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계의 방식을 제안하는 만남 앱 3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꼭 외로움일 필요는 없으니까

새로운 관계의 방식을 제안하는 만남 앱 3
이미지 출처 : 렉스(Lex)

오프라인에서 낯선 이를 만나는 행사가 많아졌습니다. SNS에서는 ‘취향’을 매개로 한정된 인원의 남녀를 모으거나, 관심사에 따라 모임을 개설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이러한 오프라인 모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의 데이터 앱과 달리 주선자가 존재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건 동일합니다.


처음 데이트 앱이 대중화됐을 때 “그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습니다. ‘외모’와 ‘취미’ 정도의 단편적인 정보로 그 사람을 전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의 유행은 미지의 타인을 향한 호기심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앱이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 알아가겠다는 것이죠.


‘팬데믹’으로 온라인 세계의 불투명성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직접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에 맞추어, 비정형적이고, 특색 있는 방법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만남 앱들이 생겨났죠. 오늘은 기존의 데이팅 앱들이 만든 프로세스를 벗어난 특색 있는 만남 앱들을 소개합니다.


텍스트로 나를 설명하는 즐거움

렉스(Lex)

이미지 출처 : 렉스(Lex)

렉스(Lex)는 퀴어 소셜 네트워크 앱으로, ‘연애’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기존의 데이팅 앱이 비공식적으로 퀴어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됐다면, 렉스는 그 역할을 조금 더 전면에 내세운 경우에 가깝죠. 빠르게 휘발되는 만남보다, 반복해서 마주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는 앱이기도 합니다.


90년대 퀴어 매거진에는 ‘개인 광고(Personal ad)’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사진 없이 글로만 자신을 설명해야 했죠. Lex는 이 개인 광고에서 영감받은 텍스트 기반의 만남 앱입니다. 짧은 텍스트 포스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바, 어떤 유형의 관계를 찾는지를 설명하죠. 말투와 유머, 정치 성향, 정체성처럼 사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솔직하게 적는 겁니다.


사진보다 텍스트를 중시하는 기조는 자연스럽게 ‘안티 스와이핑’으로 이어집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휙휙 넘겨버리는 대신, 다양한 카테고리와 설명문을 통해 상대를 조금 더 진중하게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죠.


낯서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

타임레프트(Timeleft)

이미지 출처 : 타임레프트(Timeleft)

타임 레프트(Timeleft)는 자신들을 데이팅 앱이 아닌 오프라인 소셜 서비스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을 하나씩 골라보게 하기보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 자체를 설계하는 데 더 가깝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디너’ 서비스는 그룹을 구성한 뒤 레스토랑까지 예약해 주는 방식입니다. 사용자는 예약된 시간과 장소에 맞춰 나가기만 하면 되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식사는 만국 공통으로 캐주얼하면서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자리로 받아들여집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인 만큼, 처음 만난 사이라도 대화가 오가기가 비교적 수월하죠. 사진 몇 장과 짧은 소개 글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말투나 분위기, 자리를 대하는 태도도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후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니면 이 만남을 여기까지로 둘 것인지도 조금 더 입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타임레프트는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 속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용도는 물론,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을 경험하는 방식으로도 쓰이죠.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 식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 앱은 관계가 맺은 우연성과 묘미를 꽤 잘 보여주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같이 웃는 것도 중요하니까

슈무즈(Schmooze)

이미지 출처 : 슈무즈(Schmooze)

슈뮤즈(Schmooze)는 앞선 두 개의 사례와 달리, 스와이프 형식의 앱입니다. 하지만, ‘유머 코드’를 기준으로 상대방을 고른다는 점이 차별점이죠. 슈무즈를 먼저 들어가면, 다양한 인터넷 밈이 뜹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유행하는 온갖 밈 중에서 본인 취향의 것들을 선택하죠. 그 이후, 비슷한 밈을 누리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스와이핑을 하는 겁니다.


밈은 생각보다 많은 걸 보여줍니다. 유머 감각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 정서와 가치관, 더 나아가 정치관도 엿볼 수 있죠. 게다가 우리는 일상적으로 밈을 소비하고, 그 안에 적지 않은 취향을 반영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홍상수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밈은 그만큼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죠. 


사람의 얼굴보다, 유머 감각에 비롯한 요소를 먼저 판별한다는 점에서, 슈무즈는 외모 중심의 앱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합니다. 이 앱이 동시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긴 설명문보다 짧은 밈과 레퍼런스 하나로 상대의 취향과 정서를 가늠하는 데 더 익숙하니까요.


과거 데이팅 앱들이 내세운 ‘솔로 탈출’, ‘동네 친구’ 같은 홍보 문구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외모와 자극적인 정보들로 점철된 기존 앱의 소개 방식은 외로움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들죠. 완벽한 타인을 쉽게 발견하게 해주는 듯 보이지만, 거듭된 실패와 비교는 타인을 더 갈망하고, 탐닉하게 만듭니다. 앱의 목적은 체류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져서는 안 되니까요.

우리의 관계는 결국 타인을 발견하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가늠한 뒤, 이 만남을 이어갈지 결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오늘 소개한 앱들은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씩 분해하여, 자신들만의 특장점으로 만들었습니다. 만남보다는 연결을, 외로움보다는 공감을 권유하죠. 그런 점에서 이 앱들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도구이면서도, 타인이라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 나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3가지의 앱 중, 여러분을 표현하기에 제일 적합한 도구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