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척'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이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요리도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각지에서 모인 셰프들의 서사까지 어우러지면서 우리를 몰입 시켰던 흑백 요리사 시즌 2가 얼마 전 마무리 되었는데요. 그 마지막을 장식했던 주제는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 였습니다.
늘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요리해왔던 셰프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나 자신’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본질에 다가갈수록 진솔한 요리가 펼쳐졌죠. 우승자 최강록 셰프는 그를 떠올리는 키워드가 ‘조림’이 될 정도로 다양한 조림 요리를 만들어왔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자신을 위한 요리는 다름 아닌 자신을 위로할 따뜻한 국물 요리였습니다.
‘조림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붙을 만큼 많은 조림 요리를 펼쳐왔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재능이 아닌 무수한 노력이 쌓아 올린 하나의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사실 그동안 조림을 잘하는 ‘척’을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척’을 하고 살아갑니다.
직장에선 일을 잘하는 척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가족 앞에선 착한 아이인 척, 또 때로는 세상의 시선 속에, 압박감 속에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척, 이해하는 척 살아가기도 하죠.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그의 요리보다 그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며, 가려가며 살았을까요? 어쩌면 영겁 같은 그러나 찰나인 이 인생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만들어진 나로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요리를 한번 볼까요? 이름은 '깨두부를 넣은 국물요리'라고 붙여졌습니다. 방송에 자주 보여졌던 음식이라면 명확한 명칭이 있을텐데, 저는 이 이름마저도 최강록이란 사람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게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들에,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깨두부가 들어간 이 요리는 그의 고된 하루의 마지막을 데워주었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 화려하거나 특이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음식들은 그가 묵묵히 걸어왔던 요리 인생 속의 근성 또한 보이는 듯 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 한 것은 그 요리를 넘어선 그의 삶이었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내 자신을 온전히 사회에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 시간들은 모두의 인생 속에 존재하기에 이토록 깊은 공감을 쏟아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의 앞에 놓여진 한 그릇의 요리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요리가 당신을 닮아있나요? 어느덧 새로운 해를 맞은 지 2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간만 흘렀을 뿐 여전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신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면, 오늘 만큼은 자신을 대접하는 하루를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삶의 여정은 끝이 없고 아직도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기에. 그런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를 제일 잘 아는 '나'에게 숨김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올해는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