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한 줄기 빛 같은 책 3

요란한 로맨스의 강을 떠나, 사랑의 바다로 나아갈 때.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 길면 3년이라고 하죠. 사랑의 유효기간이란 큰 노력 없이도 상대를 향한 성적 끌림과 열정만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말합니다. 해당 기간이 끝난 뒤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인데요. 대중 매체에서는 오랫동안 연애한 커플을 이상화합니다. 정작 어떻게 사랑을 지속할지는 파편적으로 전해지죠.

진정한 사랑, 오래가는 사랑을 위해서 알아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소중한 이와 건강하게 관계 맺고 싶은 이들을 위해 사랑에 관한 책을 엄선했습니다. 사랑의 정의를 돌아보고, 사랑에 대한 실천적 지침까지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사랑을 전하는 다섯가지 열쇠 <나는 왜 이 사랑을 하는가> 

사랑받고 싶나요? 사랑받는 느낌을 받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리는 사랑받길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어떤 행위를 바랄 가능성이 높은데요. 가령 어린 시절 품에 안고 자던 봉제인형처럼 상대가 나를 아껴주길 원할 수 있습니다. 혹은 다소 유치하고 허황된 이야기라도 내 말에 귀 기울이길 바랄 수도 있죠.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을 지속할 때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묵묵히 지켜봐 주길 바랄 수 있고요. 

30년간 미국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해 온 『나는 왜 이 사랑을 하는가』의 저자 데이비드 리코에 따르면,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열쇠 5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관심(Attention), 수용(Acceptance), 인정(Appreciation), 애정(Affection), 허용(Allowing)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양육자가 세심한 관찰에서 우러난 질문을 하거나, 있는 그대로 존재를 품어주거나, 자질과 능력을 발견해 주거나, 격려 가득한 포옹을 할 때, 혹은 양육자의 욕심을 내려놓고 나의 욕구를 존중해 준 경험에서 사랑을 느꼈을 겁니다. 


흔히 유년시절 받은 사랑만큼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과거에 받았던 사랑이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었던들 사랑하는 능력은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급급한 자아의 반사적 행동에 연습이 필요할 뿐이라고요. 현학적 표현이나 미사여구 하나 없이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는 책으로, 겨울밤 흰눈 위를 자붓이 밟을 때의 감각을 닮은 순정한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받고, 받는 것을 통해 주는 법을 배웁니다. 사랑은 관대함을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성숙은 욕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욕구에 대해 성숙하고 너그러운 반응을 보임으로써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타인을 가까이로 모으는 것입니다. (p24)

환상적인 파트너란 없다
『사랑의 조건』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고 감격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았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나요? 매번 연애가 몇 달 만에 끝나거나, 비슷한 이유로 실망하진 않았는지요. 만약 지난 연애사에서 특정한 패턴을 발견했다면, 당신이야말로 이 책의 독자입니다. 스위스 취리히 융 연구소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랑의 조건』의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사랑이 어그러지는 이유를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 때문이라고 지적해요. 

분명 사랑은 로맨스로 시작됩니다. 흔히 ‘콩깍지에 쓰였다’고 하는 상태로, 상대의 본모습은 못 보고 내가 바라는 이상을 투영한 상태죠. 문제는 이 같은 투사가 관계의 성숙을 가로막는다는 건데요. 저자는 이상적인 상대에 대한 환상은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자신의 욕구를 반영한다고 분석합니다. 그간 버릇처럼 상처 가득한 관계에 빠졌다면, 이는 내면화한 분노와 좌절을 보여주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고통을 선택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어떻게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의 숙제를 스스로 감당하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곧 사랑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짊어진 용기 있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일. 곧이어 결함과 사랑스러움을 모두 갖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품는 일이 사랑이라고요. 책을 덮을 때쯤엔 다음번 사랑은 눈먼 로맨스 단계에서 어설프게 끝나지 않으리란 확신을 얻을 거예요. ‘사랑이란 상대가 자기 모습 그대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장이 전체를 관통하는 글로, 담담하지만 단호한 문장이 묵직한 파장을 일으킵니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애정관계에 충실하려면 내면을 찾는 여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p15) 

사랑에 대한 원초적 질문들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사랑해’라는 고백만큼 사랑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표현이 있을까요.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은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가 몽트뢰유 연극센터에서 열 살 전후의 소년소녀를 대상으로 한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은 책인데요. 사랑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그는 사랑한다는 고백에 대해 언급합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책에서 말하듯 ‘너와 함께 해서 기뻐’ 같은 표현과는 다른, 결정적인 무엇을 내포하는데요. 

사랑 고백은 수량을 나타내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조금 사랑해’나 ‘많이 사랑해’가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죠. 무엇보다 낭시는 사랑은 나 자신이 중심인 세계관과 얼마나 먼 지를 지적합니다. 가령 사랑할 사람을 선택한다는 게 예가 될 수 있겠는데요. 사랑은 주체성을 잃어야 시작되니까요. 이어 낭시는 프랑스어의 ‘내 심장이 선택한’ 같은 표현으로 사랑의 특수성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사랑을 둘러싼 표현, 호칭, 노래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파고듭니다. 

강의 이후엔 학생들의 질문도 따라옵니다. 그중 인상적인 질문으로 ‘사랑하는 이가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느냐’가 있는데요. 낭시는 ‘좋은 사람’을 골라낸들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상대를 사랑하게 된 순간 그는 비교불가능한 존재로 거듭나니까요. 이런 이야기 앞에서 SNS에 흔히 돌아다니는 ‘좋은 사람의 기준’ 같은 콘텐츠는 무색해집니다. 사랑의 의미를 질문해 본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으로, 사랑을 둘러싼 섬세한 접근과 질문이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사랑에 있어 계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서약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약을 통해 어쩌면 나는 그것을 지킬 수 없다하더라도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것이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 서약을 지키고 싶은 바람을 나에게 약속하는 것입니다. (p139)

소개한 책은 달콤한 조언과 말랑한 위로가 담긴 사랑 에세이들과 달리 망망대해에 던져진 기분을 줍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짜 사랑을 해낼 수 있도록 단서를 건네죠.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을 방해하는 환상을 걷어내고,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는 못된 습관을 끊어내도록요. 가장 실용적인 ‘관계실천서’. 사랑을 잘 해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