거나 근처 와인 양조장을 방문하는 등 이색적인 체험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낯선 도시에 모인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나만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6:00 PM: 짬뿌한 릿지 워크

어느덧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우붓 시내 중심부에는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곳이 있는데요. ‘짬뿌한 릿지 워크(Champuhan Ridge Walk)’는 초록빛 녹음이 선명한 논밭이 아름다운 산책로입니다. ‘짬뿌한’은 강의 두 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으로, 힌두교에서는 서로 다른 에너지가 만나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데요. 8세기경 힌두 사제가 이곳에 사원을 건립하고 약초를 재배하며 사람들의 병을 치유한 것을 시작으로 발전한 마을이 지금의 우붓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왕복 3~4km 정도의 산책로는 경사 없이 평탄하여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산책과 명상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산책로 초입의 사원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과 계곡이 펼쳐지는데요. 양옆으로 펼쳐진 이국적인 발리식 전통 가옥들을 지나 길 끝자락에 다다르면 아담한 마을이 등장합니다. 카페나 식당이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이 외에도 인기 마사지 숍 ‘카르사 스파’나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도 만나볼 수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습니다. 우붓 특유의 여백을 보여주는 짬뿌한 릿지 워크는 천천히 걷고, 생각을 정리하며 숨을 고를 시간을 선사해 줍니다.
AI가 고도화되며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회사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누군가는 회사 밖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합니다. 어쩌면 자립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스스로 삶의 리듬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오롯이 각자 자신의 몫으로 남아 있죠.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며 살기 좋은 곳들은 많지만, 우붓은 스스로 자립하는 힘을 길러주는 도시입니다. 요가 수련을 통해 탄탄한 몸과 마음을 길러내고,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대화하고 영감을 나누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자연 속을 걸으며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오늘도 사람들은 우붓을 찾습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희미해진 나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 도시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