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브랜드, 말할 수 없는 광고들

세 개의 성인용품 브랜드가 검열에 대처한 방식

성인용품 브랜드, 말할 수 없는 광고들
출처: Lovehoney

광고는 언제나 시대가 허용하는 언어의 수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허용된 범위 안에서 말한다는 것이 늘 진실을 보장하는 건 아니죠. 어떤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그 경계 바깥에서 시작하니까요. 성인용품 브랜드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성을 팔면서도 성을 직접 말할 수 없으니, 이들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함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단어를 골랐는지보다, 왜 그 단어를 골라야만 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 사회가 성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불편해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언어의 선택이 아니라 언어의 조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 글에서는 검열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 세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Dame, 'Get In Touch'

2018년, 뉴욕의 여성 성인용품 브랜드인 Dame는 뉴욕 대중교통국(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MTA)에 지하철 광고를 신청했습니다. MTA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브랜드는 광고 시안을 수차례 수정하며 약 15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쏟아부었는데요. 그렇게 제출한 최종 시안에는 파스텔 색조의 진동기 사진들과 함께 ‘Toys, for sex.’, ‘Thank you from the bottom of my vulva’ 등과 같은 문구가 담겨 있였습니다.

출처: Dame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후 MTA는 성 지향 사업(Sexually Oriented Business)의 광고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며, 그 근거로 Dame의 지하철 광고 게재를 금지했습니다. 문제는 같은 시기 이미 지하철에 걸린 광고들이었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 브랜드 Hims는 발기한 성기를 은유한 선인장 이미지를 버젓이 광고에 사용하고 있었고, ‘DTF(Down to Fuck)’라는 문구를 내건 데이팅 서비스 광고도 아무런 제약 없이 게재되고 있었습니다.

출처: BuzzFeed News

Dame는 이를 성차별로 규정하고 2019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약 3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MTA와 합의에 도달했고, Dame는 여성이 창립한 성인용품 브랜드 최초로 뉴욕 지하철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하철에 걸린 광고는 처음 시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새 캠페인에는 제품 사진 대신 부드럽게 조명된 손과 꽃잎 일러스트가 담겼고, 고객들이 느낄 감각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문장이 채워졌습니다.

출처: Dame

합의가 이뤄진 후 Dame의 공동 창립자 알렉산드라 파인(Alexandra Fine)은 "이긴 것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습니다. ‘Toys, for sex’가 ‘It's like touching the sunrise’가 된 건 창의적인 진화도 아닌 어쩔 수 없는 협상 때문이었죠. 여성의 쾌락은 더 간접적으로 표현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는 분명히 사라졌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Dame이 차마 말하지 못한 메시지가 소송을 통해 오히려 더 오래, 더 널리 회자됐다는 겁니다.


Lovehoney, 'You Deserve Better'

Lovehoney 또한 Dame과 유사한 벽에 부딪혔지만 다른 방식으로 한계에 대처했습니다. 영국의 성인용품 브랜드인 이들은 옥외 광고에서 반복적으로 규제에 걸려왔는데요. 영국 광고표준청(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 ASA)은 성인용품을 직접 묘사하는 광고를 사실상 공공장소에서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브랜드가 찾은 타개점은, 성인용품을 직접 광고하는 대신 사람들이 실제로 성인용품 대신 사용하는 물건들을 광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Lovehoney

2023년, Lovehoney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 2,054명 중 41%가 성인용품 대신 생활용품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가장 많이 사용된 품목은 베개(14%)였고, 여성 응답자 사이에서는 헤어브러시(15%), 전동칫솔(10%)이 뒤를 이었습니다. 남성 응답자 사이에서는 양말(14%), 베개(12%), 휴대폰(11%) 순이었습니다. 브랜드는 이 물건들을 그대로 광고 이미지에 올렸습니다.

브랜드는 이 광고판을 스스로 '금지할 수 없는 광고(Unbannable Ads)'라고 불렀습니다. 성인용품을 보여줄 수 없어서 사람들이 대신 쓰는 물건을 보여줬다는 것, 그 논리 자체를 캠페인의 메시지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분명 광고판에 걸린 오이는 평범한 오이 그 자체이고, 전동칫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히 규정을 어긴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죠.

출처: Lovehoney

성인용품은 여전히 보여줄 수 없지만,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 자체를 광고의 테마로 활용한 것인데요. "You deserve better". 표면적으로는 안전하지 않은 대체품 대신 제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써야 한다는 제안이지만, 그 뒤에는 이런 우회 없이는 자신의 제품을 보여줄 수도 없게 만드는 광고 환경에 대한 고발이 깔려 있습니다. Lovehoney의 카피는 유머처럼 보이지만, 사실 검열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면서 그 규칙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Womanizer, 'Unmute Pleasure'

Dame이 돌려 말하고 Lovehoney가 광고의 대상 자체를 바꿨다면, Womanizer는 완전한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출처: Womanizer.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게재되었던 이미지 중 하나

Womanizer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여성의 성적 쾌락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아왔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위, 오르가즘, 여성의 몸에 관한 교육적 콘텐츠를 꾸준히 게시했고, 게시물 캡션에는 성 교육 정보와 ‘수치심 없이 쾌락을 이야기하자’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누드가 포함된 이미지도 있었지만, 브랜드는 이를 성적 대상화가 아닌 교육과 정상화의 맥락으로 일관되게 설명해왔습니다.

그러던 2019년 12월,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처음으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계정은 계속 운영됐지만, 2021년 8월 상황이 더욱 악화됐습니다. 아무런 경고 없이 계정 자체가 완전히 삭제된 것입니다. 24시간 정지로 시작했으나 이는 2주 동안 이어졌고, 인스타그램은 어떤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Womanizer

Womanizer는 물러서는 대신, 이 차단 자체를 캠페인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자매 브랜드들과 함께 #UnmutePleasure 캠페인을 확대하며 팔로워들에게 플랫폼에 직접 항의 메시지를 보내주길 요청했습니다. 결국 계정은 복구되었지만, 캠페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총기, 혐오 발언, 노골적인 성적 암시가 담긴 콘텐츠는 남아 있는데, 성적 웰니스 브랜드의 교육적 게시물은 반복적으로 삭제되는 구조. 이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의 캠페인도 계속될 것이라고 브랜드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누구의 쾌락이 외설인가

중요한 건, 같은 시기 모든 성적 광고가 이런 제약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MTA가 Dame의 광고를 거부하던 시점에도, 지하철에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선인장 이미지와 원나잇을 뜻하는 속어를 내건 데이팅 앱 광고가 이미 달려 있었습니다. 이 구분이 중립적인 기준처럼 보이지만, 어떤 종류의 성적 욕구는 당연한 것으로, 어떤 종류는 숨겨야 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분류해온 관습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성인용품 브랜드의 마케팅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검열과의 타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 흔적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무엇을 불편하게 느끼는지를 서서히 형성합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이상 선별된 언어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말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건, 그 표현이 우리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 이미 있기 때문이겠죠.

자연스러운 광고는 때론 검열의 이면입니다. 무엇이 공공장소에서 말해질 수 있고 무엇은 말해질 수 없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그 기준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감각으로 내면화됩니다. 성인용품 브랜드의 카피가 흥미로운 건 그래서입니다. 이들의 언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그 기준과의 협상 과정이고, 협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