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넘어 삶을 말하는 버섯에 관한 책 3선
버섯을 보면 삶이 보인다

우리는 자연 속 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중 유독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가는 존재가 있나요? 필자는 버섯이라는 미생물에 푹 빠져 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이 아닌 균류, 곰팡이로 분류되는 버섯은 때로는 자연의 진귀한 생명으로, 맛있게 조리된 음식으로, 위험한 독성을 지닌 존재로, 다양한 모습을 뽐내는 게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을 지닌 버섯은 1억 3,000만 년 전, 공룡이 이 땅을 누비던 때부터 존재했던 역사 깊은 미생물입니다. 버섯이 좋아 역사와 종류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었습니다. 분명 버섯을 따라간 길인데, 그 끝에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었었습니다. 오늘은 매력적인 버섯의 세계를 들려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버섯을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우리는 버섯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식탁에서, 혹은 숲길을 걸을 때에 종종 만나볼 수 있는 버섯이지만 그 정의와 종류, 특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버섯이 낯선 이들에게 버섯에 관한 가장 친절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버섯 분류학자가 들려주는 버섯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버섯이란 무엇인지에서 출발해서 버섯의 성장 과정, 자연 속 버섯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풍부한 그림과 사례를 통해 익숙한 버섯부터 신기한 모양과 능력을 지닌 버섯까지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도 환한 빛을 밝히는 야광버섯이나 포자를 폭탄처럼 터트리는 말불버섯을 직접 만난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흥미로운 버섯을 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넘어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버섯을 관찰하기 좋은 시기와 위치, 준비물과 촬영 방법을 일러줍니다. 숲과 바다, 다양한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버섯을 보다 보면 이번 여름에는 직접 버섯을 찾아 나서고 싶어질지 모릅니다.
버섯으로 자본주의를 말하다

버섯이 무엇인지 만나봤다면, 우리의 삶과 버섯을 연결해 볼 시간입니다. 『세계 끝의 버섯』은 뜻밖의 두 대상을 연결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를 버섯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고, 생산 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체제를 의미합니다. 그 안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존재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와 버섯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인류학자인 저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은 송이버섯이 자본주의 사회 속 상품의 하나로, 어떻게 탄생하고 거래되는지 이야기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서로 다른 인종이 송이버섯을 생산하고, 채집하고, 경매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연 속 여러 종, 인간과 비인간이 다양하게 얽히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송이버섯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 여느 다른 상품처럼, 가치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이동하면 선물로 교환되면서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기도 합니다. 착취적인 자본주의 안에서 한계 지을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의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존재하는 존재’로 버섯을 이야기합니다. 문화 인류학의 관점에서 버섯을 탐구하는 이 책은 익숙한 자본주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버섯을 사랑하는 사람들

버섯과 인류 전체를 잇는 거대한 연결고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개인적인 삶에 담긴 추억과 버섯을 말하는 책을 살펴보려 합니다. 『버섯 중독』은 매년 5월 온 사방이 버섯으로 가득해지는 중국의 원난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책은 잠들기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조르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버섯의 종류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그에 얽힌 추억을 듣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원난 지역은 버섯이 풍부한 만큼 이를 활용한 식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버섯 중독>이라는 제목처럼 주의하지 않으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버섯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병원에 버섯에 중독된 응급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 센터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자는 버섯에 중독되어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흥이 나거나, 환각 증상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일화들을 들려줍니다.
신기하고 낯선 중독 증상들은 버섯을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중독될 수 있는 위험을 알면서도, 버섯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다채로운 요리로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따뜻한 기운이 감돕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에게도 원난 사람들에게 버섯 같은 의미를 지닌 존재가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버섯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는 책을 만나보았습니다. 버섯이란 과연 무엇인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버섯의 다양한 모습과 특징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섯이라는 미생물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 우리의 삶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만나보기 전, 숲속 한가운데 생명력을 뽐내는 버섯을 떠올릴 땐 몰랐던 것들이었습니다. 버섯이 그 존재를 넘어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존재들은 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 식품저널, 버섯의 역사와 기능성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