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
이우성 개인전


이우성,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내가 보일 거야, 2024-2025, Acrylic and acrylic gouache on canvas, 130.5 x 162.5cm / 새벽 비 맞으며 이렇게 춤을 춰, 2025-2026 이미지_양승규
턱끝까지 차오른 숨이 불현듯 우물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느닷없이 장소에 정박한 존재로서 여겨졌고, 그와 동시에 메마른 밑바닥은 날개 돋친 듯하였다.
단지 그럴 뿐이었다. 거칠었던 호흡이 잦아들 동안 앞선 여김은 이어졌으며 몸을 퍼덕이며 허공을 가르는 동작은 멎질 않았다.
더 이상 고를 숨이 없을 때 선택은 떠올랐다. 이는 온갖 부유 중 하나로 짐작하건대 결핍을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멍하니 서 있는 게 눈을 감는 것만도 못한다고 무너지듯 앉는 일이 왼다.
활자에 맞선 일이 종종 있었다. 대개 거리의 간판이었지만, 전단지인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벽면에, 전봇대에 그리고 거리의 온갖 부위에 붙은 전단지는 선전이나 광고의 목적보다는 난처하게 존재하는 사물 그 자체를 위한 듯했다. 그래서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곤란한 느낌이 들었고, 심지어 고독하기도 했다. 버젓이 존재하는 모든 것 앞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활자를 읽었다.
자아의 현상적 뒤로 걷기라 명명한 행위가 사변적으로,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비가 내려도 꼼짝하지 않은 풍경이 곰살맞다.

생활의 변화가 가져온 것은 낯선 거리와 이따금 솟곤 하는 무대, 그리고 짧고 깊은 잠이었다.
한 줌 낮을 손으로 가리며 지하를 가리킨다. 빈 주먹의 정황은 들끓고, 날과 날의 경계는 무분별해지는데, 기억과 기억, 수고와 보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
"요즘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엔 말수 없이 살았다고 해. 단상은 몇 없는 그의 소지품이라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단편적인 생각 아래로 자욱하게 드리운 그림자가 그를 밤에 잠들지 못하게 하는지도."
얼굴에 애써 지은 물음은 노력이 무색하게 금방 옅어졌다. 누군가를 두드리는 묘사가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도 이미 늦었지, 아마.

천진한 걸음이 급격히 노쇠한다. 그 반대이더라도 이에 마음 쓰지는 않을 터다. 단지 그랬다고 다음에 회상할 요량으로 묘사할 뿐. 사무적인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친절함끼리는 거리가 멀다.
분명한 군더더기가 저만치를 반으로 갈랐다.
"어수선한 대화의 끝에서 관계가 허무는지도 몰라. 다목적의 눈으로 누구의 수기를 보던 때를 기억하려는지, 그는 그대로 굳어서 대상 없이 웃기도 해."
불길을 줍던 밤거리가 어렴풋이 드러난다. 처음 눈독을 들였던 무가치가 무방비하게 섰다.

어제 밤에 자다가 번득하고 깼단 말이야. 당장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의식이 분명했어. 책상에 앉거나 밖으로 나가면 단숨에 일의 시작에서 끝을 볼 것만 같았다고.
그런데 물 한 잔 마시고 자리에 누웠어. 얼마간은 이대로 잠이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지만, 눈 감았다가 뜨니 아침이더군. 이 얘기의 요점은 없고 그냥 그랬다는 일. 결국에 잠에 들었다.

무색한 것도 많지, 나는.
옳고 그름은 무릇 무리 지어 다니는 인사(人士).
흥겨울 정도는 아니지만 즐거이.
애써 외면도 수중에 두고서 기어코 간다, 또.
가다듬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면 행진은 철저한 사유가 되는 일로 번진다.
각자의 삶에 보편적인 방식이 껴드는 걸 견딜 수 없는 순간. 보통 위에 보통, 알지 못하는 감옥.
엉겁결에 타고난 성질로 잦은 양상을 꾸었다.

느지막이 널 따라다닌다. 가끔 뛰기도 하며.
꾸미지 않은 종종걸음은 넓은 판자 위에 닿고자 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지나온 곳마다 의도를 놓아두었다. 나는 그것을 쥐고 높이 들기도 하는데, 선명한 장면은 언제나 계산 밖의 일인가.
쉽게 떠나는 일도 있었지만 모로 가나 결국엔 도착할 서로가 생각 속에 마구 겹치고 서툴게 나누어지더니 한 점으로 각자의 의식을 정돈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운 일이다.


이우성,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1, Acrylic and acrylic gouache on canvas, 204 x 407cm 이미지_양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