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Fish

김명찬 개인전.

생선 Fish
<생선 Fish>, 김명찬 개인전, 안팎, 2026.03.13 - 03.31, 이미지_양승규

말 한마디에 녹아버릴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은 죄다 입이 없어 그저 눈으로 쏘아붙일 뿐. 널 만나는 시간마다 어떤 위해도 없던 건 단마디에도 녹는 일이며 숨죽인 환호와 비대한 만족의 공존이라고.

볼썽사나운 기분으론 긴 터널을 지났다. 앞선 통로는 실제적이면서 은유적이었다.
나에게 일어날 법한 일로 방도를 마련한다. 이는 대대적인 공사일까.
다분한 일들로 말썽인 게 오늘만은 아닐 터다. 극심한 갈증이 과거의 단상으로 남는다.

김명찬, 생선 I-V(일부),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부착, 33 x 55cm 이미지_양승규

고작 그런 말이라고.
하루 동안 분주하게 돌아다녔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오늘이 반복된다면 수고로운 날이 골목을 비집고 나올지도 모르지.'
잡다한 생각과 더불어 허물어지는 경계는 전부 다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

어디로 가자는 말 없이 일단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는 의도와 분리된 듯하였다.
그와 결부된 유일한 대상은 사실뿐일 텐데, 도통 그 이상을 알 수 없어 구체적이게 무감각해했다.

김명찬, 생선 I-V(일부),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부착, 33 x 55cm 이미지_양승규

호랑 나무.
가변적인 책상은 상태가 고정된 의자와 함께.

침착한 벨 소리가 의식을 두드린다. 그러다 멎고, 다시 울리길 반복하며.
계단 수를 헤아리는 이에게 창문의 개수라든지 바람의 무게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터다. 물론 무시해도 좋다고 여길 정도로 얄궂진 않겠지만(그렇다고 해도 그의 성격이 왜곡된 건 아니다).

음식물을 입안에 넣기 전 혹시 잘못된 건 없나, 하고 공백을 갖는 일이 잦다는 누군가의 공개된 고백.

김명찬, 생선 I-V(일부),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부착, 33 x 55cm 이미지_양승규

한편으로 기껏 접은 상자를 다시 펴는 일인지도 모른다. 꽃병은 공중을 날고, 더벅머리의 사물은 은근히 바람 불 날을 기다린다.
어수선한 입구가 누군가의 괜한 속인 것 같을 때, 그는 구구절절 옳은 것만 담아 왔기에 해의 위치와 상관없이 그의 그림자는 항상 앞으로 진다.
적당한 웃음으로는 넘지 못할 순간이 하루 중 여러 번 도래한다. 이를 평하기 전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고, 어떤 감상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생각을 축인다. 비릿한 냄새가 나는 건 어느 날개의 무수한 도약 때문일 터.

김명찬, 생선 I-V(일부),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부착, 33 x 55cm 이미지_양승규

지금은 흔적이 자신의 거처를 정하는 중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나, 몇이 더 있는지도. 갈 곳을 정하는 이들은 소음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흔적의 무리가 있다면 그들도 역시 그럴 테고, 걔 중에 미미한 소리도 놓치지 않은 개체가 있을까, 하는 중립적인 생각도 한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든 아니든 간에.

한때 머물던 거리로 돌아온 나는 당시 머묾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방황과 고립 사이에 외자가 부르튼다.
입 밖으로 내민 적 없던 이름과 무관하게 이 거리의 평판은 보잘것없다. 여전히 사방에 널린 생각들 하며, 그것들의 집요한 눈시울 하며.

김명찬, 생선 I-V(일부), 알루미늄 판에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부착, 33 x 55cm 이미지_양승규

이동에 걸맞은 격식을 차리듯 눈 감은 채로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그러고 있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되뇌며.
바깥은 누군가를 대신해 열심히 변하고 있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구태여 법칙을 찾지는 않지만, 그걸 발견한다면 얼마간 흥미로운 기분을 느낄지도.
선잠의 길이보단 그것의 깊이를 원하며 갈수록 물에 젖어가는 몸. 시도로서 우수한 행위와 망친 행운.
날개 돋친 양 팔려 가는 시간의 떼를 보았다. 나와 그 무리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보다 둘 사이에 아무 관계성이 없다고 느낄 때 슬픔은 거점을 잃는다. 그렇다는 얘기다.

무거운 다리가 원망스럽지는 않다.

다행인 일인지도.

주변 사물들은 방식을 달리하며 존재한다.

나는 어제보다 미세하게 구석으로 몰린 듯하다.

참 많은 삶이요.

성장과 정작은 말이다...

온몸이 제각기 부딪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