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유

오늘 한 사람이
바다에 와서
사는 이유를 물었어
물고기라도 되려는지
바다 속으로 뛰어들 기세야
괜스레 겁이나서
엉겹결에 말했어
나는 작은 물고기라 뇌도 작고
아는 것이 없으니
큰 바다로 나가
혹등고래에게 물어보라고
사는 이유를 캐는 건
해초가 물고기의 단단한 비늘을 들추고
여린 살결을 더듬어 보려는 일 같은 거야
사람들은 왜 사는 이유가 궁금 할까
혹등고래라고 답을 알고 있을까
바다에는
온 몸을 벌거숭이로 달리고 싶은 희열이 있다고
얘기 해 줄걸 그랬어
사실 나는 그 낙에 살아
그 사람이 사는 땅도
바닷속과 다르지 않을텐데
내 것이 아닌데
걸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다 벗어던지고
서늘한 벌거숭이가 되어
자유롭게 달려보는 거지
나는 그냥 살고 있지만
사랑하는 네가 있고
어쩌다
네가 내 곁을 떠난다고 해도
나는 슬프면 슬픈대로
살아 갈 거야
그래서 나는
사는 이유를 답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