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와 알맹이 SHELL AND PEARL

김사피, 김신형, 심경아, 이수민, 정서현, 정지원

껍데기와 알맹이 SHELL AND PEARL
<껍데기와 알맹이>, 김사피, 김신형, 심경아, 이수민, 정서현, 정지원, 갤러리소소,2026.02.27 - 03.27 이미지_양승규
정지원, 퍼레이드, 2025, acrylic, ink, and oil on linen, 151.5 x 140.1cm 이미지_양승규

모두가 들끓고 덕담을 나누며 일어나 일의 초입으로 나아간다. 그곳은 곧 발 디딜 틈이 없겠고, 이 북적임이 처연함으로 행진할 때 가만히 있어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좋은 재주 덕에 어렵지 않게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한들 무방비한 뒷모습은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뿐이다. 스며듦이 힘겹게 이루어진다면 상황이 조금 다르려나. 주책맞아 보이는 사람이 연신 허둥대고 있다. 그와 만남은 어딘가 타고난 데가 있다.타자로 하여금 나의 손 까닥함을 대신하게 할 수 있는지. 이 행위의 전가로부터 견뎌냄의 방식이라든가, 아니면 사물을 인식하는 횟수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까 봐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정지원, 오후 네 시, 2024, ink, acrylic and oil on cotton, 83.0 x 71.0cm 이미지_양승규

뒤숭숭한 벽 너머엔 뭔가 흉한 것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 동안 창문에 붙어 있는 얼룩과 한때 살갗에 생긴 상처는 자격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제 심증을 보였다.깊은숨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느끼기에 따라 다소 싱겁다고 할 수도 있는 그것은 천진한 그물인지도 모른다. 망을 펼쳐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녀석들을 잡아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양동이에 담아둔다. 그 옆에 온전하게 자리 잡은 넋은 높은 천장의 기분을 미처 떨쳐내지 못한 채 신중하게 허공을 붙든다.정확한 요구와 간결한 설명은 한 쌍으로 시간에 덤벼들었다.

정지원, 종합장Ⅰ, 2025, acrylic, ink, gesso and oil on lien, 163.5 x 261.5cm 이미지_양승규

지난한 사람으로 가득한 유리병들은 벽에 즐비하다. 개별에서 총체까지라고 개념은 짖는다. '군상을 깨야 한다.' 가뿐한 마음으로 이를 바라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다짐을 나는 기꺼워한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군상을 깰까.작정하고 흔들리는 거리가 어떤 발악을 감내하며 선심 쓰듯 가끔 사라지기도 하는지.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은 죄다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집념에 이골 난 치들은 서투르게 애썼다. 야심한 시간은 절로 슬픔과 기쁨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겪었다.

이수민, 무제, 2026, drypoint on paper, 11.2 x 15.9cm 이미지_양승규

정지된 시간과 그와 같은 사고는 숨소리에 자막을 입힌다. 호흡이 만든 문장이 급격한 온도의 변화에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성질이라 다소 안심하기도 한다.양손이 동시에 아려올 때 낙담하지 말고, 쉽게 평하곤 했던 사물을 떠올려보자. 그것의 모서리를 광택이 날 정도로 닦는 것도 좋겠다. 어제 봤던 헝겊이 이에 제격일 터다. 여기까지 왔으면 앞선 아픔은 조금 누그러질지도 모른다. 희망적인 결론은 결정적이었던 때가 한두 번은 있었다고 한다. 볕 부스러기를 쓰는 데 적합한 마음가짐 한둘이 이와 호응한다. 상황이 맞물리는 모습은 어두워도 보이고, 길을 잃어도 나타난다.

이수민, Everyday, 2026, etching on paper, 30.3 x 23.7cm, 셀프 손 마사지 괄사(2025), 계란말이가 있는 적당한 식사(2025), Morning(2025) 이미지_양승규

자신감을 이룩하는 것이다. 행동이나 생각에 걸리적거리는 건 주변으로 보내고, 확언한 말뿐인 중심에서 가끔 중간자를 상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나열된 배려 중 선두에 선 배려라고 중얼댄다. 이 정도면 되었다. 홀로 파악한 아침에 터무니없는 식사를 마친 후 무언가 게워 낸 듯한 걸음으로 연신 이동하는 과정은 찬물로도 어렵지 않게 데울 수 있다.돌아설 때마다 급격하게 자라는 상징. 그것의 성장은 대개 괴롭다가도 한편으로는 즐거운 착오와 같다. 막힌 곳을 분별하며 통과한다. 트인 전망이 머문 집은 크기가 작더라도 요새임은 분명하고.

김신형, 도시의 혈관, 2025, oil on canvas, 90.5 x 64.5 / 두 사람, 2025, oil on canvas, 72.4 x 72.4cm 이미지_양승규

그는 검은색 상의와 짙은 푸른색 바지를 입었다. 이를 유념하듯 하얀 운동화를 신었지만, 사실 지금까지 간직한 생각 따윈 없는지도 모른다.미지근한 물로 입을 헹구면서 떨군 고개는 방문객에 맞춰 불이 켜진 현관의 등과 같다. 그를 찾아오는 건 아침과 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저녁나절뿐이다. 극심한 허기를 위하여 온종일 아무것도 삼키지 않은 그가 얄궂은 상황처럼 느껴진다.예상하지 못한 시선이 서둘러 바닥에 흐를 때 지체 없이 이를 닦을 수 있을까, 하고 그는 종종 생각하곤 한다. 무익하다고 할 수 있지만서도 꼭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어 성취 대신 무해함을 누린다. 검은색 상의가 짙게 푸름을 토할 때 언뜻언뜻 하얀 이가 보인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까닭이 숨도 돌리지 않고 춤을 남에게 꾸어 추었다. 가로등은 언제부터 생각을 담아두는 자루가 되었을까. 숨어 지켜보는 건 대체로 아무렇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오고. 난 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리하며 달큰한 꿈의 일면을 바라보게 될지도.작은 문장에도 흔들리는 처지는 역시 곤란하다. 누군가와 어깨를 맞닿는 것만으로 서로의 습관이 맞물려 돌아간다면 그와 참 많은 말을 축약하는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우린 동시에 비를 보고 정도껏 낙담하며 좌우로 이동할 테지.

다른 위치를 한입 베어 물고, 그 정도인 날을 겹눈으로 흘길 순간이 올까. 만족스럽지 않은 입장은 본디 엎드린 사물의 면면을 잠시 뒤로 물리고, 그렇게 생긴 공간에서 빽빽함을 사유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선각자들의 무대다. 이에 질려 겁이라도 먹은 사람을 찾지만, 주위에 없으니 단적으로 그를 생각한다. 외로이 그를 짓는다.

*****전반적으로 검은 것을 토하고, 이를 눈여겨 볼 때 속에서 치민 정직이나 수수한 장식 뭐 이런 것들을 단적으로 내성적이라고 여긴다. 홀로 멀찍이 떨어져 주변을 관찰하는 일과는 여전히 계단을 오른다. 일관적인 태도 위에 사라지기 직전의 불꽃을 둔 것. 아무도 이를 방해하지 않은 것과 몇은 자신을 내던지기도 했다는 일. 작위적인 인상의 사내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기록이 사무적으로 시대를 넘나들었다. 웃기는 일에 기웃거릴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은 나는 어떻게든 맞닥뜨린 상황의 값을 치르려 하는데.「의도적인 관망과 뜻을 나눈 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