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열기, 바밍 타이거와 날것의 감각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장면들 사이, 익숙한 열기 바깥에서 타오르는 팀

이상한 열기, 바밍 타이거와 날것의 감각

도서전 인파, 팬덤의 집단적 고온지대, 댓글창을 덮는 격렬한 논쟁. 지금 우리 사회엔 매일같이 다른 형태의 ‘열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바밍 타이거라는 팀을 보면 조금 다른 뜨거움이 느껴집니다. 이들은 과열된 광장에서가 아니라, 골목의 낡은 네온 아래서 타오릅니다. 정제되지 않았고, 질서 잡히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바밍 타이거는 중심에 들기보다 중심의 바깥에서 열기를 견디는 법을 선택한 팀입니다. 익숙한 뜨거움과는 결이 다른, 이상한 열기. 그들의 감각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혼종성의 탄생 — 장르의 경계를 흐리다

바밍타이거 멤머들의 모습, 출처: icelandairwaves

바밍 타이거는 2018년, 서울 홍대의 한 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실험적 크루입니다. San Yawn, Abyss, No Identity 등의 초기 멤버를 중심으로 래퍼 Byung‑Un과 비주얼 디렉터 Jan’Qui 등이 합류하며 11명의 멀티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장르는 K‑팝, 힙합, 록, 일렉트로닉, 펑크까지 뒤섞이며, 그들은 스스로를 ‘Alternative K-pop’이라 정의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구조를 벗어난 채 생성됩니다. 한 곡 안에 여러 장르가 공존하고, 서로 다른 질감이 충돌합니다. 멤버 Mudd the student는 “장르는 구분을 위해 붙인 단어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완결된 메시지를 지향하기보다는 낯선 혼합 속에서 감정을 직조합니다. 바로 그 불협화음과 어긋남에서 바밍 타이거는 자신들만의 온도를 만듭니다. 혼종이라는 태도 자체가 이 팀의 열기이며, 그것은 익숙한 뜨거움과는 다른, ‘다르게 뜨거운’ 감각입니다.

날것의 공간 — DIY와 즉흥에서 출발하는 열기

바밍 타이거의 사운드와 비주얼은 대부분 우연과 결함을 품은 날 것의 상태로 출발합니다. ‘Buirburi’ 뮤직비디오는 아이폰으로 촬영되었고, ‘I’m Sick’은 다큐처럼 흘러갑니다. 심지어 ‘Kolo Kolo’는 멤버의 기침 소리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다 나온 리듬에서 만들어진 ‘Bodycoke’처럼, 이들의 음악은 우연과 결함을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작 태도는 단지 실험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감각을 온몸으로 붙잡는 방식입니다. 필터 없는 순간들이 곧 사운드가 되고, 그 즉흥성이 열기로 바뀝니다. 비정제 상태의 감각, 미완성의 충동, 불안정한 경계에서 피어나는 무질서함, 중간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감정선이 이들의 콘텐츠에 녹아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각을 낯설게 느끼지만, 바로 그 낯섦 덕분에 오히려 진심을 믿게 됩니다. 뜨거움이라는 정서가 단단함보다는 느슨한 틈에서 자란다는 사실도 상기시키죠. 열기는 늘 완결에서가 아니라, 불안한 과정 속에서 더 세게 타오르니까요

외부 중심의 열기 — 중심 바깥에서 퍼져 나가는 태도

바밍 타이거는 중심을 향하지 않습니다. SNS 시대에 모두가 정제된 이미지를 관리할 때, 이들은 무심한 유니폼 룩과 ‘해시태그 no logo’ 정신을 밀고 갑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중심에 들려고 하지 않아요. 중심 바깥에서 스스로의 열기를 내는 편이죠.”

바깥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시선, 중심을 교란하는 방식. 그들은 한복판보다 그 주변에서, 더욱 솔직하게 타오릅니다. 바밍 타이거의 열기는 고정되지 않으며, 주변에서 퍼져 나가는 파동처럼 사회와 문화를 교란합니다. 이들은 중심에 들어가는 대신, 경계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 자리는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감각을 일으키기에 유리한 곳입니다. 바깥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중심을 교란하는 방식. 바밍 타이거는 자신들의 열기를 그러한 위치에서 방출합니다.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퍼져나가는 열기. 그 느슨하고 변칙적인 열기야말로 이 팀의 방식입니다.

글로벌 실험정신 — 국경을 넘어 연결되는 열기

바밍 타이거는 SXSW에서 ‘Grulke Prize’를 수상하며 글로벌 신(Scene)에서도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런던, 스페인, 북미 투어까지 이어가며 ‘Tiger Den’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페스티벌도 꾸렸습니다. 이들은 특정한 국적이나 언어를 중심에 두기보다, 다국적 멤버들이 가진 각자의 감각을 섞어 새로운 열기를 창조합니다.

“우린 단지 다른 감각들이 모인 크루일 뿐”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음악으로 국경을 나누지 않습니다. 어떤 곡은 한국어, 어떤 곡은 영어, 어떤 곡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흘러갑니다. 바밍 타이거는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동시에 ‘어디에나 속하지 않는’ 경계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듭니다. 그들의 열기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열려 있는 회로와 같습니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오히려 더 날카롭게 시대를 읽는 팀. 바밍 타이거의 열기는 그렇게 전염됩니다. 그들의 실험은 단발적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지속적인 열기 회로처럼, 다양한 세계를 관통합니다.


결문

바밍 타이거는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상한 열기, 그걸 느껴봐”라고 말합니다. 중심보다 바깥, 기획보다 즉흥, 정제보다 날것을 택하는 이들의 태도는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힙’하게 다가옵니다. 필자는 바밍 타이거를 단순한 음악 크루가 아닌, ‘열기의 감각을 재정의하는 집단’으로 이해합니다.

열기는 뜨거운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익숙함을 벗어난 자리에서, 어긋남과 충돌 속에서 생기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바밍 타이거는 그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감각을 품은 채, 자신들의 열기를 세계로 퍼뜨리고 있습니다. 독자 역시 그들의 음악을 통해 뜨거움을 다시 정의하고, 스스로의 감각을 다시 연결해보시길 바랍니다. 중심을 벗어난 자리에서, 바로 그 이상한 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