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는 왜 쓰는가

AI의 글쓰기와 구별되는 목소리를 찾아서

AI 시대, 우리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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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돌아보면 우리 삶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AI일 것이다. AI 사용이 일상화되며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이야기되던 창작에서도 AI 활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202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미디어 서베이에 따르면 20대의 절반 이상이 주 2~4회(28.7%), 거의 매일(22.2%)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글을 쓰거나 다듬는 데 사용한 이들의 비율은 68.3%a)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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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부매일, 생성형 AI 이용자 73%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감소"(2025.05.22)

ChatGPT, Gemini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현재 AI의 글쓰기는 인간의 글쓰기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모방하게 됐다. AI의 글쓰기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인간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AI가 30초만 완벽한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인간은 왜 여전히 글을 쓸까. 인간의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AI 글쓰기의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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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의 SF 전문 온라인 출판사이트 클락스월드(Clarkesworld)가 투고 중단을 발표했다. 클락스월드의 편집장 닐 클라크(Neil Clarke)는 AI로 작성한 SF 단편 접수가 급증해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표절 등의 이유로 출판이 거부되던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기존에는 한 달에 10편 정도의 작품이 표절 등의 이유로 거부되었지만, AI 단편 접수가 늘어나며 그 수가 500편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클락스월드만의 사례는 아니다. 여러 신춘문예 투고 공지에서는 AI의 사용이 밝혀질 경우 수상이 취소될 것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블로그부터 인터넷뉴스까지 AI를 통해 작성된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한 제재와 수용 사이에서 AI의 글이 확산되고 범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의 글쓰기 논쟁에서 잊혀진 질문

AI 글쓰기를 긍정하는 이들은 효용에 집중한다. 오랜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글쓰기의 과정을 AI가 바꾸기 때문이다. AI는 더 빠르고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탁월해 자신만의 글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던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AI로 인해 작가의 역할까지 바뀔 것이라 전망한다b). 작가의 핵심 업무이자 차별화된 역량이 글을 쓰는 실력이 아니라, AI가 생성한 결과물에서 쓸만한 것을 골라내고 필요한 부분을 추가하고 편집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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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이투데이, AI 시대 창작 핵심, '글쓰기'에서 '지시하기'로 [초지능 시대, 인간 생존법 ②](2025.12.18)

AI 글쓰기 논의는 허용 여부와 인간의 대체 여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서 밀려나는 질문들이 있다. 인간은 왜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일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와 '좋은 글'이라 생각한 것들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은 글'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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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휴렛 재단은 과거 AI 채점관 개발을 위해 AI 작문 평가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AI는 '좋은 에세이'를 평가할 때 획기적인 내용이나 신선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담은 글을 '좋은 에세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MIT에서 글쓰기 교육을 책임졌던 레스 페럴먼(Les Perelman, Ph.D.) 교수는 바벨 생성기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복잡한 단어와 문장을 짜깁기 한 의미 없는 에세이를 만들어 만점을 받기도 했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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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ice, Flawed Algorithms Are Grading Millions of Students’ Essays, (2019.08.20)

이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24년 텍사스 교사 연맹(Texas AFT)은 텍사스주의 학력평가(STAAR) 채점에 AI가 도입된 뒤부터 0점 처리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학생의 글쓰기 능력보다 AI 채점에 유리한 기법, 정형화된 패턴을 학습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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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Computers Scoring STAAR Essays: Is Texas Sacrificing Quality for Efficiency?, (2024), https://www.texasaft.org

AI와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AI는 글을 읽고 사유하지 않는다. 수천 편의 예시 에세이를 학습하고 기존 점수 기준을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길이, 철자 등의 요소에 집중하지만, 글쓰기의 본질인 창의성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창의성에 대한 평가가 뒤로 밀리게 되면, 좋은 글에 대한 기준도 변하게 된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평균값이 좋은 글쓰기로 평가받고, 그 기준에 대해 어떤 이견도 제기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창의적인 사고와 다양한 표현이 사라진다면 글쓰기는 더 이상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AI는 인간의 글쓰기를 획일화시켰을까

AI 글쓰기가 보편화되면 인간의 글쓰기가 획일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인간이 AI의 글쓰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술대회인 뉴립스(NeurIPS) 2025에서 발표된 『Writing in Symbiosis: Mapping Human Creative Agency in the AI Era』에 따르면 인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AI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문장 구조가 매끄럽고 AI의 어휘 선택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한 수용자(Adopters) 그룹은 AI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저항자(Resistors) 그룹은 문법이 거칠더라도 AI 글쓰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가장 많은 이들이 실용주의자(Pragmatists) 그룹이다. 실용주의자들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글쓰기에서 자신의 주관과 스타일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2023년 이후 인간의 글쓰기에서 AI와의 유사도가 점차 감소하는 것 또한 눈에 띄는 특징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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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ZDNET, AI 시대, 작가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나요(2025.12.18)

유려한 AI의 문장과 비교할 때 인간의 문장은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문법이 틀리고 논지가 엇나가며, 완벽한 문장과 점점 멀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투박함 안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인간만이 가능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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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른다. AI의 글쓰기로도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글쓰기는 단순한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과정까지 포괄한다. 미국 언어학자인 나오미 배런(Naomi Baron)은『쓰기의 미래』에서 AI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써놓은 것을 의심하는 태도를 퇴화시키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나오미 배런은 또한 인간의 글쓰기가 AI와 구별되는 이유로 고쳐쓰기를 꼽는다.

우리가 마음을 무엇이라 이해하든지 마음은 돌이켜보는 능력을 포함한다. 독서는 우리에게 단어들 사이에서 멈추고 생각하고 다시 읽을 기회를 준다. 쓰면서 우리는 쓸 뿐만 아니라 멈추고 생각하고 고쳐쓸 기회를 얻는다.”_조선일보, 인간은 AI와 다르다, 스스로 돌아보고 고쳐쓰기에(2025.01.20)

AI의 글쓰기는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고,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따라 다시 작성할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 문장이 작성되었는지, 왜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는 중에 멈추지도 않는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썼다 지운다. 비효율적인 멈춤과 수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인간의 글쓰기는 잘 만들어진 글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 안의 생각을 찾기 위해, 타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때로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쓴다. 그 과정에서는 사유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사유하며 증명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새해를 맞아 문학인 21인에게 AI와 문학에 대해 질문했다. 소설가 정지아는 소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결부된 것이라 말한다. 언젠가 AI가 더 멋진 표현을 쓰게 된다 해도 그것은 소설가들이 써 내려간 '하찮은 소설들의 축적' 덕분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AI는 편리하다.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 줄 수 있다. 좋은 글쓰기의 도구가 된다.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그 정보를 '왜' 정리하는지, '왜' 이 글을 써야 하는지,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모든 '이유'를 찾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소설가 김보영은 사람들이 AI는 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닌지 되물었다. AI 시대, 우리는 왜 굳이 글을 쓸까. 우리가 찾던 답은 이 문장 안에 이미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SBS 뉴스, 공상과학소설 플랫폼, 챗GTP 작품 신청 밀려들자 접수 중단(2023.02.22)
  • AI가 다 써줄 텐데, 글쓰기 못해도 되겠네, (2022.12), https://eiec.kdi.re.kr/
  • Doshi, V. & Li, M., 『Writing in Symbiosis: Mapping Human Creative Agency in the AI Era』, NeurIPS, 2025.
  • 경향신문,문학에 스며드는 AI···공모전 당선을 취소합니다?(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