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으로 성숙해지기
글쓰기와 친해지는 4가지 방법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글을 쓰시나요? 남에게 보일 자신이 없다거나, 시간이 부족하단 핑계로 남들의 글을 읽고만 있지 않은가요. 이번 ‘성숙’이란 테마를 받고, 머릿속에 곧장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기록’이었습니다. 기록은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하고도 쉬운, 성숙의 수단이거든요. 생각이 복잡하고 시야가 흐릿하게 느껴질 때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명료해졌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더군요.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 대다수는 글쓰기에 관심은 있지만(그래서 이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한 상태이실 것 같아요. 오늘은 제 ‘일상의 글쓰기’에 도움을 준 도구들을 추천해 볼게요.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모닝 페이지라고 들어봤니

‘속에 있는 걸 그냥 다 쏟아내고 싶다’라는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내 진짜 생각, 무의식이 궁금했던 적은요? 내일부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쇼츠 영상을 트는 대신 노트를 펼쳐 보세요.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어 내려가는 글쓰기 방식을 뜻합니다. 보통의 글쓰기가 한 줄 한 줄 정제된 톤으로 생각을 적는 것이라면 모닝 페이지는 정반대예요. 논리도 완성도도 따질 것 없이 정말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면 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에 가깝거든요. 이 때문에 모닝 페이지는 ‘아침 글쓰기 명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심리적 안정과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에디터의 후기 & 추천
저는 소소문구의 ‘모닝 북’을 구매해 약 100일간 모닝 페이지를 작성해 보았어요. 모닝 페이지 전용 노트인데, 일단 예뻐서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꿈을 거의 매일 꾸기에 주로 꿈 이야기를 썼고요. 이 외에도 아침마다 무작위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옮겼습니다. 확실히 영상 시청으로 잠을 쫓는 것보단 훨씬 건강하게 나를 깨우는 느낌에 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휴대폰 메모장도 아닌 종이에 직접 써내려 가는 행위 자체가 뇌를 비롯해 온 감각을 깨우는 듯했어요. 아쉬운 건 몸과 마음이 분주한 아침에 해야 하다 보니 지속이 쉽지 않다는 것. 그렇지만 조만간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책의 도움을 빌려보자

글쓰기란 어쨌거나 내 안에서 무언갈 꺼내어 창작하는 일입니다. 덜컥 시작하려니 부담이 되는 게 당연해요.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죠. 이럴 땐 글쓰기에 관한 책 또는 무엇을 써야 할지 영감을 주는 책이 도움이 됩니다. 시중엔 꽤 다양한 기록 관련 책이 나와 있어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수필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좋아하는 여행지에 관한 에세이도 추천해요. 이렇게 다채로운 인풋을 통해 쓰고 싶다는 욕망을 스스로 자극해 보는 겁니다. 저는 ‘독자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만큼 좋은 책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의 후기 & 추천
내 안의 창조성을 슬며시 깨우기 위한 책이 필요하다면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을 읽어보세요. 그간 생각했던 ‘창작’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쉽고 다정한 언어로 기록을 독려하고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추천합니다. 글쓰기 욕망을 톡톡 자극하는 책으론 이슬아 작가와 김민철 작가의 수필도 좋습니다. 쓰다 보니 추천하고 싶은 책이 참 많은데, 이번엔 여기까지만 풀고 다음 기회를 엿볼게요.
‘혼자 쓰기’보단 ‘같이 쓰기’

혼자 걷는 사람은 고독합니다. 곁에서 동료가 함께 걷는다면 길이 조금은 짧게 느껴질 수 있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분명 혼자 하는 행위지만 그럼에도 함께 쓰는 친구가 있다면 긍정적 자극이자 힘이 돼요. 친한 친구들과 ‘50일 글쓰기 모임’ 같은 걸 결성해 보면 어떨까요? 특정 요일을 정해두고 그날까지는 반드시 글을 제출하는 챌린지도 좋습니다.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기에 약간의 강제성은 훌륭한 약이죠. 혼자 하는 약속보다 훨씬 지키기 쉬워집니다.
에디터의 후기 & 추천
저는 두 가지 글쓰기 모임에 참여 중이에요. 먼저 ‘오구리 클럽’이라는 수요일 정기 창작 모임. 모두 지인으로 이루어졌어요. 매주 수요일마다 글을 제출해야 하고, 글을 못 쓴다면 벌금 5,000원을 모임 통장에 입금합니다. 정기적인 기록의 의무가 주어지니 압박이 느껴지지만 지인끼리의 모임이기에 어떤 글을 써도 부끄럽지 않아요. 덕분에 날 것의 기록물을 매주 남겨볼 수 있지요. 두 번째는 독서 모임 ‘힛치’에서 운영하는 ‘수요글방’으로, 제가 호스트를 맡고 있어요. 돈을 내고 가입하는 유료 모임이면서, 낯선 이들과 함께하기에 정제된 톤의 글을 선보이게 돼요. 비교하니 두 모임별 장단점을 확실히 아시겠죠? 최근엔 여러 커뮤니티에서 글쓰기 모임을 열고 있으니 취향껏 골라 참여해 보세요. 그 전에 친구들을 모아보는 것도 좋겠고요. “똑똑, 나랑 글 쓸 사람?”
이 중 제일은 일기 쓰기

세상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일기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 바꾸어 말하면 이렇게 돼요. 나의 하루를 매일 돌아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일기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회고의 방식입니다. 동시에 가장 귀찮다는 게 문제지만요. 회고를 습관처럼 매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밀도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오늘을 돌아보며 자연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게 되거든요. 매일 똑같은 것만 같던 하루도 쓰다 보면 각기 다 다른 하루였음을 깨닫기도 해요. 이건 생각보다 큰 수확입니다. 일기장이 두꺼워질수록 내 삶도 그만큼 단단해졌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에디터의 후기 & 추천
저는 ‘예쁜 물건’ 만능주의입니다. 일상에 예쁜 물건을 들이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어요. 이것이 예쁜 일기장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기를 꾸준히 쓰고 싶다면 우선 내 취향의 일기장을 찾으세요. 시간을 들여 고급 문구점, 소품 가게에 가거나 쇼핑 플랫폼을 뒤지는 수고는 필수적입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노트에나 내 일상을 털어놓을 순 없죠. 저는 지금 포인트오브뷰에서 구매한 노트에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질 좋은 문구가 필요할 때마다 들르는 곳이에요. 이전엔 3년 다이어리라고, 3년간 쓰는 일기장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작년과 재작년의 같은 날짜에 내가 뭘 했는지를 같이 아카이빙해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일기를 처음 쓰는 분께 특히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3년 일기장’이라고 검색하시면 여러 제품이 나오는데 저는 일본 ‘미도리’ 문구사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나만의 기록을 남긴다는 건 물론 번거롭습니다. 일상이 이렇게나 바쁜데, 꼭 해야만 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쓰다 보면 절로 알게 되실 거예요. 마음 한구석이 후련하다는 것, 생각이 정리된다는 것, 무언갈 깨닫게 된다는 것, 새로운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 글쓰기로 얻을 성숙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열매는 모두 달콤할 거예요.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 지금의 내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방식을 택해 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