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공간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과 살아간다는 것

도쿄에서도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명소로 가득한 다이칸야마. 뛰어난 교통적 입지와 높은 부동산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개발보다는 소규모 상점과 고요한 거리 풍경을 유지하며 독특한 매력을 지켜왔습니다. 이 지역에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대표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복합주거단지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입니다.
처음 마주했을 땐 독특한 외관과 디자인에 먼저 눈길이 갔습니다. 솔직히 ‘포레스트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고, 나무와 식물이 많은 고급주거단지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직접 걷고, 그 안에 숨쉬는 콘텐츠와 운영 방식을 들여다볼수록 그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건축 설계부터 지역과의 관계, 실제 활용까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방식을 세심하게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가 보여주는 도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세요.
자연에 종속되는 공간,
쿠마 켄고의 건축적 제안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숲을 형상화한 모습의 건물입니다. 이곳을 설계한 일본의 국민 건축가 쿠마 켄고는 ‘나무 박스를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하는데요. 건물 외관에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 위에 알루미늄을 활용해 목재풍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무 기둥 사이로 바람이 통하는 숲의 풍경처럼 공기 흐름이 잘 통하는 외관이 눈에 띕니다. 나무 질감을 재현한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은 자연소재의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재활용과 보수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쿠마 켄고는 약한 건축, 자연에 종속되는 건축을 지향하는 건축 철학을 가졌기에 온화함과 따뜻함을 가진 나무 소재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곳에서 목재 대신에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한 것은 유지성, 지속성을 더욱 고려한 것입니다. 소재나 무늬만 자연 친화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연에 종속되는 건축을 지향하는 가치가 느껴집니다.


건물 사이를 비워 두는 방식으로 배치되어 주변의 풍경과 지역의 녹지가 시각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바람과 햇볕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도심 속 건물에서도 좋은 날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내부 공간에도 다양한 식물이 배치되어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길 자리를 주는데요. 이는 단순히 장식된 식물이 아닌 지역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외관에는 발코니마다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어 건물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옥상 정원에는 400종 이상의 식물이 심어져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거주민들이 계속해서 자연과 접촉할 장소를 제공합니다.

도시 속 산책,
시민들에게 환원된 공간
포레스트게이트를 걷다 보면 일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구조를 보게 됩니다. 마치 자연 속을 걷는 산책로, 마을 골목길을 걷는 듯이 친근한 인상을 줍니다. 내부 공간 구성 역시 시각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유도합니다. 계단, 통로, 마당 등 주요 이동 공간들은 단순히 이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도록 여유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햇볕이 따가운 날엔 나무 그늘 벤치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자연과 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이칸야마역에 가까운 2층 목조건물인 테노하 빌딩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10층 메인 빌딩입니다. 테노하 빌딩은 지속 가능한 활동을 주로 하며 교육, 이벤트 등이 이뤄집니다. 메인 빌딩은 주거 공간부터 상업 공간, 공유 오피스까지 어우러져 지역 주민과 다양한 방문객이 오고 가는 공간입니다.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상가는 다양한 업종과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조말론 런던과 같은 고급 뷰티 브랜드부터 블루보틀 커피, 유기농 샐러드 카페, 로컬 식품관, 순환 경제를 테마로 한 꽃집 등 지역의 라이프스타일과 환경 친화적 소비를 주도합니다. 동시에 이 지역이 가진 시장 가치를 증명하기도 하고요. 건물의 중심을 가로질러 이어진 상가는 방문객을 위한 통로로서, 시민들을 위한 공용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콘텐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포레스트게이트가 더욱 특별한 점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콘텐츠와 내용입니다. 이곳은 그 자체만으로 완결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허브로 기획되었습니다.


주로 테노하 빌딩에서 지역주민을 모으고 교류하는 활동이 열립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순환 경제를 테마로 한 꽃집, 식물성 젤라또 가게, 유기농 농산물 판매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침 ‘춘분의 날’을 맞아 열린 플리마켓에서는 로컬 유기농 농장에서 온 업체들이 입점해 유기농 토마토 주스, 유자 시럽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의 2층에서는 환경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조경가가 직접 나와 옥상 정원에 심어진 다양한 식물과 곤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테노하 빌딩에서는 주기적으로 지역 농가와 만나는 마켓, 친환경 교육, 지역 주민과 함께 교류하는 커뮤니티 이벤트 등이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건축 의도에 따라 실제 운영 방식과 쓰임새가 지속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공간 설계에서 자연을 도입한 것을 넘어 실제 운영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바로 에너지의 순환방식입니다. 이곳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도큐부동산은 소유한 모든 빌딩에서 배출된 유기물을 이 빌딩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해 건물의 사용 전기를 충당하거나, 건물에서 발생한 유기물을 퇴비화하여 조경이나 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제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삶은 점점 더 빠르고 높이 가기를 향하지만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는 그 반대편을 보여줍니다. 자연을 닮은 건축, 사람을 모으고 머무르기 위한 구조, 에너지와 지역이 함께 지속하는 콘텐츠까지. 이곳은 자본주의 세상의 효율성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꿈꾸게 합니다.
도시와 자연을 반대 방향이 아닌 평행선에 두고 함께하기를 실험하면서 ‘도심 속 자연’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포레스트게이트. 이곳은 우리에게 어떤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은가 고민하며 관점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