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시금 사랑하게 만드는 미드 3선
순간의 소중함을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할 용기를 주는 드라마들
겨울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부쩍 쌀쌀한 날씨가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기도 하고, 본인이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하나 씩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지나오며 놓친 것들, 이루지 못한 일들, 혹은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후회를 느끼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마음을 조금은 보듬어 줄 만한 해외 드라마 세 편을 골라봤습니다. 이 세 작품이 전하는 온기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허전한 마음을 위로 받으면 좋겠습니다.
방황하는 나 자신의 소중함, 위 아 후 위 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챌린저스> 등을 제작한 루카 구아다니노가 공동 제작 및 연출을 맡은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가족을 따라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에서 살게 된 두 청소년,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즉, 독특한 배경 설정과 현실적인 생활상을 바탕으로 이전까지 다른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을 볼 수 있습니다.

프레이저는 군인 어머니들의 규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하고, 케이틀린은 부모에게 숨긴 채 ‘하퍼’라는 이름으로 몰래 외출을 감행합니다. 둘은 서로의 고민과 비밀을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운 친구로 발전합니다. 두 명은 겉보기에는 너무 다르지만, 가족의 틀에서 어려움을 겪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무척 닮아 있습니다. 즉 <위 아 후 위 아>는 단순히 독특하고 특이한 10대들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주변 관계 속에서 '미완성'이라고 여겨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청소년기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국적인 배경과 더불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영상미, 그리고 화면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디테일과 심리 묘사는 이 작품만의 개성입니다. ‘바로 여기, 지금 당장(Right Here, Right Now)’라는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처럼, 이 시리즈는 지나간 시간이나 먼 미래를 고민하기다 현재 겪는 감정과 경험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청소년기에 겪는 혼란과 설렘, 두려움과 용기를 함께 체험하고, 삶 속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됩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왓챠

나를 찾아낸 나의 고향, 썸바디 썸웨어

주인공 ‘샘’은 암으로 언니를 잃고, 고향이자 시골인 캔자스에서의 삶에 대한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지루하게 테스트 센터에서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가하는 일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조엘’과 마주하게 됩니다. 조엘은 고등학교 합창단에서 샘이 노래하던 모습을 추억하며, 샘에게 합창단 연습 모임에 와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이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샘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감정적으로 성장하며, 점차 자신에 대해 재발견하게 됩니다. 주변과의 갈등도 있지만, 평소 일상을 보내는 샘을 가장 크게 괴롭히는 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샘은 언니를 잃은 허무함과 따분함이 가득한 지역,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일자리에서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투명인간처럼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 만나게 된 여러 인연과 어울리며, 샘은 지금까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능력이 있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노래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 더 나아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까지 찾아가게 됩니다.
이 작품의 조엘 역으로 에미 상 코미디 시리즈 남우조연 부문을 수상한 제프 힐러는 “자비심(compassion)이 약점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사람들 간의 연결과 사랑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준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1)는 소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썸바디 썸웨어>라는 제목 그대로, 호화로운 대도시에서 살거나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삶은 아닐지 몰라도 ‘어디서 누군가’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샘의 모습에서, 우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점점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현대에, 샘과 조엘이 서로를 인정하고 나누는 우정은 더 뜻깊게 느껴집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쿠팡 플레이

여전히 가치 있는 삶의 여정, 스파이가 된 남자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잃은 ‘찰스’는 우연히 신문 광고에서 고령의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됩니다. 다른 고령자들에 비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면접에 합격 후, 찰스가 받은 첫 임무는 다름 아닌 ‘요양원 잠입 수사’입니다. 위험천만한 현장이 아닌 고작 요양 시설에서 비밀 수사를 하는 것에 찰스는 조금 실망하지만, 제각각의 사연을 지닌 거주자들을 만나면서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임무 이상의 경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권태로운 이전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찰스는 서툴기만 하고 여러 번 주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양원이라는 낯선 공동체 속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조사를 명목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찰스의 하루도, 찰스 자신의 모습도 점점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잔잔하고 평온한 노년의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오래 잊어버리고자 했던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는 장소가 됩니다. 찰스의 임무는 어느새 그를 다시금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게 하는 계기가 되죠.
<굿 플레이스>, <오피스> 등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코미디 시리즈를 제작하고 참여한 마이클 슈어가 실화를 각색하여 만든 시리즈입니다. 그래서인지 탄탄한 전개를 바탕으로, 적절한 비율의 유머와 감동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이전에 쌓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여전히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삶의 후반 역시 여전히 가치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시청 가능한 페이지 - 넷플릭스

드라마를 소개한 순서, 혹시 눈치채셨나요? 세 작품은 청소년기부터 중년, 그리고 장년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생의 단계에 놓여 있지만, 결국 비슷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청소년의 불안, 인생의 중간에서 겪는 갈등, 말년에 느끼는 시간의 무게감까지 형태만 다를 뿐, 우리 마음을 흔드는 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의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물음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까요.
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결국 자기 삶의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며, 마침내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우습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않았던 따뜻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결국 삶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힘과 연결됩니다. 후회를 넘어 지금의 나와 주변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이죠. 이 작품들을 통해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