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음악, 케이팝을 물들이다
하츠투하츠부터 키키, XG까지
f(x)의 ‘4 Walls’를 아시나요? 음원이 발매된 2015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케이팝치고는 세련됐다”는 숱한 평가를 남긴 곡입니다. ZARA 매장에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이 음악은 케이팝을 듣지 않던 사람들마저 명곡이라며 인정을 선언했었죠.
그런데 요즘 케이팝 씬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4 Walls의 귀환’이 시작된 거예요.
10년 만에 돌아온 하우스 붐
케이팝 씬에 돌아온 ‘4 Walls’ 열풍의 비밀은 이 곡에 담긴 하우스 리듬에 있습니다. 하우스는 1980년대 미국 게이클럽 ‘웨어하우스’에서 시작됐는데요. 이 클럽에서 미국의 DJ이자 프로듀서인 프랭키 너클스가 "디스코는 이제 한물 갔지?"라며 디스코를 전자음악으로 재구성하며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음악은 당대 음악 애호가들의 귀를 빠르게 사로잡았고, 결국 '하우스 음악'은 하나의 장르가 됩니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기 위해 프랭키 너클스가 선택한 건 4분의 4박자와 4분음표, 정박 리듬이었습니다. 쿵쿵쿵쿵 하는 일정한 킥 드럼의 소리는 누구나 리듬을 탈 수 있는 쉬운 박자였어요. 이 박자는 이제 ‘바닥을 울리는 네 번의 비트’라는 뜻을 그대로 담아 ‘four on the floor’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하우스 음악인 'Gypsy Woman - Crystal Waters'에서 이 비트를 찾아볼까요? 이 쉽고 익숙한 데다가 세련된 하우스 리듬이 2025-2026년 케이팝 씬에서는 이렇게 적용됐습니다.
Focus - Hearts2Hearts
2025년 데뷔한 Hearts2Hearts(하츠투하츠)의 'Focus'는 '4 walls'에서도 사용된 딥 하우스 장르를 기반으로 합니다. 리듬은 미니멀하지만, 멜로디는 높고 부드럽게 흘러간다는 공통점이 있죠. 하츠투하츠는 이후 발매한 타이틀곡 'RUDE!'에서도 하우스를 내세우며 '하우스 필승공식'의 증거가 되어주었어요.
Hypnotize - XG
최근 뭇 여성들이 이어폰을 꽂고 쿨한 표정의 모델 워킹을 하게 만든 주역입니다. 2022년 데뷔해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XG(엑스지)는 딥 하우스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딥 하우스 비트에 XG 멤버들의 낮은 톤이 더해져 하츠투하츠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404 (New Era) - KiiiKiii
2025년 데뷔한 KiiiKiii(키키)는 UK 하우스에 개러지 사운드를 얹었습니다. 이 곡은 정통 하우스가 아니라는 평가도 종종 있지만, 하우스 본연의 맛은 느낄 수 있는데요. 미국에서 영국으로 넘어간 하우스가 본토보다 그곳에서 더 큰 사랑을 받으며 현지의 개러지 음악과 어우러진 탓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UK 개러지 하우스의 매력을 가득 담은 게 '404 (New Era)'인 거죠.
이 외에도 여성 솔로 케이팝 아티스트 청하와 이브 역시 타이틀로 하우스 음악을 채택했어요. ‘LOOP - Yves, Lil Cherry’. ‘STRESS - 청하’ 모두 아이튠즈 등 세계 음반 시장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케이팝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의 유행을 들여오며 시작됐습니다. 묵직한 힙합이 한창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초, 한국에서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힙합을 앞세워 데뷔헸습니다. 지금 독보적인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핑크 역시 데뷔 초부터 세계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며 결국 '팝 + 힙합'을 선택했죠.
케이팝 씬에 찾아온 하우스 유행 역시 지난 2022년부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글로벌 음악 씬은 레이브(Rave)에 어울리는 '클럽 사운드'가 주도했습니다. 이후 2024년 찰리 XCX가 역사적인 'BRAT' 앨범을 발매하며 하우스를 결합한 클럽 사운드를 확실한 유행으로 만들었고요.
현 시대에 딱 맞는 장르

이렇게 케이팝에 타 장르가 결합된 이력은 많습니다. 하지만 하우스는 꼭 타이틀곡으로 채택돼 응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죠. 케이팝이 하우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1) 퍼포먼스에 유리: 케이팝의 강점인 '무대'를 앞세우기에 좋은 장르입니다. 정박으로 쪼개지는 바쁘게 쪼개지는 리듬에 화려한 동작을 얹었을 때 위화감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익숙한 장르: 킥 소리가 반복되는 하우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익숙하다'고 느낍니다. 세계 시장의 스테디가 된지 오래인데다가 한국에서도 현재의 중장년이 청년일 때도 유행이 돌았었다고.
(3) 숏폼 시대에 딱!: 하우스는 '비트 그 자체'에 의존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언어 의존도가 매우 낮습니다. 다른 나라의 음악이더라도 하우스 비트만 들으면 '나 이거 아는 노래네' 하고 멈춰보게 되는 거죠.
이렇게 하우스 붐이 한차례 휩쓸고 간 지금, 앞으로 하우스는 케이팝 시장에서 또 10년 후 돌아올 무언가가 될지, 혹은 스테디셀러로 남게 될지 주목해볼만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