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랩 전시 2026

박예림.

두산아트랩 전시 2026
<두산아트랩 전시 2026>, 박예림, 송지유, 오정민, 이동현, 이희단, 2026.01.28 - 03.07, 두산갤러리, 이미지_양승규
박예림, 계기, 2025, 자작 나무, 오동 나무, 염색지, 석고, 폴리머 클레이, 철사, 펠트, 레진 외 혼합재료, 227 x 45 x 21cm / 그들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2025, 폐선박 목재, 철거된 창문, 자작 합판, 철선, 펠트, 레진, 동 파이프, 튜바, 장지, 면실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괜찮은 자리의 기준은 밖을 정면으로 마주하는가에 달렸다. 이에 지독한 정지가 정리정돈을 시작하였다. 본연의 위치에서 벗어난 사물을 제자리에 놓으면서.바로 앞에서 마주한 바깥은 허물없어 보였다. 대상과 스스럼없이 지내는가, 날이 밝을 때가 되어 주위가 환해지고 다음 날에 또 되풀이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검은 벽을 유구한 흔적으로 닦는다. 아득히 오래된 자국은 해당 작업에 요긴하게 쓰인다. 일의 과정을 하나하나 묘사하자면 안개를 머금은 음영이 필요할 터다. 그 속에 몸을 숨긴 어감은 달갑거나 언짢거나 하지 않는 상태로 누군가에 의해 발화되었다. 반복되는 행위에서 압도적으로 웃는 상황이 빚어질까, 하는 생각으로 온종일 결락에 맞선다.

박예림, 그들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2025, 폐선박 목재, 철거된 창문, 자작 합판, 철선, 펠트, 레진, 동 파이프, 튜바, 장지, 면실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소리가 문을 달고, 누군가 이를 열어젖히길 바란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대뜸 비명이라도 질러야 하는지, 좀체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정체(停滯)에 표류한다."빠른 걸음은 어째 정성스러운 느낌이 없지." 외침의 결과, 순도 높은 답은 웅변적인 어조로 사변을 구르고. 생각보다 저조한 상상에 성한 몸은 의미 없는 달변가가 될지도 모른다.기호투성이 강을 건너 한때 모두를 향해 넌지시 건넨 말을 수거하는 중이다. 지금의 수고는 전부터 예정된 일인 듯하다. 예언적인 여지가 남아 있을까, 라는 생각은 발을 구르며 우리를 짓는다. 당찬 포부의 포장을 벗긴 후 단체를 희귀한 물질로 삼을 테다. 그 반대가 되지 않게 순서에 유념하면서.

박예림, 계기, 2025, 자작 나무, 오동 나무, 염색지, 석고, 폴리머 클레이, 철사, 펠트, 레진 외 혼합재료, 227 x 45 x 21cm 이미지_양승규

큰길 옆에 부딪힌 잔상은 사물보다 훨씬 앞섰다. 뒤이어 사물이 다가왔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고 그 둘의 간격은 격차로 빚어지더니 곧 계층으로 나아갔다. 고만고만한 지위가 사회를 오른다.대로변에 생긴 흔적, 커다란 얼음. 울리기만을 기다린 경적과 소음을 빙자한 구토. 먼 곳을 보며 징검다리 건너는 사람을 생각한다. 그는 어렵지 않게 다리를 건너 목적지로 향할 터다. 혹은 건너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지도. 어쨌든 그와, 나의 구성을 동시에 그의 구성을 짤 작정이다.

박예림, 그들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2025, 폐선박 목재, 철거된 창문, 자작 합판, 철선, 펠트, 레진, 동 파이프, 튜바, 장지, 면실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그 사람은 장발을 한 채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녔다.(이에 의심을 품는다면 어느 상황과도 부적절한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흔들리는 머리카락은 현실보다 더 과장되게 보였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꿈이라도 꾼 듯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조금 부족한 운수가 동시성을 주제넘게 유념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마음은 변두리로 향한다.각진 물체 몇이 돌아간다. 그중 하나는 소신껏 계단을 품었다. 그것들 전부는 낡았고, 무엇과 결부되지 않는다.

박예림, 그들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2025, 폐선박 목재, 철거된 창문, 자작 합판, 철선, 펠트, 레진, 동 파이프, 튜바, 장지, 면실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별거 없는 대상에게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인격을 끄집어내 한때의 토로와 비교하는 것.투정 섞인 구정물은 하얘지려다가도 혼탁하게, 끝내 혼자가 되지 못하고 악하게 돌고. 고정된 하늘에 바깥을 대입해 어지럽게 빌린 돌에 덩어리를 붙이며 수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수적으로 가소롭다, 여긴다.붙박이 아래서 여러 번 던진 행실과 허구는 이름의 또 다른 방편일지도. 어쩌다가 이렇게 성긴 걸까. 웃기지도 않아서, 이에 반대급부란 없어서.

지붕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곧 무너지겠구나, 하고 인사말처럼 말했고, 작별은 어떤 언사도 없이 사라졌다.움푹 파인 곳엔 항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녹슨 관념이 있다. 배가 고프면 대개 조용해지곤 하는 사람의 자리를 어렵지 않게 뛰어넘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저녁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