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너머의 음악을 발견하는 법
알고리즘 밖으로 이끄는 사이트 3곳
평소 어떻게 음악을 듣고 있나요? 인기 차트를 틀어두거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노래를 들을 수도 있을 텐데요.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기는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모순적이게도 우리의 취향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적극적으로 검색하기보다는 비슷한 노래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데 더 익숙해지고 있죠.
체코 출신 철학자 빌렘 플루서는 음악을 듣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세계이고, 세계가 곧 자신임을 깨닫는다고 말했는데요. 음악 감상은 어쩌면 나와 세계를 동시에 발견하는 감각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가보지 않았던 낯선 세계를 탐험하며 음악과의 관계를 다르게 맺어볼 시간입니다. 음악을 경험하는 색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사이트 3곳을 소개합니다.
텍스트로 탐험하기

매일 비슷한 음악만 듣다 보면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럴 때면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곤 하지만, 평소 듣던 장르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데요. ‘Every Noise at Once’는 새로운 장르를 만나고 싶을 때 좋은 사이트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데이터 연금술사로 일한 글렌 맥도널드가 만든 음악 장르 지도입니다. 스포티파이에 있는 6,291개의 장르와 약 100만 명의 아티스트를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하죠.

웹사이트는 각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여 산포도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경쾌한 음악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어쿠스틱한 음악에서 기계적인 음악들로 배치되어 있죠. 장르명을 클릭하면 대표곡이 재생되며, 화살표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장르에 속하는 아티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Korean pop’, ‘British indie rock’과 같은 익숙한 장르부터 ‘Abstractro’, ‘Russian drill’, ‘Nadaswaram’ 등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 끝없이 나타납니다. 무한히 펼쳐지는 장르 사이를 자유롭게 떠돌며 무궁무진한 세계를 거닐어 보세요.
지도로 탐험하기

‘Radio Garden’은 전 세계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플랫폼입니다. 2016년 네덜란드 사운드 비전 연구소는 라디오 전파가 국경을 초월하여 이동한다는 사실에 영감받아 이 사이트를 제작했는데요. 이제는 일상에서 사라진 라디오라는 물성을 온라인 지도로 만들어, 수천마일 떨어진 고향과 연결되거나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이트에서는 지구본을 돌리며 각 도시에서 방송 중인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는데요.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프리카의 도시들부터 심지어 북한 평양까지 자유롭게 선택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열기구 타기’ 기능을 통해 무작위로 재생되는 라디오를 들어보거나, 주제별로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로 신선한 문화를 접해볼 수도 있습니다. 중세 시대 음악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거나, 독특한 언어로 진행되는 방송을 듣고 때로는 신선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감상할 수도 있죠. 사이트는 24년도 기준 4만 개 이상의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앱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는 오래된 매체이지만, 여전히 곳곳에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다시 연결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시각 콘텐츠에서 잠시 벗어나 소리로 펼쳐지는 세상에 귀 기울여 보세요.
영상으로 탐험하기

‘Drive & Listen’은 다양한 도시의 드라이브 영상과 현지 라디오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뮌헨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 유학생 에르캄 세커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서비스라고 하는데요. 서울을 비롯해 도쿄, 런던, 이스탄불 등 전 세계 50여 개 도시를 운전하듯 이동하며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공영 방송을 들으며 푸르른 하늘과 가로수를 구경하거나, 로마에서는 흥겨운 라틴 팝 음악과 함께 태양이 내리쬐는 콜로세움을 바라볼 수도 있었죠.

드라이브 영상 속도는 2배속까지 조절할 수 있고, 영상 소리를 켜면 사람들의 대화 소리나 경적처럼 거리의 배경음을 실감 나게 들을 수도 있는데요. Drive & Listen 인스타그램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도시의 드론 영상을 고화질로 감상할 수도 있죠. 어딘가 멀리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집에서도 외국에 머무르는 듯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사이트와 함께 일상에 활력을 더해 보세요.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면, 이제는 낯설게 음악을 만날 시간입니다. 흥미로운 장르를 클릭하고, 지구본을 돌리며 구석구석 구경하고, 낯선 도시의 풍경을 달리는 순간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또렷하고 선명한 경험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앞서 소개한 3곳의 사이트를 통해 음악과 새롭게 관계 맺으며 발견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