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의 시간을 건너 비로소 발견된 클래식 음악 4곡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작곡가들의 새로운 매력 찾기
2021년, 모차르트의 미공개 작품이 공개되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초연을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ANTIEGG에서도 김태현 에디터가 “94초의 전율 17살 모차르트와 조성진의 만남”이라는 아티클을 통해 소식을 전한 바 있었죠.
사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슈퍼스타 작곡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렇다 보니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끔씩 우연한 발견을 통해 미공개 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그런 순간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곡가들의 새로운 매력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죠. 오늘은 최근 공개된 따끈따끈한 미공개 작품 네 곡을 통해, 몇백 년 전의 클래식 음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모차르트
세레나데 C장조 KV648

작년 가을에 공개된 작품,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C장조 '작은 밤의 음악' KV648부터 살펴볼까요? 2024년 9월, 독일 라이프치히 시립도서관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모차르트의 악보가 발견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233년 만에 확인된 작품이었죠. 이미 대부분의 작품이 정리되었다고 여겨졌던 작곡가에게서 새 곡이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문데, 2021년 공개된 피아노 작품 '알레그로 D장조' KV626b/16에 이어 또 하나의 미공개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니, 신기하죠?
이 작품의 정체는 현악 3중주. 연주 시간은 약 12분으로, 짧은 7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입입니다. 도서관 측은 이 곡이 모차르트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기 전, 막 십 대에 접어들 무렵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곡이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에게서 영감을 받아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이 이 악보를 소중히 보관해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발견된 악보는 모차르트의 원본 친필 원본 악보는 아니고요, 대신 1780년대에 작성된 복사본입니다. 하지만 복사본이라고 해서 이 작품의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당시에는 인쇄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도, 보편화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악보를 손으로 베껴썼고, 실제로 학계에서도 이렇게 만들어진 손악보를 원본 출처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거든요.
이 곡은 연구를 거쳐 모차르트의 미공개 작품임이 확인되었고, 그 결과 '작은 밤의 음악(간츠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Ganz kleine Nachtmusik)'이라는 제목과 함께 작품번호 KV648를 부여받아 모차르트 작품 공식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목에 쓰인 ‘간츠(ganz)’는 독일어로 '아주' '정말로', '클라이네(kleine)'는 '작은'이라는 뜻이에요. 그 제목처럼, 짧고 아기자기한 악장들로 이루어진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모차르트 세레나데 C장조 연주
2024년 9월 21일 라이프치히 오페라 극장에서 빈센트 기어·데이비드 기어(바이올린), 엘리자베스 치머만(첼로)의 초연 무대를 감상해보세요! 저는 3악장과 6악장, 미뉴에트가 두 번 등장하는 것이 흥미로웠고요, 생동감이 넘치는 2악장이 무척 모차르트답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쇼팽
왈츠 a단조

모차르트의 미공개 작품 발견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던 2024년 11월, 다시 한번 음악계가 들썩였습니다. 쇼팽의 미공개 작품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쇼팽의 작품이 발견된 것은 1930년대 이후로 처음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모였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이 작품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작품의 발견 시점은 202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건 도서관·박물관의 음악 담당 큐레이터인 로빈슨 매클렐런은 카탈로그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하 수장고에서 엽서 크기(약 12.7x10.1 cm)의 처음 보는 악보를 발견했죠.
악보 상단에는 'Chopin'과 'Valse'라고 적혀 있었지만, 쇼팽의 서명은 없었습니다. 이 악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쇼팽 전문가들의 긴 검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쇼팽이 다른 악보에서 썼던 필체로 낮은 음자리표가 그려져 있고, 19세기의 쇼팽이 쓰던 것과 같은 재질의 종이와 잉크가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작품에 젊은 시절의 쇼팽 스타일이 담겨 있음이 확인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서명이 없다는 점과 악보 상단의 '쇼팽'이 다른 사람의 필체로 쓰였다는 점 등이 약간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긴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과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이 작품이 쇼팽의 작품이 맞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이 왈츠는 쇼팽의 작품으로 판명되었고, 그해 가을,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쇼팽 녹턴 a단조 연주
어둡고 무겁게 시작하는 도입부가 무척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총 길이는 24마디이고, 전체 연주를 한 번 더 반복하도록 돼 있어 총 48마디로 연주됩니다. 연주 시간은 약 1분 20초 정도이고요.
클래식 음반사의 양대 산맥으로 여겨지는 두 곳, 워너 클래식스와 도이치 그라모폰이 발빠르게 움직여서 각각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와 랑랑의 연주로 음원도 발매했습니다. 랑랑은 뉴욕타임스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정통한 쇼팽 스타일"이라고 전했다고 해요. 랑랑의 연주로 쇼팽 왈츠를 감상하면서, 젊은 시절의 쇼팽 스타일을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사티
'멜로디' 외 총 27곡
사티 '짐노페디' 1번 연주
올해 6월에는 사티의 미공개 작품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무려 27곡이나요! '사티'라는 이름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사랑이 흘러넘치는 곡부터, 듣기에 편안한 곡, 장난기와 유머가 느껴지는 곡, 몽환적인 느낌의 야상곡까지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나 광고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짐노페디' 1번이 바로 사티의 작품입니다.
영국의 음악학자 제임스 나이와 일본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사토 마츠이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사티의 필사 노트와 미공개 문서들을 수년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긴 연구 끝에 이번 미공개 작품들을 발견한 것이죠. 이 모든 작품들을 찾아내고, 또 이것이 사티의 작품이라고 판명하다니 열정이 정말 굉장하죠?
앞서 모차르트와 쇼팽의 작품이 한 곡씩 발견되었을 때도 떠들썩했는데, 사티의 작품이 스물일곱 곡이나 발견되었으니 모두가 얼마나 놀라워하고 기뻐했는지 예상이 되시죠? 이번 소식을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00년간 잠들어 있던 사티의 숨겨진 목소리"라고 표현했고, 클래식 음악계는 "20세기 프랑스 음악사에 있어 중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티 '멜로디' 연주
이번에 발견한 27곡에는 피아노 소품, 녹턴, 가곡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멜로디'를 감상해보세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와 바이올리니스트 네마냐 라둘로비치가 함께 연주했는데요, 선율이 무척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사티의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며, 알렉상드르 타로는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을 모두 담아 음반 '사티: 디스커버리'를 발매했습니다. 앞서 감상했던 '짐노페디'처럼 자유롭고 서정적인 작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의 공연장에서 울려퍼질 사티의 작품들을 기대해 보세요!
바흐
샤콘과 푸가 d단조 BWV1178, 샤콘 g단조 BWV1179

그리고 지난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젊은 시절 작곡한 오르간 작품 두 곡도 발표되었습니다. 바흐의 미공개 작품이 공개된 것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에요.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오르간 독주곡인 샤콘과 푸가 d단조와 샤콘 g단조 가 초연됐습니다. 두 작품은 각각 약 7분 정도로, 이날 각각 BWV1178와 BWV1179라는 작품번호도 부여받았어요.
사실 이번 작품은 1992년에 발견됐습니다. 당시 대학원생었던 음악학자 페터 볼니가 벨기에 왕립도서관에서 서명이 없는 필사 악보를 발견합니다. 그는 즉시 이 작품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추적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독일 튀링겐 지역의 교회 문서에서 바흐의 제자 살로몬 귄터 요한의 구직서를 찾아냈는데, 이 증거가 이 악보가 바흐의 작품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구직서 필체가 필사본과 같았고, 악보에 드러난 스타일과 선율 등이 바흐의 초기 스타일과 일치했거든요. 그리고 30년의 추적 끝에 페터 볼니는 "바흐의 작품일 가능성을 99% 이상 확신한다"고 밝혔고, 초연을 맡은 네덜란드 오르가니스트 톤 쿠프만 또한 "젊은 바흐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전했습니다.
바흐 샤콘 d단조 BWV1178 연주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 곡을 감상해보았는데요, 제가 그러했듯 여러분들도 작품의 초입부터 '앗, 완전 바흐네!'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 곁에 도착한 바흐, 모차르트, 쇼팽, 사티의 음악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 작곡가들이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는 존재로서 느껴지셨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음악이 발견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