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칼럼 3편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려는 마음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칼럼 3편

아침마다 지나치는 길에는 주택 담장을 넘어 나온 큰 목련 나무가 있습니다. 매년 나무를 살피는 주인 분 덕에 봄이 되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목련의 우아함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올해는 유독 변덕스러운 날씨와 연말 연초를 빽빽하게 채운 사건들로 몸과 정신이 혼미하여 봄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여느 날처럼 아침을 나서다 무심코 돌아본 담장에는 어느새 목련이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공백에서 시간을 밀고 피어난 꽃은 제 기억보다 더 선명했습니다. 불현듯 정면으로 마주한 봄은 가쁘게 달리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연스러운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요즘의 흐름은 역으로 그런 삶이 쉽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오늘의 마음, 일상의 밀도, 삶의 태도를 아우르는 자연스러운 삶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칼럼을 살펴보며 자연스러운 삶에 대해 고찰합니다.


유행과 사물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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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위한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시대는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흘러갑니다.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보는 창밖처럼 세상은 잔상만 남긴 채 사라지고 세계는 자신과 분리된 풍경처럼 존재합니다. 따라가기 벅찬 시대의 흐름을 숨 가쁘게 좇다 보면 기억은 마음에 남을 새도 없이 사라집니다. 어느 날 숨을 고르며 돌아본 시간의 밀도는 빈약하고 우리는 기대어 쉴 기억이 없어 머쓱하게 넋두리합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

유행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삶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생합니다. 칼럼 <유행과 사물의 깊이>는 ‘모든 것이 가장 빨리 낡아버리는 나라’의 슬픔을 말합니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만큼 모든 것이 빨리 낡아버린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밖에서 생산된 기호로 내면의 의미를 메우고 새로운 것으로 삶에 대한 싫증을 해소하려는 열망은 유행을 가속합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에서 숨이 가빠 멈춰 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행에 기민한 감각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인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기억밖에 없는 삶은 그날 벌어 그날 먹는 삶보다 더 슬프다. 이 슬픔이 유행을 부른다. 사람의 마음속에 세상과 교섭해온 흔적이 남지 않고, 삶이 진정한 기억으로 그 일관성을 얻지 못하면, 이 삶을 왜 사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문화산책] 황현산 / 유행과 사물의 깊이-국민일보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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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 필요 없는 것을 모르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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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디지털 세계의 시공간은 중첩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육체와 다르게 의식은 과거와 미래로, 이곳과 저곳으로 분리됩니다. 지하철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혹자의 말처럼 우리는 영영 이곳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유명인의 점심 메뉴는 알아버리고 마는 이 불균형이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되고 또 단절된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합니다.

칼럼 <굳이 알 필요 없는 것을 모르는 행복>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로부터 마음의 여백을 지킬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마음의 힘을 비축하는 행위’이며 이렇게 지킨 마음이 자신을 이곳에 존재하게 합니다.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알 필요가 없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이 우리 마음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것들이 마음의 영토를 속속 점령해가는 동안, 우리는 저항은 커녕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그들을 환대하고 있다.”
[마음 읽기] 굳이 알 필요 없는 것을 모르는 행복 | 중앙일보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2019년의 행복 수준이 우리가 평일에 경험하는 행복이었다면, 2018년의 행복 수준은 우리가 주말에 경험하는 행복 수준이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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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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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보내던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입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육체는 매일의 무게를 온전히 견디고 있습니다. 몸이 지쳐버리기 전에 매일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내면에 쌓아나갈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점점 두터워지는 경험으로 자란 몸은 휩쓸리던 시대의 흐름 속에 비로소 발을 딛고 꼿꼿이 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칼럼 <당신의 중력>은 반복하는 일상이 우리를 세상에 안착시키는 중력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벽면을 채운 거대한 작품 앞에서 그것을 통과한 작가의 시간을 상상합니다. ‘매끈하게 완성된 이미지’가 이끄는 예술의 세계가 익숙할 그는 그 세계로 들어서기 전에 잠시 멈춰 이미지 뒤편에 새겨진 고단한 반복을 봅니다. 그것은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선 누군가가 성실히 일한 결과’입니다. 우리의 걸음을 그림의 한 획과 겹쳐봅니다. 수천 번의 획이 모여 완성된 이미지처럼 이 걸음도 우리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매일 걷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작은 반복으로도 어느 날 훌쩍 먼 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진리를 배웠다. 세상에 안착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반복적인 일상은 버텨내야 할 무게인 동시에 삶을 현실에 붙잡아 두며 지키는 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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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 당신의 중력 | 예스24 채널예스
한 걸음 한 걸음은 한땀 한땀 꿰매는 행위다. 걸음이 반복되는 사이에 우리는 마주치고 멀어지고 접었다 펼쳐지며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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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연에도 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이 순간에 존재할 것 같습니다. 나무, 꽃, 돌의 선명함은 물질과 의식이 언제나 같은 순간에 있는 존재를 상상하게 합니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그 선명함에 둘러싸여 우리의 의식도 비로소 현재에 머물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늘에 있으면서 어제와 내일을 사는 건 사람뿐일지도 모릅니다. 후회도 두려움도 없이 살아가는 일은 아득합니다. 그럼에도 유행 속에서 자신의 깊이를 찾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을 모르는 행복을 알고, 일상의 반복을 통해 자신의 중력을 만들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려는 마음이 오늘의 우리를 조금 더 선명하게 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