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로 느껴보는 대화의 열기와 온기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팟캐스트 5선

팟캐스트로 느껴보는 대화의 열기와 온기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AI가 만든 매끄러운 이미지와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AI는 이제 그림도, 사진도, 목소리도 뚝딱 만들어 내죠. 발전된 AI가 효율적인 도구로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 인간미가 결여된 콘텐츠에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해요. 사람이 고민하고, 만들고, 직접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팟캐스트를 틀어 사람의 목소리로 공간을 채워봅니다. 완벽한 발음, 막힘없는 발화는 아니더라도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목소리와 말투, 말버릇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 따라 하기 어려운 개성이 되고요. 이야기와 전달 방식도 저마다의 성향과 취향, 살아온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재밌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가운데 그 공간의 분위기와 열기도 느껴져요. 대화 속에서 저마다 고유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5개의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김지윤과 전은환의 롱테이크

온도: 52°C

여기 치열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교양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100분 토론>의 사회자를 맡았던 정치학자 김지윤과 삼성전자의 최연소 임원을 지낸 전은환이 함께하는데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예술을 오가는 지적 수다를 지향합니다. 어느 화에는 네덜란드의 역사와 대항해시대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어느 화에는 1900년대 비엔나의 예술가들을 다루어요. 때때로 공학 박사인 박지영과 함께 꿈과 유전자, 일상 속의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다루는 분야도 다채롭고, 밀도도 대단합니다. 쏟아지는 지식 가운데 두 호스트의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육아와 결혼생활에 한정되지 않는 50대 여성의 지적인 대화는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롤모델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쌓아온 지식과 커리어의 전문성이 풍성한 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두 사람의 대화가 더 뜨겁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말 뒤에서 그간의 치열한 인생과 커리어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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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친구

온도: 45°C

‘일친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보통 일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친구’보다는 선후배나 동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색다르게 느껴지는 조어인 ‘일친구’에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세 호스트의 지향점이 그대로 드러나요. 일을 통해 친구를 만들 수 있고, 친구와 즐겁게 일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같은 직장에서 만나 친해진 세 사람 김도영, 원지수, 이승희는 사적으로 만날 때에도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고 해요. 일하는 게 싫고, 짜증 난다고 불평하는 대신,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죠. 팟캐스트를 통해 일에 대한 이야기가 터부시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 사람은 커리어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해 갖추고자 하는 분명한 태도, 서로의 일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대화합니다.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대화는 점점 열기로 가득 차요.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커리어 가치관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공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의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나도 이런 일친구를 갖고 싶다’ 바라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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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팟

온도: 36°C

창작을 어려워 말라는 따뜻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단연 '강소팟'을 추천합니다. 제주에 사는 독립 창작자 부부, 강단과 소신은 팟캐스트를 창구로 삼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전달해요. 이들에게 일상과 창작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데요. 모두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 꾸려가야 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강단과 소신은 ‘작은배’라고 이름 붙인 독립창작집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6시에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온라인 모임 ‘창작하는 아침’, 삶의 태도를 공유하는 공간 ‘작은배 하우스’, 소규모 글쓰기 공모전인 ‘작은 진실 공모전’ 등이 있어요. 이러한 ‘작은배’의 솔직담백한 창작 활동을 팟캐스트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자기다움에 대한 솔직한 고백부터 창작에 대한 태도, 살고 싶은 곳을 정하는 방법까지, ‘강소팟’을 통해 두 창작자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무척 다양합니다. 자유롭고 넓은 대화의 스펙트럼 속에 ‘강단’과 ‘소신’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단단한 심지를 느낄 수 있어요. 그 중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작에 대한 열기, 또 나다움이 묻어나는 생활의 은은한 온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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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생활자

온도: 28°C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따뜻한 감각이 필요할 때면 ‘무소속생활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회사 밖 ‘무소속생활자’ 상태로 만난 예진과 도아, 두 사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그렇다고 단지 조직을 벗어난 프리랜서의 일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닌데요.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에 대해 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요. 팟캐스트 소개 글에 따르면 ‘자유로운 어른들의 천진난만한 생활 양식’을 지향하죠. 두 사람이 추구하는 생활의 아름다움을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계절을 감각하고, 관계를 돌아보고, 감정을 정확하게 집어내 이야기합니다. 글과 말을 다루는 두 사람의 직업만큼이나 섬세한 관찰과 표현이 매력적이에요.

특히 두 호스트가 생활 속에서 각자 발견한 점을 나누는 ‘매달의 발견’ 코너에서는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다정한 관심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두 사람은 같은 듯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를 섬세하고 성숙하게 조율해 나갑니다. 한껏 너그러운 마음으로 무언가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무소속생활자의 잔잔한 목소리와 함께 주변에 온기를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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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m 캐스트

온도: 19°C

어느 선선한 아침날 같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Achim 캐스트’는 어떤가요? 알람 소리와 ‘굿모닝’ 인사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브랜드 ‘Achim’ 팀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브랜드 Achim은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하는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 공간을 기획해 선보여요.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한 장의 타블로이드 매거진에서 출발했는데요. 지금은 유튜브, 뉴스레터, 팟캐스트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나아가고 있어요. 게다가 아침식사로 좋은 그래놀라와 요거트를 판매하고, 커뮤니티와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침 프로비전’이라는 공간까지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죠.

이러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Achim 캐스트는 함께하는 팀원과 파트너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담습니다. 출연하는 호스트도 브랜드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매 화 조금씩 달라져요. 그렇다고 단지 브랜드의 소식을 전달하는 곳만은 아닌데요. 러닝과 요가, 커피와 여름 등 아침과 어울리는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시원한 아침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산뜻한 목소리와 대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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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오래 듣다 보니 팟캐스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대화를 녹음하고 편집해보니, 그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말투에 무의미한 버릇이 붙어 있고, 대화 주제는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튀었어요. 그러고 나서 발행된 여러 팟캐스트를 다시 들으면 저마다의 정성과 고생이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분명 AI보다 불완전하고, 대화는 늘 매끄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불완전하고 따뜻한 감각이 우리에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죠.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목소리, 현장의 온도가 고스란히 담긴 대화, 정성을 들여 만든 팟캐스트는 우리에게 인간적인 감각을 되찾아 줍니다. 기계적인 AI 콘텐츠에 지쳐 있다면, 팟캐스트를 통해 대화의 온도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치열한 열기, 또 잔잔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목소리와 대화의 분위기에 집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