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자연 안에 살고 있나요
나와 자연을 다시 잇는 세 가지 시선
오늘 마주친 것들을 잠깐 떠올려봅니다. 아침에 먹은 사과 한 쪽, 현관을 나설 때 신은 신발, 매일 오가는 길목의 가게들, 늘 자리하고 있는 하늘까지.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 간의 일에 대해서만 궁리합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해, 인맥의 유지 비법에 대해, 또 누가 나에게 좋고 나쁜지에 대해. 하지만 우리를 이루는 관계의 대부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매일 쓰고, 먹고, 또 길을 거닐며 보는 이 존재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그 오랜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미술 작품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몸으로 먼저 느끼는 자연
에르네스토 네토 ≪Nosso Barco Tambor Terra≫

거대한 크로셰 직물 구조물 안으로 한 발 들어서는 순간,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합니다. 나무껍질과 커민 같은 향신료의 향이 공간을 이미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작가,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는 면이나 라텍스, 직물 같은 유기적 소재로 만든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텍스트나 설명 없이 촉각과 후각으로 작품을 경험하게 하고,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체험형 전시를 선보입니다.

네토는 우리가 '자연'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자기 스스로를 자연 바깥에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최근 작품인 'Nosso Barco Tambor Terra'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언어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그어놓은 자연과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입니다. 미술관 홀 전체를 채운 이 직조 구조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물망을 이루는 무수한 매듭과 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하나의 생태계와 같은 그 그물 안에 들어서면, 자연의 감각을 먼저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네토의 신작인 'SunForceOceanLife'은 보다 적극적인 자연과의 교감을 의도합니다. 관람객은 공중 3.6미터에 떠 있는 태양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노랑, 초록, 주황빛의 크로셰 구조물을 직접 통과해 볼 수 있습니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물을 손으로 만지고, 발 아래 플라스틱 볼들을 밟으며 관람객은 자연의 일부가 된 자기 신체를 깊게 자각하게 됩니다.
가만히 응시해 보는 하늘
제임스 터렐 ≪Skyspace≫

마지막으로 하늘을 유심히 본 날이 언제였나요? 날마다 늘 함께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미국 LA 출신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는 매일 바뀌는 하늘의 '색'을 작품의 주재료로 다룹니다. 특히 관객이 그 자연의 빛과 색을 지각하는 방식에 집중합니다.

약 5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이 설치된 터렐의 대표 연작, Skyspace는 천장에 구멍 하나를 뚫어 놓고 그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중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설치된 'The Color Inside'(2013)가 대표작입니다. 일출, 일몰 시각에 맞춰 방 안에 앉으면, 구멍 너머에 하늘의 색이 천천히 변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뚫린 구멍 외에는 아무 장치도, 설명도 없는 이곳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명상의 공간입니다. 그저 눕거나 앉아서 위를 바라볼 뿐입니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하늘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 6월, 덴마크 ARoS 미술관에서 최대 규모의 Skyspace 전시가 진행됩니다. 지하 통로를 통해 지름 40미터의 거대한 돔 공간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거대한 천장의 원형 구멍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늘을 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전시입니다.
끝없는 점 속에서 발견한 나의 자리
쿠사마 야오이 ≪Infinity Mirror Room≫

1965년 처음 선보인 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어 온 쿠사마 야오이(Yayoi Kusama)의 Infinity Mirror Room. 거울을 통해 LED 조명이 무한히 반사되는 공간에 들어서면, 끝없는 공간에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환각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점과 패턴들을 캔버스에 옮겨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보고 그리는 그 무수히 많은 점으로부터, 그녀 역시 우주 속 하나의 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발견한 '자아 소멸'이라는 개념을 전시를 통해 전달합니다. 그녀의 철학이 투영된 이 거울 방에서 관객들은 하나의 점이 됩니다. 이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점처럼, 그 점들 역시 공간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우주를 닮은 무한한 공간에 서 있으니, 나의 좌표는 점차 흐릿해집니다. 자아는 허상일 뿐 이 공간 속에서 나는 그저 우주 만물의 일부입니다.

쿠사마의 새로운 전시가 곧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립니다. Stedelijk Museum에서 올해 9월에 열리는 '쿠사마 아요이 대규모 회고전'입니다. 70년에 걸친 그녀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로, 유럽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작품들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Infinity Mirror Room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가장 희귀하고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이다'
- 철학자 '시몬 베유'
그물과 하늘, 그리고 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자연 안에 있나요, 아니면 밖에 있나요.
오늘 아침 지나친 골목의 화단,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 발끝에 닿는 땅의 온도까지. 나를 둘러싼 자연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비로소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커다란 그물을 공유하며 사는 수많은 점 중에 하나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