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

오태정 개인전

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
<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 오태정 개인전, 공간:일리, 2026.03.12-03.29 이미지_양승규

앞으로 향한다. 전방의 경사가 가소롭게 여겨지는 건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몽땅 잊은 어제 일과 습관적으로 거르는 끼니, 그리고 곧 다가올 형태의 변형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그와 공통점을 나열하면서도 각자의 귓등에 차이는 소실점을 신경에서 거두지 못한다. 그에겐 잦은 분실이겠으나, 나는 그보다 더한 상실이며 이 둘에 번진 연장은 결여와 결락 사이에 존재하는 어중간한 어조의 차이다. 오류에 틀어질 계획이라면, 그것의 처음과 끝은 맞닿지 않아도 상관없다. 원을 이룬 대상을 구슬려 취한 반복. 죽은 쥐와 이를 요구한 고요.

오태정, 숨을 타고 고요히 깨닫는, 2026, 천, 비즈, 리본, 실, 머리카락,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하늘은 가뭄을 토한다. 그럼으로써 제 아래의 구역을 나누는지도. 마른 날이 그리 번거롭지는 않아 오래간만에 무용한 생각, 허가 없는 출입을 입에 담았다.
고개는 좌우로 대양을 찾아 떠나고, 지금까지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위아래가 이렇게 얘기되는 사이 눈시울은 하나의 독립된 기관처럼 기능한다.
조촐한 문지방을 넘어 먼지는 조금 끼었다지만, 제 역할 수행에 문제없는 거울 앞에 서면 허름한 인상의 꾸러미가 구석을 밝히는 게 보인다. 이를 다시 봐두고 싶어서 애써 걸음 한 건 아니었지만, 어째 그런 모양새가 되었다.
비교적 한산한 오후가 환상적인 면모를 보일 때 등줄기는 서늘해진다.

오태정, 이것은 정녕 -의 몸이니, 2024, 나무, 에폭시, 와이어 자석, 사람모형, 85 x 85 x 25cm 이미지_양승규

생각이 제 몸에 두른 허상에 꼼짝 못 하는 날이 이어졌다. 방문은 달그락거리며 기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든 중심을 잡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중심이라는 것>과 <이를 잡는 것>이 어째 이어지지 않은 일처럼 여겨졌다.
'그 둘은 무엇과도 결부되지 않고 단지 단독으로서 존재한다.'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생각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기묘한 소리는 사라지지 않은 와중이었다.
서너 가지 일이 종료된 후 불필요한 바람이 불었고 지루한 상황은 게으름과 떨어져 걷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대상을 어떻게든 마주할 터다. 한때 내가 중심 잡기를 원했던 것처럼.

오태정, ㅇㅌㅈ의 전신 털 옷, 2022, 천, 에폭시, 아크릴, 조화,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좌우 분간을 잘 한다고 하던데." 그 녀석이 말했다(혹은 그렇다고 하기로 했다).
남들보다, 라고 답했다. 진실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열매와 같다. 유독 크기가 작고 광택이 나는.

"서늘한 인상을 가진 사내" 내 대답의 연장인 양 들려온 말에 자칫하면 쓰러질 볏섬이라 화답한다.

결말 위를 세차게 덧그리며 그간 지지부진했던 생활에 들었다. 그것의 역임은 일상과 더불어 좋은 것이라고 무상히 외었다.
할 말 있어 보이는 이에게 정적을 틈타 하나에서 열을 손에 쥐여준 것. 그 손은 그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또한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매끄럽지 않은 사안의 출처 곧, 웅덩이가 단조로운 낮을 보낸다. 무뚝뚝한 떨기나무 위로 어원이 지나가고, 서툶은 별 볼 일 없는 병의 주둥이에 집착한다. 갈 곳이 오그라든다.

오태정, OUR Bodies DON'T Belong to US, 2024, 천, 비즈, 리본, 실, 새끼줄,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누구나 아는 사실을 이리 말하는 까닭은 불 보듯 뻔한 일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발견인지도 모른다.
물건을 놓는 방식과 그것의 제자리는 서로 감응하는 바가 있다고 내게 말한 사람은 무엇도 소지하지 않은 채 걸었다. 그의 걸음은 지극히 사변적이며 언뜻 보면 웅변적이기까지 했다. 보는 이에게 퍽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멀찍이 떨어져 그가 걷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절로 당연함이 일었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오태정, 여전히 남는 운명의 덩어리들 이미지_양승규

문 뒤에 문이 있고, 그 문 뒤에 또 문이 있다. '문을 여는 일의 연속은 속된 날의 주변을 나름 고상하게 꾸밀지도 몰라.'
장식된 저속함이 깊이를 추구하며 그 대가 없는 추동은 역시 사물의 자기 충족적인 면모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물체에 가한 힘을 받드는 식으로 등 떠밀린 전진과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