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lapse Manual Ep.02

붕괴 사용 설명서.

The Collapse Manual Ep.02
The Collapse Manual Ep.02, AOD뮤지엄, 2026.01.30 - 03.17 이미지_양승규
박웅규, 여덟 번째 몸, 종이에 먹과 안료, 204.5 x 77cm, 2025 / 첫 번째 몸, 종이에 먹과 안료, 220.5 x 110cm, 2024, 아홉 번째 몸, 종이에 먹과 안료, 204.5 x 77cm, 2025 이미지_양승

서로에게 장작을 던진다. 방문할 예정이 없는 장소가 불쑥 눈앞에 나타나 어기적거리며 앞으로 두세 걸음 걸어가는데, 그 시작은 들뜨거나 애탄 속과 지독하게 결부된다. 상실은 어느 순간부터 그저 서정적인 것이 되었다. 기쁘거나 슬픈 일의 중간 항이 몹시 신경 쓰이는 요즘은 두 발에 양동이를 끼운 듯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아간 걸음이 뭔가를 시사하려 하기보다는 특정 서사에 집중할 때 이국은 보란 듯이 펼쳐진다. 언어는 무게가 다른 짐으로 여겨지고, 나는 균형이 맞지 않은 삶을 얼마간 보낸다.새벽녘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제자리에서 뭉그적거리기보단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뛰쳐나와 어느 곳에라도 닿을 터다. 부딪친 게 섬이라면 한 글자 평온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까짓것 어깻죽지에 날개를 달지.

이용빈, Subterranean Pegasus, leather, stainless steel, mixed wax, 119 x 183 x 83cm, 2026 이미지_양승규

계단을 내려간다. 난간은 없지만, 그럼에도 위험한 느낌은 없다. 부자연스러운 두 팔은 개념적 어둠을 밝힌다.시작을 알 수 없는 하강이 시선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대로 계속 아래로 내려갈 수만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안심과 방심을 제치고 속의 일부에 자리 잡았다. 예전 방문을 비추던 녹음은 짙었던가, 아니면 무사하게도 옅었던가.주류에서 떨어져나온 게 견고하다고 갖은 세상이 자랑하는 낙엽을 간단하게 부수었다. 가방끈은 이에 사실을 얼마 묻혀 미소로 끌고 나갔다.겹침 없는 동작을 엮어 내일을 점치는 이의 소박한 순서를 되뇐다. 그럴 때마다 사물의 모서리를 짓는 결정적 결여가 무엇일까, 하고 힘없이 발음한다.

이용빈, Fell Beasts, leather, stainless steel, mixed wax, 75 x 185 x 73cm, 2026 이미지_양승규

거대한 고목 앞에서 시답지 않은 언어를 생각한다. 그것은 관계의 다른 말이자 어떠한 말미의 확증이다. 지금까지 격주로 오간 이곳이 제 귀퉁이에서 내세를 끄집어낼 때 나는 화를 불러야 하나, 이름을 삭여야 하나 고민했다. 대개 그 반대인 경우가 많겠지만, 당시는 어엿한 당신을 붙잡듯 그랬을 뿐이다.재귀의 과정에서 단칼에 중단한 버릇이 느닷없이 나타나 이해의 일부라도 바라며 넌지시 기울었다. 그 몸짓이 내게 건넨 건 무언의 압박인가, 아니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바닥인가. 곳곳에 외투를 벗은 가시가 즐비하다. 사방은 무엇도 적히지 않은 푯말을 연신 흔들어 대는지도 모른다. 그 동작이 우수에 젖는 날, 사람들은 잠시 똑같음을 내려놓고 먼 곳을 힘없이 바라보게 될까.

윤미류, New Order 1, oil on canvas, 227.3 x 145.5cm, 2025 / New Order 2, oil on canvas, 193.9 x 130.3cm, 2025 이미지_양승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을 두고, 종합적인 인격은 몸을 이룬 후 극도로 사색하며 이를 다루었다. 이와 동시에 개별이 힘쓰지 못한 상황은 두 발을 곧게 뻗음으로써 어떤 자세도 막론할 준비에 다가갔다.장식 없는 의자에 앉은 정직함은 견고한 얼굴로 주변부를 바라본다. 축제 날 무너진 어귀가 사실 소실된 기둥의 비롯됨이었다면 비록 상상에 그친 상황도 엉겁결에 예언이 될지도 모른다.<기가 막힌 우연, 더 이상 토로할 것이 없는 상징>슬며시 빗장 옆에 서는가. 가까운 건 멀어지고, 멀어진 건 가까워진다. 울림이 결여된 소리가 소문처럼 생겨나 사실처럼 사라진다. 이제 막 겉돌기 시작한 사람이 헤맴을 논하는 게 적잖이 서글프다. 복잡함 앞에서 그저 웃노라.

윤미류, Ssssss, oil on canvas, 33.4 x 24.2cm, 2025 이미지_양승

멋진 공간과 어울리는 사내는 굳이 나누자면 민감한 축에 들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일이 드물었고, 매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성실함이 비명같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고루한 침묵을 깨트리기에 이만한 것이 또 없었다.의도 없이 적힌 숫자의 상태가 주변에 이상적으로 비친다. 나는 이를 전부터 분명하게 인식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조심함이 없는 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얼음 때문일지도.무엇도 거르지 못한 거름망. 이르거나 뒤늦은 걸음마."해당 표정의 적수가 없어 이 점을 높이 사지만, 한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한다." 선언과도 같은 결과가 군소리가 되어 울린다.

윤미류, Slit Open 1, oil on canvas, 227.3 x 162.1cm, 2025 이미지_양승규wㅓㄴ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