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피커는 무엇이 다를까
좋은 소리를 위한 나만의 밸런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쓰다 보면, 좌우 볼륨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은 적 한 번쯤 있을 거예요. 그런 차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소리 사이사이의 빈틈이 자꾸 귀에 들어오죠. 모든 기기가 그렇듯, 음향기기 역시 균형이 중요하지만, 특히 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스피커는 그 균형이 무너졌을 때 금세 티가 납니다. 그중에서도 스피커는 물리적인 공간 전체를 음으로 채워야 하는 장치다 보니, 더욱 까다로운 균형 감각이 요구돼요. 그래서 이번엔, 좋은 스피커란 무엇인지, 그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최근 음악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취재차 방문한 LP 바부터,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클럽, DJ가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트는 카페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각양각색의 음악을 접했죠. 각양각색 장르의 음악을 듣고, 경험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공간마다 설치된 스피커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나름대로 귀가 예민하다고 생각해왔지만, 대형 스피커는 음향 마니아의 세계 같달까요. 뭔가 다른데,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취재 중 한 공간의 운영자에게 스피커 세팅에 관해 여쭤보니,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옮겨적기 민망할 만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지요. 좋은 스피커란 무엇인지, 균형 잡힌 소리는 어떤 건지 말입니다.
좋은 소리는 무엇인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기준은 단순하진 않습니다. 평소 듣고 싶었던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볼륨이 크다고 음질이 좋은 게 아니고, 저음이 웅장하다고 음악이 풍부하게 들리는 것도 아니죠. 예를 들어, 볼륨이 크지만 소리가 찢어지거나, 과장되게 들린다면 되려 부담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음향 마니아들은 특정 음역이 잘 들리는지보다, 전체 대역이 얼마나 고르게 들리는지, 악기 소리가 분리되어 또렷하게 들리는지, 오랫동안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은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고루 지켜져야 좋은 스피커라 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균형 잡힌 소리란, 각 음역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테면, 재즈 트리오의 각 파드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이 각자 소리의 질감과 위치를 분명히 유지한 채 들린다면, 현장감 있는 연주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거죠. 이처럼 좋은 스피커는 특정 소리만 도드라지게 하지 않고, 모든 소리가 제자리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피커를 고르는 방법
소리를 구분하는 기준에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를 찾기 위해, 음향에 민감한 마니아들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스피커를 고릅니다. 그 기준은 보통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주파수 응답 - 모든 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
좋은 소리는 잘 조율된 합창단처럼, 모든 음역대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파수 응답’이란, 스피커가 고음부터 저음까지 얼마나 고르게 소리를 재생하는지를 말하는데요, 이때 응답 곡선이 평탄할수록, 음악이 의도한 대로 왜곡 없이 재생된다는 의미입니다. 브러시 드럼의 간질거리는 질감, 첼로의 중후한 울림, 팝 보컬의 날카로운 고역이 서로 다른 주파수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지를 살펴보는거죠.
2) 해상도 - 소리의 결이 들리는가?
‘스피커 해상도가 좋다’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주로 이미지나 디스플레이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요, 통상적으로는 ‘얼마나 자세히 표현되는지’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음향기기의 해상도 좋다는 건, 소리 안의 정보와 디테일이 정밀하게 표현된다는 뜻이죠. 기타를 줄을 누르는 느낌, 보컬의 숨소리가 들린다면 해상도가 높은 겁니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음악 안에 숨어 있는 섬세한 감정과 공간의 질감을 잘 포착할 수 있죠.
3) 사운드 스테이지 - 무대가 펄쳐지는가?
스테레오 스피커는 좌우에서 소리를 내는 장치가 아닙니다. 정교하게 튜닝된 스피커는 무대 위에 악기를 배치한듯, 각각의 소리를 공간에 그려내죠. 이러한 입체적인 공간감은 ‘사운드 스테이지’라고 불립니다. 만약 어떤 음악을 눈을 감고 들었을 때,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을 때 보컬은 앞에, 피아노는 왼쪽에, 드럼은 뒤쪽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스피커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잘 구현하고 있는 겁니다.
4) 분리도 - 각 악기가 제 위치에 있는가?
사운드 스테이지가 무대의 모습이라면, 분리도는 무대 위에서 각 악기가 얼마나 또렷하게 분리되어 들리는지를 나타냅니다. 소리가 겹치지 않고, 각각 또렷하게 들려야 하는 거죠. 이는 특히 합주나, 전자음이 많은 곡에서 중요합니다. 모든 사운드가 겹치지 않고 조화롭게 들려야 하니까요.
음악 취향에 따라 고르는 스피커
자주 듣는 장르를 기준으로
그렇다면, 좋은 스피커는 하나의 정답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요? 대중적인 시선에서 보면, 듣는 음악의 장르에 따라 '균형감'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클래식처럼 다양한 악기의 하모니가 중요한 장르는 넓은 음역대를 고르게 재생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힙합이나 일렉트로닉은 깊고 단단한 저역의 타격감이 생명입니다. 재즈는 연주의 여백과 공간의 울림, 팝은 보컬의 목소리가 중심을 단단히 잡고 나와야 하죠.
이렇듯 여러분이 소리에 민감한 음향 마니아가 아니라, 음악을 즐겨 듣는 일반적인 청취자라면, 스피커는 '좋은 기기'가 아니라 '듣고 싶은 소리에 어울리는 균형을 찾아주는 장치'로 바라보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모두가 전문가용 스피커를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스피커의 성능보다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즐겨 듣는 음악엔 어떤 소리가 가장 잘 어울릴까요?

A) 클래식
악기들이 고르게 잘 들리도록
클래식은 다양한 악기가 한 번에 연주됩니다. 그래서 전체 주파수 대역을 균일하게 재생할 수 있는 섬세한 해상도가 중요하죠. 현악기의 섬세한 음색과 금관악기의 두터운 볼륨을 포함해 콘서트홀 특유의 잔향도 표현되면 좋습니다. 또한, 여러 악기가 동시에 울릴 때, 뭉게지지 않고 구분되어 들려야 하지요. 따라서 해상도와 사운드 스테이지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B) 록
공간을 꽉 채우는 밀도와 에너지
록은 꽉 찬 사운드가 특징이니 만큼, 밀도가 중요한데요. 기타 리프의 거친 질감, 둥둥 울리는 드럼의 펀치, 그걸 뚫고 나오는 보컬까지 모두 힘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중저역이 탄탄하고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는 밀도 높은 스피커가 어울립니다. 해상도가 높으면 얇게 들릴 수 있으니, 적당히 두텁고 다이내믹한 소리를 내주면 더욱 좋고요.
C) 팝 또는 발라드
목소리가 중심에 위치하도록
보컬이 중심인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를 잘 뽑아내야 합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음역대가 잘 잡혀야 하죠. 특정 음역대가 강조된다면, 보컬이 묻히거나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명료하되 청취 피로도가 낮은 사운드를 가진 스피커를 선택해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D) 힙합 또는 일렉트로닉
리듬을 잡아주는 저음
리듬과 저음역대가 중심인 음악은 단단한 베이스가 생명입니다. 특히 킥 드럼의 타격감, 808베이스의 울림, 반복되는 루프가 정확히 들리기 위해선, 빠른 응답성과 저음 재생 능력을 갖춘 스피거가 좋죠. 하지만 저역이 무겁기만 하면 전체 리듬이 뭉개지기 때문에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스피커는 특정 음역대가 과도하게 튀지 않고, 전체 소리가 균형 있게 들리도록 정교하게 튜닝되어 있습니다. 즉, 좋은 소리는 균형 잡힌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그 균형이 언제나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듣는 사람의 취향이나 음악의 성격에 따라, ‘좋다’고 느끼는 소리는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앞서 말한 기준을 충족한 소리가 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기준에 미치지 않아도 내 귀엔 좋게 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스피커란,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얼마나 잘 들려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기준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기준은 지금의 상태를 점검하고, 나에게 맞는 방향을 설정하는 데 꼭 필요하니까요. 스피커와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확한 기준은 내가 선호하는 사운드를 더 정확히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좋음’에 대한 감각을 참고 삼아,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아보세요. 음악을 듣는 순간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