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현실을 포착하는 시리즈 3선

일과 나와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하는 오피스 드라마

직장인 현실을 포착하는 시리즈 3선
이미지 출처: Peacock

여러분은 <언내추럴>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법의학자 주인공이 사인을 알 수 없는 사망 사건의 수수께끼를 해결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 ‘누구를 위하여 일하나’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이탈리아인 친구한테 들었는데 노동은 형벌이래. 사람은 모두 죄인이고 속죄하기 위해 일하는 거라고. 그러니 1분이라도 빨리 끝내고 집에 바로 가는 거지.”

“그 얘기 들으니까 일하기 싫어지는데요?”

일이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을 하는 데에 쏟아붓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쓰는 만큼,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 역시 우리의 삶에도 중요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마음처럼 풀리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을 비롯해, 인간관계, 조직 문화, 그리고 보이지 않는 평가까지, 모든 것이 ‘성과’라는 이름으로 묶입니다. 어쩌면 일이 힘든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거리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일터와, 제3자의 거리에서 포착한 직장 생활은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어떤 시선으로 접근하냐에 따라 일이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소개할 세 편의 드라마는 모두 직장 생활을 한 켠 떨어져서 바라본 코미디 시리즈입니다. 각기 다른 직장을 다루지만 모두 앞서 떠올린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평범하고 때로는 공감되지만,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 일터를 유쾌하게 담아낸 세 편의 작품들을 같이 확인해봅시다.


<오피스>의 후속작, <더 페이퍼>

이미지 출처: Peacock

직장을 소재로 한 시리즈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에 익숙하다면 아마 가장 먼저 <오피스>가 떠오를 겁니다. 제지 회사 '던더 미플린'에서 근무하는 상사와 직원들의 우스꽝스럽고 다채로운 일상을 담은 시리즈물이었죠.

이미지 출처: <오피스>, 마찬가지로 현재 쿠팡 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특히 지점장이자 상사인 마이클 스콧(Michael Scott)의 상식을 거스르는 행동들은, 흔히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웃음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모큐멘터리'라는 가상의 다큐멘터리을 방영하는 형식은 더 실감나는 직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이나 행동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죠.

<더 페이퍼>는 이런 모큐멘터리의 설정을 이어 확장해나갑니다. 던더 미플린의 일상을 촬영한 제작진이, 신문과 화장지 판매를 겸하는 새로운 회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가정으로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Peacock

신문사에 편집국장으로 새로 부임한 '네드'는 자신이 부임한 지역 신문사가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최고로 만들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시, 신문이 몰락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는 광고성 낚시 기사들만이 즐비했을 뿐 아니라 실물 종이 신문은 밥을 먹을 때 식판에 까는 일회용 '냄비 받침' 정도의 수준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일하게 쓸모있는 기자인 '메어' 역시 대형 언론사의 기사를 복사하고 붙여넣으며, 의욕을 잃은 채로 일할 뿐이었습니다. 금전적 성과를 원하는 임원과 기존 편집국장의 방해에도, 네드는 신문사를 어떻게든 신문사답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어바웃 타임>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팀' 역을 맡았던 도널 글리슨(Domhnall Gleeson)이 네드 역을 맡고 있습니다. 해외 시리즈에서 익숙한 얼굴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충분히 반갑게 시청할 거라 기대합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쿠팡 플레이

더 페이퍼
던더 미플린 스크랜턴 지점을 전설로 만든 드라마 더 오피스의 제작진이 부활의 몸부림을 치는 중서부 지역 신문사를 발견한다. 저널리즘과 사랑에 빠진 몽상가와 어딘가 살짝 부족한 동료들이 꾸려 가는 고군분투 일상을 담아낸다.

가장 다정한 코미디, <애봇 초등학교>

이미지 출처: Disney+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할리우드 코미디 드라마로는 <모던 패밀리>가 항상 압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족과 친척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여러 가족의 형태와 세대별 가치관이 한데 묘사되었고, 전연령층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따뜻하기까지 했죠. 필자가 보기에는 인기리에 시즌 5까지 방영중인 <애봇 초등학교>가, 바로 <모던 패밀리>처럼 모두가 볼 수 있는 따뜻한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계승한 직장 코미디 시리즈물입니다.

이미지 출처: Disney+

<애봇 초등학교>는 필라델피아의 공립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교사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부족한 예산과 엉성한 행정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모두 각자의 방식을 찾아 학생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잘 드러납니다. 뿐만 아니라 예산 문제로 인해 시설 보수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장 학습을 어떻게든 즐겁게 만들어보려는 노력들은 실제 학교에서 일하는 이들이 겪을만한 어려움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협력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기도 합니다. 극을 이끄는 '자닌'은 부임한지 갓 1년이 지난 교사로, 학생을 우선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의도가 너무 앞서나가다가 엉뚱한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요. 자닌은 노련한 교사 '바버라'의 모습을 뒤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당연히 그렇다고 완벽한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 역시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출처: 디즈니+ 공식 유튜브

결국 이 시리즈는 교육 현장에서 ‘일’이란 단지 업무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묘사합니다. '일'을 전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지만, 학생들에게 작은 영향을 끼쳐서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애봇 초등학교>는 일터이자 교육 현장을 가장 따뜻하게 바라보는 코미디 시리즈입니다. 간혹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너무 만들어진' 어린이의 묘사에 질렸다면, 애봇 초등학교는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입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디즈니+

애봇 초등학교 | 디즈니+
필라델피아의 열악한 공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헌신적인 교사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시트콤.

병원에서 찾는 웃음,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

동영상 출처: 웨이브 공식 유튜브

병원이라고 하면 항상 숨막히고 갑갑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마련이죠. 특히 병원을 '직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잘못되는 게 없도록 절차와 상하관계가 어느 곳보다 중요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소개한 <더 피트> 역시 그런 압박감과 의료진의 번아웃을 소재로 전개되는 시리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모두 엄숙할 수는 없습니다. 병원도 직장인만큼, 생각지 못했던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하기는 쉬운 일이니까요. 국내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은 제목과는 다르게 완전히 병원이 배경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병원 장면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은 병원장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분주한 병원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리즈입니다. 시골에서 막 이주한 ‘맷’이 병원의 새로운 간호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어리숙하고 덤벙대는 그의 모습에서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누구나 겪는, 서툴고 풋풋한 순간들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필자 역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은 실수들을 많이 겪으며 스스로를 많이 자책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보고 웃으며, 스스로 이 드라마의 맷과 비슷하다고 자조하면서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원이 겪는 상황들이 코미디만 존재하는 마냥 비현실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실제 병원이 겪는 예산 이용 문제에 대한 갈등, 내부적인 소통 문제 등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 역시 가볍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약 넷플릭스에서 <브루클린 나인나인>과 같은, 일과 코미디의 균형이 훌륭한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 역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시리즈물입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웨이브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 시즌1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 센터에서는 매일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응급실 사람들은 우습고 감동적인 사건을 겪으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앞서 소개한 <언내추럴>의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말이죠.

“그게요, 전 아직 꿈을 못 찾았어요.”

“꿈이라니, 그렇게 거창한 게 꼭 있어야 하나? 목표 정도만 있으면 되지.”

“목표요?”

“돈 들어오면 뭘 산다든지, 휴가 받으면 어딜 간다든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든지.”

어쩌면 우리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잊은 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편의 드라마 속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은 누구 하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각자의 직업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더 페이퍼>는 지역 신문을 최고로 키우겠다는 꿈을, <애봇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을, 그리고 <세인트 데니스 메디컬>은 환자에게 헌신하겠다는 소명 의식을 모두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터 속 캐릭터들을 감상하며, 일과 나와의 관계가 어땠는지 되돌아보고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