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에 관해 사유하게 하는 책 3선

이동시키거나 묶어두는 세계에 관한 책

이주에 관해 사유하게 하는 책 3선

얼마 전 우간다 출신의 정치인 조란 맘다니(Zohran Kwame Mamdani)의 뉴욕 시장 당선 소식이 많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급진적인 공약, 적극적으로 시민들을 만나는 선거 운동도 화제였지만, 이주민 정체성을 내세운 여러 퍼포먼스는 그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와 반발을 불러 일으켰죠. 비슷한 시기 한국은 중국 혐오 문제가 논란을 빚어, 혐중 시위와 그로 인한 몸살이 세계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한국 내 이주민 혐오는 혐중 시위가 가시적으로 대규모화되기 이전부터 여러 사건을 통해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한국인이 '자국민보호연대'라는 이름으로 이주민에게 사적 제재를 가한 사건이 보도되어 주목을 받았고,1 2025년 7월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같이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묶고 괴롭힌 영상이 퍼지며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2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주민이 없이는 지탱될 수 없는 사회구조가 동시에 이주민에 대한 강한 거부를 동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미 수도권 중심의 사회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이주를 통해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스스로가 이주민인 것처럼 다른 이주민들과 연루되어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사회문화적 현상인 이주 문제를 지금 한국의 맥락에서 사유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먼 곳의 이야기보다,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이주의 역사와 이주민에 관해 다루고 있는 책들이에요. 이주하는 사회의 면면을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은 순간에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독서의 시간이 진지한 만큼 주위를 보는 눈이 새로워질 거예요.


코리안 드림의 한 단면

권준희, 『이주, 경계, 꿈』

『이주, 경계, 꿈』 책 표지

우리의 현대적 생활이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뒤로 하고 수많은 코리아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공유하게 된 한국인에게 코리안 드림은 남일 같지 않은데요. 그중 비교적 자주 만나게 되는 이들은 주로 식당에서 마주치게 되는 조선족 노동자들일 것입니다. 『이주, 경계, 꿈』은 1990년대부터 한국 곳곳에서 조선족 이주자들을 보게 된 풍경이 무엇에 기인하는지를 살피는 책입니다.

저자는 장기간 조선족 이주 노동자들과 쌓은 인연을 바탕으로 이들의 이주가 어떤 경로로 이루어졌는지, 한국과 연변이 이들을 어떻게 포섭하고 배제했는지, 이들이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논의합니다. 조선족은 역사적, 인종적, 지정학적으로 혼종적인 위치에 있어 한국인들에게 적과 동포, 저렴한 인력과 혐오 대상을 오가는 복잡한 시선을 받아왔죠. 책은 민족국가의 신화에 의탁하지 않고 비자 정책이나 인생 설계, 가족의 역할 분담 같은 구체에 발 디딘 채 사회와 개인의 삶이 얼마나 상호적인 것인지 보여줍니다. 우리의 일상이 정책이나 물가의 변동으로 인해 그 형태와 관심사가 바뀌어 버린다는 점을 생각할 때, 조선족의 이주노동은 아메리칸 드림과도 우리의 크고 작은 ‘바람’들과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던져볼 만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을 왜 할까요? 어떤 이주노동자들은 왜 한국에 올까요? ‘돈을 벌기 위해’ 이상의 대답을 마련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을 가리키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사회가 일정 기간 공유하는 유행이나 열망, 집단적 강박을 표현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바람은 사람들을 특정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 흐름 속에서 길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즉, 바람은 어떤 시공간에서 형성되는 모호하면서도 강력한 정서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시간성을 만들어낸다.”

- 권준희, 『이주, 경계, 꿈』, 생각의힘

‘나’로 살기 위한 싸움

한인정,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책 표지

많은 코리아 디아스포라 서사가 한국인 여성들이 이주 생활에서 겪은 고통과 싸움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그에 반해 지금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투쟁은 선명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이 해상도의 차이는 아마도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주여성과의 접촉면은 도심과 가까울수록 좁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충북 옥천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지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로컬 출판사들의 기획 시리즈 ‘어딘가에는 @있다’의 하나로, 옥천의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이고 싸운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이들의 이주노동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 전략과 한국의 불균형한 젠더 지형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결혼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사됩니다. 그러나 이주해야 하는 것도, 차별당하고 정체성을 거부당하는 것도 이들에게만 강제된 일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맘다니는 손으로 밥을 먹는 모습 때문에 ‘미국의 문명인’이 아니라며 조롱받은 적 있는데요. 옥천의 이주여성들 역시 ‘다문화가족’의 일원으로 불리지만 이주한 즉시 한국문화에 획일화되도록 강제되었다는 점은 다문화라는 말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2019년 익산시장의 비하 발언3(“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에 이들이 함께 대항하면서 협의회를 꾸리게 된 일은 당연한 귀결로 보이기도 해요.

공동체가 이주민에게 부당한 자리를 배정할 때, 이주민 당사자로서 공적 영역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작은 기록은 160쪽이라는 볼륨과 달리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이주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우리의 일상을 되새기며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잖아요. 여기에 왔어도 최소한은 보장해달라는 거죠.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와서 아플 수도 있고 놀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 최소한 어느 자리에 있든 누구든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 한인정,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포도밭출판사

이주시키고 수용하는 힘

신지영 엮음, 『수용, 격리, 박탈』

『수용, 격리, 박탈』 책 표지

스필버그의 〈터미널〉을 보셨나요? 주인공 빅터가 온갖 수난 끝에 입국에 성공하는 이 유쾌하고 따뜻한 드라마의 배경에는 한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비자 시스템과 폐쇄적인 사회 제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이 대체로 픽션보다 각박한 탓에, 〈터미널〉이 그리는 것보다 냉담한 장면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존재가 격리되거나 수용되는 일들을요. 우리의 세계가 ‘수용소화된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착목하는 『수용, 격리, 박탈』은 식민지 시기 포로수용소와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부터 현재의 출입국관리 문제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수용 행위들에 대한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의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주와 수용은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푸코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지적해온 것처럼 사회는 격리시킬 대상이나 동원하려는 인력을 특정한 장소로 이주시키니까요. 사회적 기반과 교육기관 등을 저비용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체류자들을 강압적으로 단속하고 구금하는 한국의 현실 또한 이주와 수용이 강력하게 결합된 관계임을 방증합니다.

『이주, 경계, 꿈』이 한국 이주의 동기와 결과에 대해 일부 보여준다면 이 책의 5장에 수록된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관리 체제의 현재적 계보」는 한국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인권 침해의 역학을 규명합니다. 이 책이 다루는 동아시아 역사 속 수용소와 난민 문제는 권력에 의한 이주, 격리의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두루 읽히는 아쉴 음벰베의 『죽음정치』의 문제의식을 따라, 이주가 죽음을 조직하고 배치하는 근대 권력의 작동 속에 놓여 있음을 공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국가의 척박함과 전시 사회의 파상破狀을 떠올려보면, 가진 것을 잃은 존재는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서 떠돌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상실한 ‘가진 것’이란 무엇이었을까?”

- 신지영 외, 『수용, 격리, 박탈』, 서해문집

이냐리투의 영화 〈바르도, 야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는 이미지의 미학과 자의식의 과잉 사이에서 경계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합니다. 이 영화에는 이주와 관련된 인상적인 시퀀스가 여럿 있는데, 공항에서 주인공 실베리오가 출입국심사 직원과 다투는 시퀀스가 특히 그렇습니다. 자신을 ‘아메리칸’이라고 말하는 담당 직원이 미국에서 O-1 비자로 15년 거주한 멕시코인 실베리오가 미국을 ‘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랐기 때문이죠. 실베리오가 분개해 관리자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데, 담당 직원에게 사과하게 하는 이 관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안 이민자로 보입니다.

이 짧은 시퀀스는 어쩌면 앞에서 소개한 책들의 압축된 미국 버전인지도 모릅니다. 집이다, 아니다, 와 같은 신체적, 감정적 판단이 어떤 힘들에 의해 허가의 문제가 되는 장면. 삶의 숱한 장면들은 이렇게 복잡한 배경의 한 증상처럼 돌출되고, 읽기에서 얻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이런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책부터 편히 펼치고, 함께 세계의 해상도를 높이는 읽기를 해보자고 제안해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 거기에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1) 〈[단독]극우 정당 출마자, 전국 돌며 이주노동자에 강압적 사적 검문·체포 자행〉, 《경향신문》, 2024.03.27 (https://www.khan.co.kr/article/202403271700001)

2) 〈나주서 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3명 불구속 송치〉, 《KBS》, 2025.08.2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42175&ref=A)

3) 정헌율 당시 익산시장은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 참석해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에서도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다문화가족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말해 파장을 더 키웠다.
〈“잡종 강세” “튀기” 익산시장 혐오표현…이주여성단체 인권위 진정〉, 《한겨레》, 2019.06.28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97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