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게 만드는 영화 3편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들

나를 잃지 않게 만드는 영화 3편
이미지 출처: Unsplash

우리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고, 이를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솔직해야 할 때조차 솔직하지 못할 때, 우리는 진짜 나를 잃어간다는 고민을 합니다. 미디어와 사회는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 나'를 찾으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나란 무엇인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진짜 나'는 새롭게 태어나거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우리는 '나를 찾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는 먼 곳으로 떠나서, 누군가는 지금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과 마주합니다. 용기있게,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답게 말입니다.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싶을 때, 있는 그대로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주는 3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완벽한 삶 대신 날 위한 멈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미지 출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포스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서른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를 괴롭히는 질문입니다. 리즈의 삶은 안정적입니다. 잘 나가는 저널리스트라는 타이틀, 남들이 부러워하는 남편과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완벽한 삶'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것은 모두 가지고 있죠. 하지만 리즈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이지만 타인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함을 느끼곤 합니다. 리즈는 '완벽한 삶'을 내려놓고 긴 여행을 떠납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영화는 리즈와 함께 이탈리아, 인도, 그리고 발리로 떠납니다. 뉴욕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에 급급했던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식사'를 하게 됩니다. 배만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혀의 미각을 깨우는 다양한 음식들과 향기로운 커피들. 음식은 리즈를 즐거움으로 살찌웁니다.

불안해하고, 미워하고, 상처를 받고 숨기던 리즈는 인도에서 '솔직함'을 배웁니다. 기도와 명상은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타인을 완전히 용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오래 묵은 미움을 잃은 리즈는 인도에서 평안을 얻습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마지막 여행지인 발리에서 리즈는 새로운 사랑을 만납니다. 한때 리즈는 연인이 생길 때마다 옷 입는 스타일까지 변할 정도로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기에, 사랑이 끝나면 자신마저 잃곤 했습니다. 망설이던 리즈는 용기 있게 새로운 연인의 손을 붙잡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가끔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일상을 멈추고 먼 곳으로 떠나볼까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말이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미스 리틀 선샤인>

이미지 출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포스터

오래된 미니 밴처럼 삐걱거리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자신이 개발한 '실패의 거부' 프로그램을 파는 데 혈안이 된 아빠 리처드, 마약에 중독되어 요양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와 공군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묵언 수행 중인 아들 드웨인과 가족들을 돌보는데 지친 엄마 쉐릴. 그리고 자살에 실패한 후 '괴짜 가족'에 얹혀살게 된 삼촌 프랭크. 저녁식사 시간부터 다투기 시작한 이 가족이 같은 차를 탄 이유는 딱하나, 막내 올리브가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스틸컷

막내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미니 밴을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차는 달리던 중 고장나고, 사업에 목숨을 건 리처드는 계약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드웨인은 색맹이라 파일럿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거기다가 할아버지는 여정을 계속할 수 없게 되죠. 하지만 가족은 대회 출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올리브가 참가하는 '미스 리틀 선샤인'에 참가한 아이들은 인형같이 예쁜 외모와 마른 몸, 화려한 화장을 하고 무대 위에 오릅니다. 통통한 모습, 서툴고 요상한 춤을 선보이는 올리브의 모습은 괴짜처럼 보이지만, 가족들은 올리브가 무대를 마칠 수 있도록 함께 춤을 춥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스틸컷

미인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패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 걱정하던 올리브에게 할아버지는 "진짜 패배자는 질까 무서워서 시도도 안 하는 사람이란다. 남들이 뭐라든 신경 쓸 것 없다."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그 말은 올리브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오르는 원동력이 되죠.

부족하고, 그래서 때로는 조악한 나를 마주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때로는 숨기고 싶고, 그래서 부끄럽고, 나에게 화가 나기도 하죠. 가끔은 영화 속 후버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엉성하고, 부족한 나도 나기에,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퍼펙트 데이즈>

이미지 출처: 영화 <퍼펙트 데이즈> 포스터

도시에는 수많은 공중화장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중화장실을 자주 지나고 이용하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죠. <퍼펙트 데이즈>는 그 공중화장실을 가꾸는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이미지 출처: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히라야마는 정해진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같은 작업복을 입고, 차례대로 공중화장실을 청소합니다. 히라야마의 일상도 루틴처럼 반복됩니다. 출근 전 마시는 자판기 커피, 점심을 먹는 공원 나무 아래, 퇴근 후 들리는 목욕탕과 단골식당에서의 한 끼. 히라야마의 하루는 매일 반복되지만, 매일 변화됩니다.

어느 날 직장동료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그들에게 오랫동안 모아왔던 카세트테이프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조카가 갑작스레 집에 찾아오고, 늘 찍던 나무 대신 조카의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누군가 찾아오고 떠나가도 히라야마는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영화는 히라야마의 과거도, 미래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히라야마 또한 완벽해지려고,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리고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히라야마의 차에는 언제나 올드팝이 흐르고 집에는 소설책이 가득합니다. 히라야마의 일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합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우리가 좋아했던 것까지 잊곤 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걸까요? <퍼펙트 데이즈>는 말합니다. 우리와 우리의 삶은 지금도 충분히 자연스럽고 아름답고요.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몸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똑같은 영법을 수백 번을 반복해야 겨우 앞으로 나갈 수 있었죠. 남들은 더 빨리, 더 정확히 수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서툰 것일까 남몰래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의 템포와 내 발걸음이 맞지 않을 때,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죠. 그럴 때 슬쩍,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영화를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나답게' 사는 법을 되새겨봅니다. 여러분의 '나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몹시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