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열기를 식히는 서울 등산로 3선
녹음 속으로 뛰어든 수도권 사람들의 피서법

최근 35, 36도를 웃도는 날씨로 ‘광기’에 가까운 열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치면서 얼른 이 날씨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중 지친 몸과 마음을 피하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과연 무엇에 이끌려 산으로 향하는 걸까요?
산과 나무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 즉 초록을 눈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색채심리적으로는 안정과 평화, 휴식 등의 키워드에 가까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산을 오르면 체감 기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발고도가 100m 오를수록 평균 기온은 약 0.6도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서울은 그런 점에서 도심 속 피서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든 눈을 돌리면 크고 작은 산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산들은 한 두 시간 내외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죠. 위와 같은 내용을 실제로 입증하고자 필자는 올여름 한낮의 등산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요즘의 열기를 해소할 수 있는 아래의 등산로 코스 중 두 곳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실제로 산을 앞에 두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또 등산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등산로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인왕산

인왕산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작은 산입니다. 오른쪽의 창덕궁, 낙산공원과 위쪽 북악산과 함께 도심과 성곽, 그리고 등산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색적인 산이죠. 서울의 다른 산에 비해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코스의 길이도 짧은 편이라,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등산객도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인왕산의 정상은 해발고도 약 338m입니다. 필자의 체감상 서울 등산로 중 난이도 ‘하’에 속하며, 운동화를 신고 올라도 충분한 코스입니다. 3호선 경복궁역 근처 사직단에서 출발하여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다보면, ‘서울에 이렇게 녹색 가득한 곳이 있었나’ 갸우뚱하며 한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더숲 초소책방’이라는 곳인데요. 거친 호흡과 떨어지는 땀방울을 책과 커피로 잠시 고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등산에서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체크포인트’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곳이죠.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바로 인왕산 입구로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성곽길을 오르고, 그 다음에는 돌산 구간을 오르면 어느새 약 300m의 정상에 다다르게 됩니다. 약 1시간 남짓한 시간 후에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높은 곳에서 마주하는 바람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시원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내려갈 때는 반대쪽으로 넘어가서 부암동 골목을 도는 것도 등산의 마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세련된 공간의 조화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단순 계산으로 약 2도 가까이 내려가는 인왕산 정상에서 탁 트인 경치와 함께 열기를 낮추고, 주변 동네를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관악산
쨍한 7월의 어느 날, 관악산 등산은 즉흥으로 계획되었습니다. 필자의 등산 프로젝트 소식을 들은 지인들과 함께 말이죠. 주차된 차량의 본네트에 손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던 한낮, 과천향교에서 출발했습니다.
관악산은 보통 두 가지 코스로 등산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하나는 서울대입구에서 시작되어 산 중턱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시작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필자처럼 과천(향교)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등산 시간, 주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후자가 수월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과천향교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시작부터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얕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던 모습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초록잎들에게 던져 주고,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관악산은 비교적 계단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약 80%는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서 구불한 산길보다는 안전하지만, 경사도의 편차가 심하고 일부 구간의 미끄러움 때문에 난이도를 따지자면 ‘중’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도중 계곡의 물줄기, 짙은 녹색이 우거져 생긴 그늘 덕에 밑에서 느꼈던 열기는 점차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따금씩 휴식을 취하려 앉아 있으면, 에어컨 파워냉방에 버금가는 시원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시 일어나 정상까지 오르고 만난 광활한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운했습니다.

북한산
북한산은 필자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해발고도 약 836m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유명하며, 서울시 강북구, 성북구, 은평구에 인접하고 넓게는 고양시와 양주시까지도 맞닿아 있는 산이죠. 북한산은 가장 높은 백운대를 포함하여 인수봉, 만경대와 같은 봉우리가 있는 하나의 산군입니다. 그 높이만큼 아름다운 일출과 운해를 만끽할 수 있죠.
북한산 정상까지 일반적인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3호선과 6호선 불광역에서 출발하여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걸으며 숲길을 마주합니다. 향로봉 등의 중간 지점을 지나 ‘대성문’에 다다르면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됩니다. 계단과 바위길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중간중간 마주하는 능선의 조망을 만끽하면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면 비로소 ‘백운대’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죠.

소요시간은 편도로만 약 3시간으로 예상합니다. 코스 자체도 길고 특히 정상 직전 구간에는 험난한 길이 연속되기 때문에 마지막 하산길까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열기를 떨쳐낼 수 있는 시원한 바람과 속이 뻥 뚫리는 조망을 위한다면, 당장이라도 신발끈을 매고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조만간 필자의 등산 프로젝트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에어컨의 파워냉방은 말 그대로 강력하게 시원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 즉각적이죠. 하지만 몸은 시원해도, 마음까지 환기되어 개운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초록이 무성한 산은 다릅니다. 한 발씩 내딛을 때면 그만큼 땀도 많이 흐르지만, 그 끝에 다다를 때면 몸과 마음은 ‘열기’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입니다.
요즘은 특히 ‘기온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온도도 높여서 피로감을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자극적인 소식들, 복잡한 감정들, 부담스러운 업무의 무게까지. 압축된 열을 식힐 틈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벗어남의 행위로 등산을 추천합니다. 산은 생각보다 괜찮은 ‘여름 대피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로 간단한 산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발견하길 기대합니다.