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만화 3선
나답게 일하기 위한 질문들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겐 밥벌이고, 누군가에겐 자아실현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일을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여기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가치가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죠. 어떻게 정의하든 기본적으로 일이란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인식이 그러하고, 결과적으로도 그런 태도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죠. 누군가에게 일이란 그저 ‘살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네요.
오늘 소개할 만화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만화 속 인물들은 하는 일도, 경력도 다 다릅니다. 인물과 일의 관계, 인물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며 공감하거나, 미래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삶에서 뗄 수 없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다 보면 더 나은 삶의 방향성을 그릴 수도 있죠. 지금부터 만화 속 인물들의 일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마음만 급한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
가시와기 하루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저는 구청 복지사무소의 생활과에서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한국으로 얘기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관리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소개하여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자립을 돕는 일입니다. 복지과에 발령받고 나서야 제 업무를 알게 되었으니, 이렇게 말하긴 부끄럽지만 말 그대로 좌충우돌하는 중입니다. 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절박한 사정이 있어요. 생계가 달린 일이니 평소보다 예민하기도 하죠. 제 말 한마디나 태도로 인해 안 좋은 소릴 듣는 일도 많고 감정 소모도 심해요. 하지만 누군가의 삶이 달린 문제라 허투루 할 수 없어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과 같다.” 제 사수가 해준 말씀이에요. 어렵지만 세심하고 꼼꼼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려 합니다. 하다 보면 나아질 수 있겠죠? -요시쓰네 에미루, 생활과 공무원, 신입
일본 헌법의 문구를 제목으로 인용한 이 만화는 사회적 약자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복지 공무원의 이야기입니다. 잘해 보고 싶지만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 실수투성이인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장 생활은 삶이란 하다 보면 나아지고, 그러다 보면 특별한 의미가 생기기에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가까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니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요. 이 만화는 세상의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헤매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건 꼭 거쳐야만 하는 시간이라는 점을 한 발짝 멀리서 말해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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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단단한 뿌리를 만드는 사람들
미우라 시온, 쿠모타 하루코 『배를 엮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다. 만일 사전이 없다면 우리는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서성일 수밖에 없어. 그 바다를 건너기에 적합한 배를 엮자.” 출판사 영업부에서 사전 편집부로 스카우트 되어 출근한 첫날 선배 편집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그 이름도 거창한 ‘대도해’를 편찬하는 일을 하게 되었죠. 저의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 사전을 만들 때 강점이 되었지만 결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시대 흐름을 고려해 사전에 담을 표제어를 고르고 뜻을 정리하는 일이 참 무거운 임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을 정의할 땐 이성에 국한한 구시대적인 인식을 지적할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했어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사어를 사전에서 지우는 일은 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사전에서까지 빠진다면 그 단어는 이제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사전을 만드는 일 그 자체가 때론 앞이 안 보이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일 같았습니다. -마지메 미츠야, 사전 편집자, 경력 3년
종이 사전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된 지금, 종이 사전 편집자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말이 빠르게 생기고 또 사라지길 반복하는 현대 사회에서 표준어를 정리하는 일은 사회와 문화를 지키는 기준이자 근간이 됩니다. 쇠퇴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의 기틀을 만드는 일이기에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일이 그렇지 않을까요? 주도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산업은 아주 소수이고, 대부분의 일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줍니다. 사람의 성장도 마찬가지겠지요. 10년 이상 걸리는 사전 편찬처럼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성실함과 애정도 아무나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일 것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만화는 당신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며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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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름다운 낯을 만드는 장인들
사카우에 아키히토, 『에도의 장인들』

저는 지금 어느 부유한 상인이 의뢰한 창고를 짓고 있습니다. 저는 미장이에요. 벽이나 천장, 바닥에 흙, 회 따위를 바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미장이 장인들과 구역을 나누어 건물 벽을 칠합니다. 저는 장인들을 통솔하고 이끄는 편수이기도 해요.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 얕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말을 세게 합니다. 사실 요즘은 그 문제로 고민이 많아요. 전 그저 흙을 만지는 게 좋을 뿐, 편수가 될 능력은 부족한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함께 일하게 된 떠돌이 미장이가 그러더군요.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편수의 기량일지라. 마음을 이해 몬 한 채로 낯만 깎이고 있으마 장인도 의욕이 꺾일 거 아이겠나.”
우리 미장이가 하는 일은 이 곳간과 상인의 낯을 세우는 일입니다. 모두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커요. 오히려 제가 그들과 마주하기를 회피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편수로서 결과물이 왜 아쉬운 지 지적하고 고치게끔 하면 되는 걸 저는 딱딱하게 다시 하라고 하거나 아예 말 없이 밤에 제가 고쳐 바르곤 했어요. 모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장인이라는 사실을 잊었던 거 같아요. 참, 그 떠돌이 장인은 다시 훌쩍 떠났어요. 백 년이 지나야 완성될 다실을 남기고서요. -조시치, 미장이 편수
일본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라서 구체적인 문화에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대신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문화재를 남긴 옛 장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당연한 풍경이 된 서울 곳곳의 문화재가 스쳐 지나갑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수백 년을 이어갈 한국의 얼굴을 만든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죠. 거리를 걸을 때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백 년 뒤를 상상하며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분기별로, 연도별로 성과를 따지는 현대인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시간 개념이 아닐까요? 내가 하는 일의 시간은 얼마나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지, 나의 일은 무엇의 멋진 얼굴이 되어주는 일인지 생각합니다. 이 만화는 아주 오래전 장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의 가치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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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오랜 시간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일할 것인가’와 ‘나답게 일하기’가 아닐까요? 세 편의 만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떤 이는 서툴지만 겸허하게, 어떤 이는 묵묵히 오래도록, 또 어떤 이는 수백 년 뒤를 상상하며 일합니다. 그들의 태도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까? 이 만화들이 건네는 질문 속에서 당신만의 ‘이유 있는 열정’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