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거리에 나섰다
저이는 어떤 가면을 썼을까
저이는 또 어떤 가면을 썼을까
공원 벤치에 한 사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가면을 벗어 놓은 사람이다
무심하니 가면 따위 있을 리 없다
가면의 의도가 없다
아, 그러나 말이지
우리 모두가 가면 없는 무심함으로 산다면
세상은 더 소란스럽고 속 시끄럽지 않겠는가
도덕적인 체하는 남자
순진한 체하는 여자
근엄한 체하는 부모
착한 체하는 아이
사람이라서
가면을 쓴다
사실은
몇몇 동물 들도 가면을 쓴다
사람에게서 배운 탓이지만
아, 또 그러나 말이지
가끔은 가면 없이 사는 무심한 사람이
몹시도 아름답다
우리는
보이지도 않은 가면을 매일 쓰며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바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