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는 작가 사이 몽고메리

정글과 오지에서 발견한 동물과 공존하는 방법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는 작가 사이 몽고메리
이미지 출처: 돌고래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던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어느덧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바쁜 하루하루 속에도 잠시 멈춰 주위를 바라보면 만물이 푸르게 돋아나고 성장하는 계절이 느껴집니다. 생기가 넘치는 이맘때가 되면 사람과 사람을 넘어 다양한 동식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 같은 언어와 사회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도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데, 말도 통하지 않는 자연의 존재들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동물학자이자 작가인 사이 몽고메리는 이 어려운 질문에 답을 주었습니다. 야생 동물이 사는 정글과 오지를 찾아가 그들과 몸을 맞대고 살아보면서 말이죠. 사이 몽고메리의 책을 통해 유인원, 돌고래, 거북 등 서로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유인원을 찾아간 세 여성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사이 몽고메리의 대표작 『유인원과의 산책』은 세 명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친숙한 제인 구달부터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라는 영장류학자입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그들에게서 어떤 특별한 점을 발견한 걸까요? 작가는 세 사람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을 연구한 방법에 주목합니다. 그들 이전에는 유인원을 인간과 대등한 상대로 보지 않고 실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반면 세 학자는 유인원이 거주하는 숲에 직접 들어가 사람을 대하듯 교감하면서 그들의 생존법을 이해했습니다.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의 곰베 숲에서 침팬지의 탄생과 성장, 죽음을 관찰했습니다. 그들을 실험실로 생포해오는 대신 자연 속에서 침팬지들이 화를 내고, 게임을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침팬지를 인간과 같은 존재로 존중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세심하게 살핀 연구 결과는 경이로웠습니다. ‘상상하고 유희를 즐기며 관계를 맺는, 인간과 유전물질을 99퍼센트나 공유한 존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세 사람은 동물을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바라보면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흔히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로 여겨지는 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백신과 치료제를 도입하기도 하면서 과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꿋꿋한 연구를 통해 유인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세 사람의 성과를 들려줍니다. 이를 책에 담기 위해 자연 한가운데 있는 세 학자의 캠프를 찾아가며 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힘겹게 모은 돈으로 아프리카로 떠난 후 위험한 치안에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열병으로 고통받기도 했습니다. 『유인원과의 산책』에는 세 학자와 사이 몽고메리까지, 네 여성의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뇌가 담겼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아닌 동물을 어떻게 대하며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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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분홍돌고래를 찾아서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전설 속 사람을 유혹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매혹적인 모습으로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다고 알려진 아마존 분홍돌고래 입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방글라데시를 돌며 연구하던 도중 분홍돌고래를 처음 만났습니다. 작가는 일반적인 회색이 아닌 독특한 연분홍빛 매끄러운 돌고래를 보고 경탄했습니다. 이후 분홍돌고래를 자세히 연구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책 속에는 사이 몽고메리가 아마존 강을 가로질렀던 생생한 후기가 담겨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미가 옷과 장비 속으로 끝없이 들어오고, 나무의 독에 쏘이기도 하면서 자연 곳곳의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과학에 기반한 탐사뿐만 아니라 현지인과 교류하며 그들의 경험과 오래된 전설을 귀담아듣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분홍돌고래와 가까워집니다.

나아가 사이 몽고메리는 분홍돌고래를 통해 자연에 닥친 위험과 미래를 고민합니다. 분홍돌고래가 살아가는 아마존 숲은 지금도 계속해서 불타고 있습니다. 벌목꾼, 목장주가 피운 불은 아마존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돌고래를 비롯해 다양한 생물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마존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 흡입기를 착용하고, 수위가 낮아져 전기가 끊기고 통화까지 불가했던 급박한 상황을 들려줍니다. 아마존강은 쓰레기로 뒤덮이고, 수은이 흘러들면서 재앙의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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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사이 몽고메리는 여성 연구자들로부터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고, 아마존에서 살아남으며 자연의 비밀을 경험했습니다. 자연을 보고 들으며 60대에 이른 작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거북에게 매료됩니다.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는 신조대로 수천 마리의 거북을 구한 거북구조연맹본부에 찾아갔습니다. 

거북구조연맹본부의 시작은 작은 우연이었습니다. 알렉시아와 너태샤는 하이킹을 하던 중 우연히 다친 거북을 마주합니다. 갈 곳 없는 거북이 안쓰러워 구조했던 것을 시작으로 작은 아파트에서 75마리의 거북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치료법을 배우고,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 힘쓰면서 거북구조연맹이 탄생했습니다.

사이 몽고메리는 거북구조연맹본부에 합류해 거북의 상처를 돌보고, 회복을 도와주었습니다. 거북의 생애를 목격하는 그 과정에서 작가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흔히 ‘거북’하면 느릿하게 움직이는 단순한 이미지만 떠오르곤 하지만, 사이 몽고메리는 거북마다 서로 다른 성격과 모습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가지각색으로 소리를 내고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거북을 관찰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거북이 다치고 회복하는 과정을 보며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거북과 인간은 서로 다른 종이지만 때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회복해 나간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거북이 다시 일어나 생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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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간과 인간 외 동물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인간 또한 자연 속 작은 존재임을 기억한다면,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의 삶을 위해 분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사이 몽고메리의 책을 통해서 우리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이제 자연을 우리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모든 생명이 인간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