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 Talionis

김우영, 장시재, WKND Lab.

Lex Talionis
<Lex Talionis>, 김우영, 장시재, WKND Lab, COSO SEOUL, PS센터, 2026..03.05 - 03.25 이미지_양승규
김우영, Havard Blvd, Archival Pigment Print, 100 x 100cm, 2022 이미지_양승규

무언가 나에게로 크게 크게 다가오며 나는 이를 대단히 규모로 파악한다. 덩치 대비 어수선한 건물은 한때 여러 입구에 둘러싸이기도 했지만, 이젠 과거의 서늘한 기록일 뿐이다. 격한 감정을 추스르고 천천히 호흡하는 개체는 목적을 바닥에 눕혀 막다른 길을 보았다. 의도적인 행위일까. 그것이 그렇게 함으로써 기어코 눈에 담은 것은 결코 벽은 아님을 기억한다.
어떤 줄기보다 억센 기후에서 자라나는 초목은 초엽을 뚫고 들어간다. 앞으로 나아감이 꼭 주위가 어두울 때 계단을 오르는 것 같아도 맹렬한 이동은 시기를 늦추거나 없애지 않고 단독으로 행렬에 정진한다. "거센 입막음이 도처마다 진을 치고 있다고 해, 어제까진 아니었는데."

장시재, 무제(~2022), Slate steel plate, steel structure, synthetic resin, 30 x 90 x 130cm, 2023 이미지_양승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에게 넌지시 전달받은 것과 자신이 깨우친 것 사이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갈 여지가 있을 터다. 이 시점에서 접촉의 대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그것의 정체를 향한 증명과 상상, 혹은 증오까지 뒤안길로 물러난다.
분실된 자질은 어디서 세상모르고 구를까, 하고 자못 비장하게 생각하는데.
잠정적인 결과를 굳이 휴식기에 들어내는 것. 이로써 안도와 더불어 허무맹랑한 기분에 빠지는 일.
창고에 들어가 반나절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보내는 것과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갈 대상의 부재는 일률적인 곡선을 이룬다.

WKND Lab, HUI Mirror, Mirror Glass, LED Solder, 43.5 x 60 x 4.5cm, 2025 / HUI series, Variable dimensions, Oyster shell Polymer, 2026 이미지_양승규

창가 앞에 있는 것만으로 전보다 나아지는 기분은 상황까지 눈앞에 데려오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온갖 것들에게 데어 기다시피 이동하는 요즘이 기진한 짐승처럼 축 늘어져 있다. 기피의 반복은 무엇인가의 누적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은유적으로 단단하며 줄곧 같은 말이기도 하다. 중얼거림의 대부분은 어떻게 보면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낡은 간판이 전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때 속에 치민 것들의 종류라든지 양이라든지 하는 것을 천천히 떠올리며 덩어리진 과거를 좇는다. 균형을 저버리는 것으로 한 팔을 자유롭게 한다면 사실 균형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김우영, SG9877,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48cm, 2020 / AD8213, 2016 . Lincoln Ave, 2017 / Bonanza RdⅡ, 2021 이미지_양승규

흐릿한 인상의 사내는 어쩐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하도록 했다. 그는 단지 인상이 흐릿하지만, 그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 된다면, 누구도 그를 잊는 법이 없었다. 그가 처음부터 이를 알았던 것은 아니나, 어느 시점을 견디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이 그의 독특한 천성이라고 해야 할지, 특성이라고 해야 할지 복잡한 그것을 과오로만 여기지 않게 하였다. 이는 그에게 있어 분명한 호재였다.

장시재, 기능 이후의 몸 - 닫히지 않는 껍질.1, Fence DC motor silicone, wire, 380 x 380 x 200cm, 2026 이미지_양승규

온수를 틀었다. 쏟아지는 물에서 아직 김이 나지는 않지만, 얼마간 이러고 있으면 수중에 남은 건 증기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하등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그토록 바라던 졸음도 참으며 사상에 처할 테다. 사상에 갇히는 것. 너와 닳을 시간은 없다.

넓은 길에도 유념할 게 있으며 좁은 길에도 소홀할 게 있다는 말. 기껏 표한 의문이 종일 고민하더니, 이곳에서 떠난 대. 저쪽으로 간다는 말 대신 여기서 벗어난다더군. 의식은 자유분방하게 단칸에 고립된다. 이를 고정이라고 해도 이치에 맞아 이해는 순서가 거꾸로 되고, 지금까지의 감정은 번안된다.
눈가가 식을 때 식음은 고리에 매달린다.

김우영, <OC> series, Archival Pigment Print, 36 x 27cm(10 each), 2024~2022 / <Nicholas Ave.>,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48cm, 2018 / 2024 / WKND Lab, <HUI Stool>, Oyster shell, Polymer, 36 x 18 x 46cm, 2025 이미지_양승규

수더분히 웃던 사람의 종적은 정적이었다. 그의 조용한 숨 소리가 도저히 호흡으로 여겨지지 않았을 때는 오늘도 이르게 내게 당도한다.
글자로 빽빽한 종이가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 허물어진 형태를 기록하는가. 가히 연쇄적인 만남을 내면화하고 겉으로 유사함에 젖은 체 피고 지는 하루와 매 순간을 함께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의 양식은 기나긴 설명과 한 번 보는 것 정도로는 알아볼 수 없는 인상을 갖추었다. 거추장스럽지 않은 생각이 필요해 직관적으로 좋고 싫은 대상을 나열했다. 열거는 당연하다시피 균형적이지는 않아, 쏠림 현상은 이번으로 빈번함을 대신하여 나타났다. 익숙함을 갖춰 입은 등장이 등잔 밑을 비춘다.

집어 던진 대상에게서 고된 담벼락을 지날 때마다 겪었던 억눌림을 느낀다. 이는 부질없는 일임과 동시에 무척 동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몸을 비틀어 볕 쬐던 개체로 별안간 등 돌렸던 수모가 다가갔다.' 기록은 여기까지였기에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신속하게 더러운 서랍을 닫듯 다음을 닫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제 손에 가만히 목적을 청한 사람.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이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선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주목. 더 이상 회전하지 않은 형체는 그대로 굳은 상태로 언젠가 일으킬 상체를 그린다.

비탄에 지쳐 공동을 찾았다. 그것은 주변의 것으로, 텅 빔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자신도 주변의 수중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는 바라기도 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굳이 뼈가 저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단단한 그것은 단적으로 의식적 자유를 지탱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전 독특한 기후가 한 사람을 택하는 것처럼 기묘하게.
계절이 담뿍 담겨 있는 양동이 근처엔 한때 즐비했던 버선발들의 흔적만 낭자하다. 불명확한 겉치레와 함께 이를 굽어본다. 그러고 나서 다음을 예정하는 것과 사사롭게 현재는 보내는 방식 사이에서 잠깐 주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루 중 덥고 추운 건 어째 규칙적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