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QUE 6 / RESTOMOD
박민하, 김유빈, 임윤서, 이한희

'눈앞에 보이는 세 개의 버튼. 그중에 하나를 눌러야 할까, 아니면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눌러야 할까. 선택은 하되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상황을 겹눈으로 바라보며 하는 생각은 대개 적절한 길이의 활시위와 대비된다.
입 안을 시간으로 헹구며 경험하지 못한 깊이의 구덩이를 마음대로 구상하고, 이를 언제 즐겼냐는 듯 금방 쇳덩어리들로 메워버린다. 사상의 공실은 이렇게 자신의 단계를 넓히고, 이 방식은 번짐과 유사한 던짐이다.

기어코 지붕 위로 올라온 것은 조급한 사유와 황망한 기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간의 이동이 있었지만, 먼발치는 여전히 먼발치로서 구김 없는 삶을 영위한다.
'볼품없는 사다리라지만 견고하기만 하면 그만.' 누군가의 신조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감옥을 천천히 수거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 다시 사는 하루. 영원에 디딘 걸음과 단번에 쏟아진 햇빛을 만끽하는 순간.
지붕 위에 머문 시간은 그곳을 오르내리는 시간의 두 배 정도였다. 한동안 떨어졌던 낮과 밤이 꼭 붙을 때 간헐적으로 번쩍거렸던 이름은 텅 빈 장으로 뛰어 들어가고. 지붕에서 내려온 뒤에도 사유는 여전히 급했으며 기분은 당혹스러움을 면치 못했다. 구태여 행한 일에 과거는 무심히 돌아선다.

그가 못내 추구한 건 알지 못한 날과 그것뿐인 벽이었다. 아무리 머릿속을 장식해도 성에 차지 않았으며, 손을 더럽히듯 빈 감각만 자욱하게 의식을 흐렸다. 그러는 동안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뒤바뀐 상태로 서로를 밀치거나 당겼고.
창가에 드리운 꼬리가 차가워지지 않은 채 달게 잠들었다. 그 위로 열거된 상황이 조용하게 지나갔으며, 하늘은 짙은 음영을 두르느라 바쁜 기색이었다. 이를 회상하는 지금도 열거는 어디를 묵묵하게 통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표지판을 본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후에 이어지는 비슷한 감상조차 없기에 손끝에 불을 붙여 생활을 피웠다. 청명했던 시간이 흐린 속으로 둔갑해 여실하게 공중을 오른다.

방문을 여는 일에도 화들짝 놀라 지금까지 행한 가슴 두드리기를 되새김질한다. 순서는 예견된 미래의 방충망 정도의 자격을 지닌다. 어제와 다른 오늘, 그 당연지사 곁에 낯선 강물이 인색하게 흐른다. 이제 막 시작한 걸음이 꼭대기에 걸렸다.
말과 말 사이에 한때 열망한 무엇이 날개 펴고 우악스럽게 몸집을 크게 불려도 이젠, 버려진 공터에 떨어진 쓴웃음과 같다. 나도 모르게 쥔 주먹이 하얗게 질려도 지지부진한 숨이 끈덕지게 안팎을 노닌다.
하늘을 양분하는 가로등의 수명은 여러 번 교체되었고(연장이라기보단 극히 단속적인 갈음이었다), 중간에 가로챔을 당하기도 했지만, 버젓함을 상실한 적은 없다.
격양된 걸음은 꼭두새벽의 꼭대기로 향했다.

본인이 설정한 가치로 점점 비대해지는 사상을 손발이라도 된 양 다룬다. 그것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한때는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받들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저 천천히 생각할 뿐이다. 느릿한 사고가 여러 가닥이 되더니 한 개체로 뭉쳐 정돈된 형태로 떨었다.
뜻대로 바닥에 누워 미지근한 감상을 다각도로 평하며 무심코 감지한 것도 잊고, 열띤 토론을 깎아 결국 완성한 토로를 냉대한다. 모르쇠와 겹친 토르소.
끝없는 열림 너머엔 닫친 장마가 있다. 손을 모아야 들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것은 발을 구르는 소리와 유사한 것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것의 부정으로서 정적이다.
대양 위를 부유하는 껍질은 몹시 흐느적대며.

사물에 대한 연상은 점점 길어졌다. 한정된 시간, 다신 없는 오늘이 바닥에 긴 팔을 드리우며 온몸에 힘을 빼고 늘어졌다. 같은 공간에서 달리 움직이는 명암을 보았다. 우리에게 뚜렷한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지난날을 반추하는 도로 위에 멋쩍은 가로등이 즐비하고, 하늘은 선뜻 희게 고꾸라진다.
거짓과 걱정, 그리고 증명된 품평 아래 작은 존재들이 떼 지어 이동한다. 그들의 한 뼘은 향뿐인 꽃과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