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를 공유하며 되찾은 인간적인 삶
공동의 가치로 연결되는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하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서는 1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농작물을 가꾸거나 요리하고, 건물을 보수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데요.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은 이 목가적인 풍경을 곡 '스반홀름'에서 노래하기도 했죠. 공동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개인 수익의 일부는 공동체에 공유하고, 주요 의사 결정은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덴마크의 공동체이자 커뮤니티, 스반홀름(Svanholm)을 소개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흙 묻은 장화를 하나씩 신고
숲의 너머에 있는 밭으로 가네
여기저기 풀섶에 흩어져 있는
달팽이를 밟을까 조심하면서
이런 서늘한 오전 창가에 서면
난 그곳 낡은 창문들을 생각하지
우린 사다리를 타고 창문을 내려
잔디 위에 늘어놓고 색을 칠했네_김목인, <스반홀름>
올해로 설립 48주년을 맞이한 스반홀름은 신문의 한 광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덴마크에 살던 어느 두 가족은 당시 환경 공해가 심했던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꿨는데요. 이들의 목소리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1978년 스반홀름 저택과 일대의 농장 부지를 매입한 것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은 공동 경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데요. 모든 주민은 자신의 수익 80%를 마을에 공유하고, 거둬들인 자금은 마을과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매달 각 개인에게 지급되는 용돈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반홀름은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경제나 환경, 교육, 보건 등의 자체적인 정책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모두가 마을의 주인이 되어 공동체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주 개최되는 전체 회의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의할 때까지 대화를 진행함으로써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합의를 지향하는데요. 위계적인 질서가 아닌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주민의 절반은 농장을 운영하거나 시설을 보수하는 등 마을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며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스반홀름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까지 있어 부모의 퇴근이 늦어져도 주민들이 아이들을 돌봐줄 수도 있죠.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 생활을 위하여

스반홀름을 대표하는 단어는 ‘지속가능성’입니다. 스반홀름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제3의 대안적인 사회를 추구하는데요. 대표적인 수입원은 농업에서 온다고 합니다. 스반홀름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유기농업 분야의 선구자로, 1981년 덴마크 유기농 협회 설립에 기여하기도 했는데요. 농장에서는 자유롭게 방목하여 기른 젖소와 친환경으로 길러낸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있죠. 주민들은 함께 요리를 만들어 식사를 나누어 먹고, 설거지와 청소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진행합니다. 제철 식재료는 마을 내 카페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협동조합이나 유명 레스토랑 등에 공급하기도 합니다.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만큼, 스반홀름은 친환경 에너지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데요. 마을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력은 풍력 발전기로 공급하고, 난방 에너지는 숲에서 벤 목재를 활용해 충당한다고 하죠. 이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화두 되기 전부터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생태 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동체

스반홀름은 독특한 운영 철학을 지닌 만큼, 입주 희망자는 사전 미팅을 거친 후 6개월 동안 공동체를 미리 경험하며 신중한 결정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현재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100명 내외의 주민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단체 가이드 투어도 운영되고 있어 스반홀름이 살아가는 방식을 잠시 엿볼 수도 있습니다.

스반홀름은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유연하게 변화해 왔는데요.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을 통해 3개월 내외로 근무하고 숙식을 제공받으며 단기로 거주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스반홀름을 경험하고자 모이고 있는데요. 책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에는 어느 여름날 홀린듯 스반홀름으로 떠난 작가의 여정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이 작은 사회가 지금까지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타인을 환대하고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편리함보다는 인간적인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 물론 스반홀름의 방식이 모두에게 가능한 삶의 방식은 아닐 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선연히 보여줍니다. 돈과 명예, 효율이 언제나 1순위가 될 필요는 없다는 걸 말이죠. 숨이 벅찰 만큼 하루하루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스반홀름은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다시금 되돌아보도록 만듭니다.
[참고문헌]
- 스반홀름 공식 홈페이지
- 브런치, 스반홀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진화하는 실천, 2025.09.16.
- 지리산이름, [지리산포럼2020] 10/18 해외 로컬 사례 탐구 #2- 스반홀름, 함께 살아도 괜찮습니다, 2020.12.01.
- 해남신문, 5. '공동경제' 원칙으로 공동체 마을 이룬 덴마크 스반홀름, 노영수, 2018.11.26
- 오마이뉴스, 월급 80% 공유, "욕심 버리고 행복 찾았다", 김민지, 201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